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이라는 숫자와 스페니쉬 두 단어에 꽂혀 읽게 되었다. 미국 살 때 멕시코에 대한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많이 듣고 봐서 결국 가보지 못했는데 60살에 스페니쉬를 배우러 멕시코에 간 60살 할아버지 이야기라니 호기심이 발동했다. 외국어와 멕시코는 나에게 늘 너무나 먼 당신이었기에 이 둘 다를 60이라는 나이에 도전한다니 대단히 멋져 보였다. 노년에 배움이 즐거울 수 있는 이유는 경쟁이나 목표가 없기 때문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이 책을 읽고 보니 과연 그렇다. 슬렁슬렁 문화도 익히고 언어도 익히도 여행도 하고 그러다보면 외국어가 늘고(혹은 늘거나 말거나) 그들은 그렇게 즐겁게 낯선 언어와 환경을 즐긴다. 젊은이들은 늘 목표가 있고 경쟁이 있고 달성해야 할 과제가 있고 돈은 부족하다. 노인은 그 반대겠지. 언제까지 레벨 몇으로 가야한다거나 이걸 배워서 직업을 바꿔야 한다거나 일에 도움이 되어야한다거나 하는 구체적 과업이 없는데 시간과 돈은 많고. 게다가 그들은 그들의 인생이 얼마 남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기에 순간을 즐기는 데 능숙하다. 스페니쉬의 스도 모르는 나도 읽을 수 있게 쉽게 설명하고 멕시코 문화와 관광지 등을 과도하지 않게 알려주고 미국문학 번역가로서 좋아하는 미국문학 작품 이야기도 나오고 덕분에 위험천만하다는 그 멕시코를 함께 슬렁슬렁 여행한 기분이다. 의외로 재미난 책.
제목이 마음에 들어 읽게 된 책. 가족이라는 핑계로 자행되는, 서로에게 상처가 되는 일이 많기에 제목이 와닿았다. 그래서 가족만 아니면 그 어느 누구도 사랑할 수 있다고 했던 소설가가 있었나보다. 감추고 싶은 자신의 집안 이야기, 아버지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고 보편적이지 않은 자신의 도발적 생각들을 서슴없이 이야기한다. 마지막에 돌아가신 부모님과 오빠에게 편지를 보내고 자신에게까지 편지를 보내는 부분에서 공감이 많이 됐다. 결국 모든 것은 자신을 알아가는 일인 것이다. 또 타인에게 그가 가족이든 아니든 기대를 해서는 안 되며 자신에게만 기대를 품어야한다는 말에 적극 동의한다. 이렇게 평생 자신의 생각대로 살아가려고 노력한 작가가 대단하게 느껴진다. 참으로 용기있는 사람. 전통적 개념의 가족은 무너져 가고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많아진 현대 사회에서 가족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겨 보고 결국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책.
가족의 붕괴는 마음의 소통이라는 가장 중요한 부분을 잃어가고 있는 증거일 것이다. - P117
다양한 직업군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읽게 되었다. 우리의 인명경시 풍조, 직업의 귀천은 어디에서 기원한 것이고 그것이 언제쯤 근절될 수 있을까 읽는 내내 착잡했다. 최저임금은 최고 수준이라고 주장하면서 노동환경은 매우 열악하고 위험하다. 그들의 뒤를 든든히 지켜줄 어떠한 버팀목도 보이지 않고 그 버팀목을 만들기 위한 활동을 하려고 하면 무시무시한 제재가 뒤따른다. 이 공식이 언제쯤 바뀔지 암담하다. 특성화고 출신 간호조무사의 이야기가 마음 아팠다. 그래서 점점 더 특성화고로 진학을 시키지 못하고 인문계 고등학교로 진학을 시켜 잠만 자는 학생을 양산한다. 학생이라는 이유로, 배우면서 일한다는 이유로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에서 나아가 보호도 받지 못하는 이 현실은 무엇때문일까. 이를 위해 우리가 해야할 일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게 된다.
‘지금 나는 화창한 중년입니다‘보다 발언 수위가 더 높다. 2015년작이라 2년 후에 수위가 더 높아진 것인가.중학생과 중년을 비교해서 설명하는 것부터 들어가는 말이 시작되는데 그것부터가 압권이다. 뭔가 어정쩡한 나이에 호르몬 불균형까지, 읽고보니 그럴듯한 비유다. 제2의 사춘기라고도 부르니 일리있는 생각. 불안정함이 중년의 추함이라고까지 말한다. 서슴없다. 자신이 중년이라 이렇게까지 말할 수 있는 것이겠지. 아줌마는 아무리 노력해도 귀여워질 수 없지만 할머니는 귀여울 수 있다고 한다. 정말 그럴까. ㅠㅠ마음은 그대로고 본인이 생각하기에 외모도 별로 달라진 건 없는 것 같은데 주위에서는 노땅 취급한다는 발언까지. 처음에는 가차없는 발언에 끌려 읽게 되었고 읽을 때마다 맞아 맞아 그럴 수 있지 하면서 읽었지만 왠지 씁쓸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독설로 가득해서 재미있을 수도 아플 수도 있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