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용 감성
박재홍 지음 / 니들북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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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세는 나이‘를 쓰는 우리나라의 경우 ‘만 나이‘를 쓰는다른 나라보다 생일의 중요성이 덜하다고 생각한다. - P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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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시리즈를 좋아해서 무작정 읽었다. 새 이야기를 책 한 권으로 하기에는 너무 지루하지 않을까 싶었다. 저자가 새 전문가인가 싶었고. 하지만 워낙 딱따구리를 좋아해서 계속 읽어나갔는데 이 책은 딱따구리에 대한 이야기라기 보다는 환경에 대한 이야기였다. 딱따구리는 그저 거들 뿐.


딱따구리의 그 특유의 소리를 좋아한다. 타향살이 속에서도 즐거움은 있는데 그 즐거움 중 하나가 집앞 공원을 산책하며 딱따구리 소리를 듣는 것이었다. 물론 아무것이나 쪼아대는 덕분에 우리집 물받이 연통을 부서져라 쪼아대던 재밌는 모습도 보았다. 이 책에 보니 딱따구리는 소리가 잘 울린다 싶으면 뭐든지 쪼아댄단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연통 쪼는 소리는 정말 시끄러웠다. 


워낙 해외를 많이 오가고 특히나 영국에 많이 체류하므로 영국 이야기가 많은데 영국 이야기 중 '정크 푸드 프로젝트'가 인상적이었다. 여기서의 정크 푸드는 인스턴트 음식을 가리키는 원래 의미가 아니라 유통 기한 직전의 식재료를 가리키며 이를 각 가정에 배달하는 프로젝트라고 한다. 공급자는 음식물 처리 비용과 쓰레기를 줄이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저렴하게 식재료를 구입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것이겠다. 읽고 보니 내가 보았던 푸드 레스큐와 닮았다. 말 그대로 버려질 음식들을 구제해 음식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는 것. 이십여년간 자원봉사로 외국인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던 한 할아버지는 푸드 레스큐 활동도 했었다. 미국인들에게 차는 발과 같은 것이고 노인이어도 운전은 다 하니까 시간만 맞으면 점심시간이 끝나면 버려지는 구글과 같은 회사의 구내 식당 점심 재고를  극빈층 사람들에게 배달하는 것이라고 했다. 물론 그 할아버지는 그 활동을 통해 구글 구내 식당의 음식이 훌륭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취지에서 그 이야기를 했지만, 나는 여러 자원봉사 활동을 하는 할아버지가 참 멋지다는 생각을 했다. 한국의 할아버지들에게도 이런 모습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던 것 같다. 


전반적으로 인간이 태어나서 얼마나 환경을 파괴하고 오염시키는가를 이야기하면서 그 정도를 줄이는 것이 저자의 삶의 목적인 것 같았고 그것은 영장류 학자인 그의 배우자 김산하도 마찬가지였고 일러스트레이션 작가인 시동생 김한민도 마찬가지였던 듯 하다. 그런 인연으로 만나게 되었던 것 같고. 

이것이 바로 박규리 구리구리 딱따구리 씨의 시동생 김한민 씨가 쓴 '아무튼, 비건'이다. 최근 들어 문학계에서도 비건이 늘어나고 있는 듯 한데 읽어보고 싶다.


불현듯 떠오른 책은 내가 좋아하는 저자인 마이클 폴란의 잡식동물의 딜레마. 우리는 잡식동물이라 너무 많은 종류의 음식을 먹는 것은 아닌지. 전세계 식품 산업의 알고 싶지 않은 진실에 대해 이야기 하는 이 책에서 나는 동물 사육의 문제점을 처음 접했었던 것 같다.


What you eat, who you are.이니 우리가 먹는 것이 무엇인지  한 번 더 고민해보고 음식을 먹어야 할 것 같다. 


