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십년을 되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들이고 있다. 내가 한국에 없었던 지난 십 년을 그냥 나 혼자 잃어버린 십년이라고 부르는데, 그 기간에 도대체 이 나라에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 밀린 지식을 채우느라 정신이 없는 나날들이다.(그런데 영원히 채워지지 않을 것 같다.) 그 중 하나가 독립서점에 대하여 알아보는 것. 


책이라면 전자책이든 종이책이든, 서점이라면 독립서점이든 중형서점이든 대형서점이든 중고서점이든 헌책방이든 다 좋아하기 때문에 나로서는 책 관련이라면 뭐든 그냥 다 많아지고 더 저렴해지면 좋다는 아무 생각없는 수준이다. 


독립서점 관련 책들을 읽다가 문을 닫게 됐다는 사연이 담긴 책 '오늘, 책방을 닫았습니다' 도 읽고 유행처럼 번져나갔다는 독립서점들 몇 곳을 찾아다니며 한 인터뷰를 모아 만든 책 '탐방서점'도 읽어보았다. 


탐방서점에 나오는 한 서점 운영자는 반즈앤노블이 마음에 남아서 한국에 돌아와 독립서점을 열었다고 했다. '반즈앤노블'이라는 말을 들으니 또 아련해진다. 미국에도 '보더스'도 있고 '북스어밀리언'도 있었는데 다 없어지고 간신히 '반즈앤노블'이 남았지만 역시나 아마존 킨들과 애플 아이패드의 역공에 (정확히는 아마존이겠지만) '반즈앤노블의 누크(반즈앤노블이 내놓은 킨들이나 아이패드 같은 전자책단말기)''는 형편없이 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더스'가 전자책 시장에 적응하지 못해 문을 닫았다는데 간신히 '누크로 살아남은 '반즈앤노블'도 점포수를 많이 줄였다. '누크'는 아무리 최저가격으로 할인판매를 해도 아무도 이용하는 것 같지 않고. 미국은 도서관이 워낙 넓고 지역마다 빼곡히 자리잡고 있어서 반즈앤노블이 앞으로 계속 살아남을 지는 잘 모르겠다. (거기다 아마존까지 오프라인으로 첨단서점을 냈으니. 베스트셀러만 진열하고 자동결제까지 이루어지는 소위 우리의 선택은 재고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식의 서점말이다.) 반즈앤노블은 우리의 독립서점 같지 않고 교보문고 같다. (미국 지역 도서관은 지역과 관련된 도서 이벤트도 많고 각종 북클럽도 많이 운영하고 staff's picks라고 해서 매달 도서관 사서들이 뽑은 권장도서들이 있는데 이 셀렉션이 아주 좋은 편이다. 게다가 도서관 시스템도 이용하기 편하고 책의 권수도 정말 많고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반즈앤노블도 약간의 행사가 있기는 하지만 도서관 행사에 비하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물론 푹신한 소파(전보다는 수가 줄었지만)와 넉넉하고 여유로운 공간, 다양한 할인판매 등이 있지만. (그런데 없는 책이 꽤 많다. 인터넷으로 구매하고 매장에서 찾아가는 서비스도 하지만 아마존 배송이 훨씬 낫다.)


우리동네 '반즈앤노블'에 가면 엄청나게 넓은 매장에 직원은 적어도 대여섯명은 되는 것 같은데 손님은 나 하나인 경우가 많았었다. 책보다는 다른 물건 판매에 더 열을 올리는 것 같았다. ('보더스'도 마지막에는 정말 책방이 아니라 문구점 같은 느낌이 들더니 그것이 마지막이 되었었다.) 하지만 그 넉넉함과 여유로움이 좋고 부러워 최대한 원서읽는 실력을 길러 정말 그리웠던 고국의 서점에 온 느낌을 '반즈앤노블'에서 느끼고야 말겠다는 일념으로 살았던 것 같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다시 와본 교보문고는 내가 알던 교보문고와 많이 달라져 있었다. 독립서점이라는 곳도 많이 생기고. 


공간과 책을 대여하는 서점, 인문학 위주 서점, 문학 위주 서점, 시 위주의 서점, LGBT 서점, 유명인이 하는 서점 등등 알고보면 미국 도서관에서 총괄하고 있는 역할들을 독립서점에서 세분화해서 그 역할을 해주고 있다는 느낌이다. 운영자들은 대부분 수익이 나지 않아 다른 주업을 하면서 동시에 책방도 운영하는 고난의 길을 가고 있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감사할 뿐인 환경인 것 같다. 코로나 상황이라 이벤트 등 행사 유치가 예전 같지 않을 텐데 다들 어떻게 꾸려나가고 있는지 걱정도 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우리의 문화가 다양해지고 깊어지는 일련의 과정들이라고 보면 너무 낭만적인 것일까. 책세상에도 빈익빈부익부가 넘쳐나는 것 같지만 어찌됐든 누가 뭐라든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든 원하는 책을 손에 넣고 읽게 마련이다. 그들의 노력이 가상하다. 고맙다. 멋진 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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