일본의 노인복지정책을 바꾸어놓은 책이라고 해서 보게 되었다. 1970년대 작품이라니 과연 일본이구나 싶었다. 며느리의 마음이 너무 아름답게 그려지는 게 아닌가 싶었다. 솔직한 마음이 드러나기도 했지만 너무 착하고 바른 반응이 아닌가 싶었다. 직장에서도 월수금 이라도 근무해달라거나 노인 돌봄에 대해 이것저것 조언을 주고 받는 모습들이 예전에는 그래도 살기 좋은 세상이었었나 싶기도 하고, 별채에 세들어 살게 된 젊은 부부가 치매 노인을 받는 돈 이상으로 잘 대해주는 것도 인상깊었다. 요즘 젊은이들은 왠지 안 그럴 것 같기도 하고. 결말에 손자가 할아버지가 더 사셨을 수도 있을 텐데 하는 대사가 여운을 주었다. 수험생이면서도 사라진 할아버지를 찾고 돌보는 고생을 함께 해서 그럴 수 있는 것이겠지 싶어 돌봄이란 무엇인가, 늙음이란 무엇인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누구도 나이를 먹고 죽음에 다가가는 것은 피할 수 없는데도 나에게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것도 젊을수록. 인간의 생에 대해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책. 며느리의 마음 그 따뜻한 마음이 노인 정책의 근본이 되어야 한다는 옮긴이의 말에 공감한다. 정책이 아무리 발전해 왔다고 해도 그 난감한 상황들은 그대로일 텐데 다들 어떻게 어려움을 극복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노령화 고령화 시대는 과연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는 것일까.
그러니까, 호적이며, 체면이며, 소문이며 그런 사소한 것에 죄우되는 시간이 아까운 거야. 한 순간의 목숨이니까, 자유롭게 살지 않으면 안 돼. - P475
"아이가 태어나면 지금보다 더 힘들어져요. 하지만 세월이 지나서 뒤돌아보면, 그때가 가장 빛나는 순간이었다고 분명히 그리워할 거요. 힘내요." - P478
가키야 미우 작가가 다루지 않은 사회 현안 문제가 있을까. 이로써 한국에서 출간된 가키야 미우 책을 다 읽었다. 이 책은 도서관 전자책으로 읽었다. 가키야 미우 저서를 다 읽고 보니 그가 다룬 실로 다양하고도 깊으면서도 트렌디한 주제들에 새삼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본과 한국이 왜 저출산에 허덕이는지 이해가 되게 만드는 책. ‘82년생 김지영‘의 일본판일까. 호적제도가 이제 일본에서도 없어졌을까. 결혼을 안 해도 아이는 갖고 싶다는 사람들이 이해되지 않았으나 세월이 흐르니 남편과의 사랑보다는 자식과의 사랑이 비교할 수 없게 깊고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어 이제는 그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물론 그와 태어날 아이가 겪어야할 다양한 문제들은 논외로 하고 말이다. 유럽은 결혼 자녀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의 비율이 높지 않다고 한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아이를 누구의 호적에 올리느냐고 골머리를 썩여야 하다니. 호적제도가 없어진 한국의 실정도 더 하면 더 했지 절대 덜 하지 않다. 출생율 저하를 걱정할 것이 아니라 제도를 바꾸면 된다. 사람이 바뀌면 된다.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면 된다.
일본 대지진으로 어떤 피해를 겪었는지 구체적 디테일이 궁금했는데 가키야 미우가 이런 작품을 써서 의외였다. 재난이 많은 나라이고 남녀차별은 매우 심하고 그 와중에 여자들끼리 합심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여기에 목표와 정답이 있는 듯. 남자 위주로 돌아가는 세상, 남자 위주로 돌아가는 피난소. 지금쯤 그들은 얼마나 재난을 극복하고 자립할 수 있었을까.
이렇게 오십대 여성의 일상이 고스란히 드러나다니. 자녀결혼, 정리해고, 시아버지장례식, 연금수령을 위한 노인대행 등 시부모님을 건사하고 자녀 취업과 결혼, 본인들의 제2의 취업까지 좌충우돌 오십대 후반인 아줌마의 인생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노후자금으로 일억이천을 모아두었었지만 큰 딸 결혼식과 사어버지 장례식으로 다 쓰게 되고 공교롭게 부부 모두 정리해고가 되어 빈털털이 신세가 되어 구직도 안 되는 과정에서 딸이 안정적 결혼 생활을 하는지까지 걱정을 해야하고. 늘 송금하던 돈을 더이상 보낼 수 없게 되어 고급요양병원에 거주하던 시어머니까지 집으로 모시게 되고 절박한 마음에 시어머니가 이웃노인을 가장해서 연금을 계속 수령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까지 하게 된다. 결국은 깨달음도 얻고 모두 제자리를 찾는 것으로 마무리되지만 우리의 오십대들의 인생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재미있고 생생한 오십대 주부 이야기. 제로 장례식 등 일본 문화의 면면도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