그냥 귀여운 딱따구리에 대한 배경지식이나 쌓아볼까 하면서 읽었던 책이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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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독서가 언어를 매개로 하지만 역설적으로 언어 이상의 것을 감각하게 하는 행위라는 맥락에서 생각해보면 독자로서, 외국어로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 아닐 수 없다. 모국어가가진 문법 규범과 언어 체계 안에는 결코 포착되지 않는 무언가를 느끼고 발견해내는 순간, 그것은 외국어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끝내 경험할수 없는 마법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원서로 책을읽는다는 것은, 표지와 경계가 뚜렷한 해수욕장을벗어나 저 멀리 망망대해를 헤엄치는 것과 비슷하다. 외국어로 쓰인 원서의 페이지를 넘기는 사이눈앞에 펼쳐지는 것은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을것만 같지만 그 끝이 점점 멀어질 뿐인 광활하고

짙푸른 바다다. 모국어의 경계 밖에서 헤엄치는일은 매우 험난하고, 때로는 위험하며, 나를 기진맥진하게 만드는 도전의 연속이지만 동시에 그것은 흥미진진한 모험이다. 외국어를 읽는 동안 나는 가닿을 수 없는 수평선처럼 그곳에 있는, 누군가의 모국어와 내 발을 묶고 있는 나의 모국어 사이 어딘가에서 대양을 가로지르는 은빛의 물고기처럼 자유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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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 교보문고에서 너덜너덜해졌던 백수린의 '여름의 빌라'를 읽었다. 단편집으로 8개의 작품이 실려있는데 그 중 '시간의 궤적(2019)', '고요한 사건(2017)'은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에서 '흑설탕 캔디'는 '나의 할머니에게'

에서 읽은 것이었다. 그렇게 따진다면 처음 보는 작품은 다섯 개 정도. 


이 중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작품은 '시간의 궤적'이다. 이미 읽었지만 반가운 마음에 다시 읽었다. 다시 읽어도 어쩌면 이국생활을 그렇게 잘 묘사했는지, 정말 이렇게는 직접 경험해 보지 않고서는 쓸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반면에 국내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들, 특히 육아에 대한 이야기(아직 집에 가지 않을래요-알고보니 2020 현대문학상 수상작이었다.)는 누군가에게 들은 이야기를 잘 전달했다는 느낌이 든다. 아주 잘. 의도적으로 그렇게 느끼게끔 했을 수도 있지만 왠지 뼛속깊이 느껴본 것 같지는 않다. 그런 면에서 백수린 작가는 외국 배경 작품에 특화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프랑스 리옹 대학에서 박사를 받으려면 그곳에서 꽤 오래 체류해야 했을 테니  당연한 결과인 듯도 하다. 


그의 작품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여성 캐릭터들이 다들 독특하다는 점이다. 어떤 나눔의 경계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져 있는 느낌이다. 그녀들은 하나같이 우리의 선입관과 편견을 비껴간다. 자식보다 나를 먼저 생각하는 엄마(폭설), 타향살이에서도 남몰래 백인할아버지와 연애를 하는 할머니(흑설탕 캔디) 범생이지만 소위 노는 애와도 학교 밖에서는 가끔 일탈을 하고(아카시아 숲, 첫 입맞춤), 달동네에 살지만 재개발을 노리고 몇 년을 임시로 사는, 그래서 소위 있어 보여서 동네 사람들은 예의 바른 거리를 두고 잘 사는 집 애들과는 어울리지 않지만 성적 때문에 무시는 하지 못한다. (고요한 사건) 따지고 보면 우리 누구나가 다 이런 경계에 살고 있다고 생각해도 좋겠다. 


특히나 앞의 두 캐릭터가 좋다. 좀 더 이기적인, 늘 자신을 먼저 고려하는 그런 캐릭터가 마음에 든다. 자식 입장에서는 자식보다 나를 먼저 생각해 나를 버리고 미국으로 가버린 엄마는 평생 용서되지 않을 존재이겠지만 엄마입장에서는 또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을 알면서도 딸은 받지 못한 사랑으로 인한 구멍을 평생 메우지 못하며 살 것이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식보다는 나를 먼저 생각한 엄마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폭설)


