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집-그러나 여전히 가끔은 울 것 같은 마음으로‘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집에 대한 좋은 기억과 나쁜 기억. 내가 만들어가는 내 공간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김미리 작가. 전작인 ‘금요일은 시골집으로 퇴근합니다‘를 재미있게 읽어서 전자책 출간 소식을 접하고 바로 반갑게 읽었다. 전작에는 5도2시 생활을 하게 된 상황과 그 생활이 어떠한지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참으로 초지일관 집 이야기를 하는구나 싶었다. 하지만 사람에게 거주 공간이 미치는 영향력이라는 것은 실로 대단한 것이기에 공감이 많이 됐다. 특히나 마지막 부분에 ‘좋은 집에 살고 싶다는 마음은 좋은 삶을 살고 싶다는 마음‘이라는 대목이 화룡점정같았다. 그렇다. 집에 대한 갈망은 삶에 대한 갈망인 것이다. 재미도 있고 깊이도 놓치지 않는 아무튼 시리즈. 아무튼 시리즈는 언제나 독자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좋은 집에 살고 싶다는 마음은 좋은 삶을 살고 싶다는 마음이다. 삶을 열심히 사랑하겠다는 다짐이다. 그것은 변하지 않는다. - P118
‘인간의 조건‘-꽃게잡이 배에서 돼지농장까지, 대한민국 워킹 푸어 잔혹사‘ 라는 부제가 달렸던 책이 표지와 제목을 바꿔 ‘퀴닝‘으로 재출간되었다. 2013년작인데 십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한승태 작가가 경험한 그 노동환경이 얼마나 변화되었을까 생각해보게 됐다. 최저임금은 두 배 가까이 올랐으나 십년간 상승한 집값과 물가 등을 고려한다면 그들의 작업환경이 그다지 좋아졌을 것 같지 않다. 사람들의 마인드와 문화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내 안의 미묘한 감정-위기의 상황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대하는 자세 등- 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인상적이었고 정말 다양하게도 비인간적인 노동환경이 있다는 사실을 새삼 절감할 수 있었다. 신간 ‘어떤 동사의 멸종‘이 매우 궁금하다. 양돈장, 비닐하우스, 부품조립공장, 꽃게잡이 등에서 일하던 그가 지난 십여년간 콜센터 상담, 택배 상하차, 뷔페 식당 주방, 빌딩 청소 등에서 일을 했다고 하니 우리네의 노동환경이 얼마나 바뀌었고 노동착취가 얼마나 더 교묘해졌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기대기대. + 한국출판문화상을 수상한 ‘고기로 태어나서‘도 읽으려고 했으나 그 끔찍한 실태를 접할 자신이 없어 포기했다.
직장인이라면 가장 친근한 곳인 ‘탕비실‘이라는 제목으로 다양한 탕비실 빌런의 유형을 대면서 어느 빌런이 제일 싫으냐고 묻는 이 책의 광고 문구를 보자마자 너무 구미가 당겨 바로 구매해(택배기사님을 눈이 빠져라 기다리다가) 배송 즉시 한 시간 내에 읽어버린 책. 속전속결이로세. 전자책 동시출간이었으면 정말 한 시간 걸릴 일이었는데 종이책을 기다리느라 하루를 소비했다는 것이 아쉬울 뿐. 티비를 보지 않아 관찰예능이나 리얼리티 쇼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순전히 ‘탕비실‘ 하나에 꽂혀 읽게 된 셈. 전개는 내 예상과 달랐지만 결말은 이 생각 저 생각하게 만들었다. 특히나 인간이란 얼마나 다차원적인지, 인간 관계란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게 됐다. 꽤 오랫동안 유행했다는 소위 리얼리티 쇼를 보지 않는데 보는 사람들-그러니까 이 책의 포맷이나 스텐스에 익숙한 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어떻게 읽었을지 궁금하다.책 겉표지도 감각적인데 표지 안쪽도 ‘합숙 리얼리티 쇼‘를 알리는 포스터라 새로웠다. 책 자체는 시집 정도의 사이즈와 두께로 눈에 띄는 표지와 그림이 있는, ‘하이퍼리얼리즘 소설‘을 표방하는, 여러 모로 통통 튀는 감각적인 소설.
아무튼 시리즈와 천선란 작가의 조합이 매우 바람직하게 느껴져 예약 구매를 해서 보았으나 ‘다지몬‘에 대해서 아는 것이 전혀 없기에 진입 장벽이 있었다. 중후반부에 나오는 작가의 디지몬 ‘엄마‘이야기가 나오자 비로소 읽기에 몰입이 됐달까. 이 이야기는 ‘디지몬과 헤어지는 이야기‘이자 떠나간 줄도 모르고 작별 인사도 없이 헤어지게 된 우리의 유년 시절과의 작별 이야기일 수도 있다. 작가에게는 밝히고 싶지 않았던 인생 고백과 이를 통한 한 단계 성숙을 의미할 수도 있겠다. 유년 시절과 이렇게 작별을 하고 우리는 소위 어른이 되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