'아주 잠깐 동안에'도 한밤에 무겁게 구형세탁기를 나르는 할아버지와 간신히 아파트 전세를 얻어 집들이를 하고 난 다음의 나가 등장한다. 피하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할아버지를 도와 드리게 되지만 나 몰라라 할 수 없는 나는 가난과 부유함의 어느 경계에서 갈팡질팡하는 느낌이다. 겉으로는 평탄하게 아파트 전세에 안착해 아이들 낳고 잘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남몰래 그 기억에서 잘 벗어나지 못한다는 면에서 그렇다. 백수린 작품 중에서 나름 특이하다면 특이한 작품인데 작가가 이와 같은 문제를 계속 해서 써 나간다면 어떤 모습일까, 작가는 어떤 식으로 성장하게 될까 궁금증이 인다. 


'여름의 빌라'(알고보니 2018 문지문학상 수상작이었다. 백수린 작가는 대세 중의 대세인데 나만 몰랐던 듯.)는 이 작품집의 제목이기도 한 작품인데, 여행과 유학시절(독일)의 인연으로 알고 지낸 한스와 베레나 부부가 시엠레아프에 '빌라'를 빌려 놓고 동남아를 여행하던 중 빈 방이 있다며 나와 지호 부부를 초대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고 있다. 주로 함께 여행하며 벌어지는 일들, 그것들에 대한 그들의 대화로 이루어진다. 딸을 사고로 (테러로 연상되는) 잃고 딸이 남긴 손녀를 키우면서도 그들은 일 때문에 딸이 손녀를 맡기고 갔다고 손녀에게도, 나와 지호에게도 말한다. 한스, 베레나 부부는 끝까지 그 사고에 대해서 함구한다. 나중에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고 기억을 잃기 전에 쓰기 위해 보내진  베레나의 편지로 그 사고에 대해서 밝히게 되지만. 그것도 모르고 지호는 여행 중 한스에게 소위 백인 중산층의 안일한 세계관을 비난한다. 하지만 사고로 자식을 잃은 부모는 백인 중산층의 우월적 세계관에서는 많이 비껴나 있을 수 밖에 없는데, 말하지 않으면 모르는 것들 투성이인 우리들이라 이런 실수를 종종 범하고 서둘러 가치판단을 하게 마련이다. 좋은 것만 보여주고 좋은 모습만 보고 싶어하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얼마나 많은 오해가 발생할 수 있는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끔 하는 작품이다. 수많은 몰이해와 오해 속에서도 우리는 타인과의 관계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가, 유지해야만 하는가 하는 회의도 들었고, 한 길 사람 속이라는 것은 얼마나 깊은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하나같이 개성과 생각거리로 가득찬 작품이다. 멋진 소설집이라 그렇게 너덜너덜해졌었구나 하는 깨달음이 몰려온다. 


+ 하지만 코로나 시대에 야생동물을 대하는 태도에는 좀 의문이 들었다. 비둘기도 먹이를 주지 말라고 하던데. 그들은 그들 나름의 생활이 있고 인간과는 구분되어야 하는데 섞여서 살게 되다보니 코로나 바이러스도 생기게 된 것이라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박쥐에서 바이러스가 나왔다는 것이 정설인데 요즘은 어떻게 생각이 바뀌셨는지. 어떤 자세로 살고 계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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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십년을 되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들이고 있다. 내가 한국에 없었던 지난 십 년을 그냥 나 혼자 잃어버린 십년이라고 부르는데, 그 기간에 도대체 이 나라에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 밀린 지식을 채우느라 정신이 없는 나날들이다.(그런데 영원히 채워지지 않을 것 같다.) 그 중 하나가 독립서점에 대하여 알아보는 것. 


책이라면 전자책이든 종이책이든, 서점이라면 독립서점이든 중형서점이든 대형서점이든 중고서점이든 헌책방이든 다 좋아하기 때문에 나로서는 책 관련이라면 뭐든 그냥 다 많아지고 더 저렴해지면 좋다는 아무 생각없는 수준이다. 


독립서점 관련 책들을 읽다가 문을 닫게 됐다는 사연이 담긴 책 '오늘, 책방을 닫았습니다' 도 읽고 유행처럼 번져나갔다는 독립서점들 몇 곳을 찾아다니며 한 인터뷰를 모아 만든 책 '탐방서점'도 읽어보았다. 


탐방서점에 나오는 한 서점 운영자는 반즈앤노블이 마음에 남아서 한국에 돌아와 독립서점을 열었다고 했다. '반즈앤노블'이라는 말을 들으니 또 아련해진다. 미국에도 '보더스'도 있고 '북스어밀리언'도 있었는데 다 없어지고 간신히 '반즈앤노블'이 남았지만 역시나 아마존 킨들과 애플 아이패드의 역공에 (정확히는 아마존이겠지만) '반즈앤노블의 누크(반즈앤노블이 내놓은 킨들이나 아이패드 같은 전자책단말기)''는 형편없이 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더스'가 전자책 시장에 적응하지 못해 문을 닫았다는데 간신히 '누크로 살아남은 '반즈앤노블'도 점포수를 많이 줄였다. '누크'는 아무리 최저가격으로 할인판매를 해도 아무도 이용하는 것 같지 않고. 미국은 도서관이 워낙 넓고 지역마다 빼곡히 자리잡고 있어서 반즈앤노블이 앞으로 계속 살아남을 지는 잘 모르겠다. (거기다 아마존까지 오프라인으로 첨단서점을 냈으니. 베스트셀러만 진열하고 자동결제까지 이루어지는 소위 우리의 선택은 재고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식의 서점말이다.) 반즈앤노블은 우리의 독립서점 같지 않고 교보문고 같다. (미국 지역 도서관은 지역과 관련된 도서 이벤트도 많고 각종 북클럽도 많이 운영하고 staff's picks라고 해서 매달 도서관 사서들이 뽑은 권장도서들이 있는데 이 셀렉션이 아주 좋은 편이다. 게다가 도서관 시스템도 이용하기 편하고 책의 권수도 정말 많고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반즈앤노블도 약간의 행사가 있기는 하지만 도서관 행사에 비하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물론 푹신한 소파(전보다는 수가 줄었지만)와 넉넉하고 여유로운 공간, 다양한 할인판매 등이 있지만. (그런데 없는 책이 꽤 많다. 인터넷으로 구매하고 매장에서 찾아가는 서비스도 하지만 아마존 배송이 훨씬 낫다.)


우리동네 '반즈앤노블'에 가면 엄청나게 넓은 매장에 직원은 적어도 대여섯명은 되는 것 같은데 손님은 나 하나인 경우가 많았었다. 책보다는 다른 물건 판매에 더 열을 올리는 것 같았다. ('보더스'도 마지막에는 정말 책방이 아니라 문구점 같은 느낌이 들더니 그것이 마지막이 되었었다.) 하지만 그 넉넉함과 여유로움이 좋고 부러워 최대한 원서읽는 실력을 길러 정말 그리웠던 고국의 서점에 온 느낌을 '반즈앤노블'에서 느끼고야 말겠다는 일념으로 살았던 것 같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다시 와본 교보문고는 내가 알던 교보문고와 많이 달라져 있었다. 독립서점이라는 곳도 많이 생기고. 


공간과 책을 대여하는 서점, 인문학 위주 서점, 문학 위주 서점, 시 위주의 서점, LGBT 서점, 유명인이 하는 서점 등등 알고보면 미국 도서관에서 총괄하고 있는 역할들을 독립서점에서 세분화해서 그 역할을 해주고 있다는 느낌이다. 운영자들은 대부분 수익이 나지 않아 다른 주업을 하면서 동시에 책방도 운영하는 고난의 길을 가고 있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감사할 뿐인 환경인 것 같다. 코로나 상황이라 이벤트 등 행사 유치가 예전 같지 않을 텐데 다들 어떻게 꾸려나가고 있는지 걱정도 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우리의 문화가 다양해지고 깊어지는 일련의 과정들이라고 보면 너무 낭만적인 것일까. 책세상에도 빈익빈부익부가 넘쳐나는 것 같지만 어찌됐든 누가 뭐라든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든 원하는 책을 손에 넣고 읽게 마련이다. 그들의 노력이 가상하다. 고맙다. 멋진 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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