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향력과 욕망을 구현할 방법을 돈 이외에 상상할 수 없는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돈 자체에 목을 매게 된다는 것입니다 - P255
소위 노잼휴먼이라 여가시간에 왜 다양한 종류의 겨루기 게임을 즐기는지 도통 이해가 안 되는 사람이지만 아무튼 시리즈에 대한 열정과 보드게임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으로 ‘아무튼 보드게임‘을 읽기 시작했다. (밀리의 서재에서 바로 볼 수 있었던 것도 일조했겠다.) 그런데 읽다보니 단요의 ‘인버스‘라는 작품이 오래 언급되었는데 아주 흥미로운 주제였다. 한국 소설의 소재가 다양해져서 장류진의 ‘달까지 가자‘나 천현우의 ‘빌런‘에서 코인 투자를 다뤘지만, ‘인버스‘는 이 작품들의 심화 버전이랄까 주식 투자도 코인 투자도 아닌 ‘선물 거래‘에 대한 소설이라니 대체 이런 주제가 한국 소설의 주제였던 적이 있었나 싶어 얼른 구해 보았다. ‘인버스‘는 ‘정반대‘라는 뜻으로 선물투자의 기본을 의미하는, 오르면 잃고 내리면 얻는 통상적 거래와 반대되는 선물거래의 특성을 나타낸다. (맞나?;;ㅜ) 선물 거래의 시옷도 모르는 내가 이 소설을 매우 흥미진진하게 한 번에 휘리릭 읽었으니 경제 용어에 낯설지 않은 사람이라면 주식이나 코인 등등에 대한 투자를 해보지 않았어도 대충은 이해하고 그들의 심리를 따라갈 수 있다. ‘아무튼, 보드게임‘에서도 이 작품을 거론한 이유는 인간의 투기에 대한 반응을 (계속 좀 더 강렬한 자극을 추구하다 죽어버린다는 실험실의 쥐와 같은) 조절할 수 있느냐는 문제의식 때문이었다. 주식 투자는 정해진 시간 안에만 하는 것이지만 선물거래는 그렇지 않아, 늘 깨어있으면서 바뀌는 숫자와 바뀌는 색깔만을 나타내는 화면을 들여다보게 되는 좀비의 삶을 살면서 단숨(은 아니고 일주일)에 5억여 원을 버는 경험을 해 본 사람이 이런 류의 투자를 끊고 예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으로 이 작품을 흥미진진하게 읽었던 것 같다. 결말은 장류진의 ‘달까지 가자‘처럼 실패를 경험한 성공이지만, 최하나의 ‘강남에 집을 샀어‘처럼 스스로의 삶을 마감할 수밖에 없는 실패의 결말이 훨씬 절대 다수일 것 같은 느낌이라 읽는 내내 긴장감을 느꼈고 늘 등이 서늘했다. 공존하는 온라인 세상과 오프라인 세상에서 이 두 가지 세상 모두를 살아내야 하는 우리 현대인들은 큰 문제 상황의 소용돌이 속에 살고 있는 것 같다. 바보가 되지 않기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며 어떻게 밸런스를 맞추고 살아야 할까. 예나 지금이나 삶은 언제나 도전이다. 아무튼 간만에 읽은 흥미진진한 소설!! 새로운 소재는 언제나 옳다!!!
김미옥의 ‘감으로 읽고 각으로 쓴다‘를 전자책으로 읽다가 중후반부 들어 읽는 힘이 달려 멈추고 있던 차에 우연히 들르게 된 광화문교보에서 종이책으로 사서 읽게 된 책. 다행히? 이 책은 전자책이 없어 가뿐하게 종이책으로 사서 볼 수 있었다.(하지만 평상시에는 전자책이 있는 것을 선호)소감은 ‘미오기전‘이 더 재미있다는 것. 저자의 삶의 이력도 특이하고 결혼생활 직장생활 부업생활도 남다르게 보였다. 아들 둘을 키우는 모습도. 뭘 해도 다 성공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경제적으로 무능한 남편도 커버하고 무지막지한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도 커버하고 남다른 형제들도 커버하고 억센 아들 둘도 커버하고 이상한 직장 상사와 동료들도 커버하고 이상한 이웃들도 커버하고. 이것은 자서전이라 그런 것이기도 하겠다. 어려서부터 입주가정교사를 하며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서도 높은 지위에 있고 그러면서도 자식둘을 키우고 부모를 돌보고 부업도 두 개나 하고 부동산으로도 성공하고 조립 수선 용접까지 하는 천하무적 ‘미옥‘의 이야기. 이 모든 것의 원동력은 그의 타고난 성격과 활자중독 덕분인 것 같았다. 매일매일 SNS에 서평을 올린 것이 화제가 되어 책으로 나온 것 같은데 페이스북을 아직도 사용하는 40, 50대 이상에게 각광을 받는 듯하다. 좀 올드한 느낌이 들지만 ‘감~각~‘도 마저 읽으려고 한다. 그런데 미오기전에 비해 많이 심각한 듯. 등단의 장벽이 무너져 실로 다양한 작가들의 글을 읽을 수 있게 된 시대임을 실감하게 하는 책.
암과 처절하게 맞서다가 장렬한 죽음을 맞는 이야기를 서구 사람들은 좋아하고 그런 내용을 담은 책들이 많이 나오기도 했다. 눈물없이 볼 수 없는 감동적인 이야기들이지만 그들의 결말은 모두 죽음이었다. 그런데 생존자가 암을 극복한 이후에는 어떻게 사는가는 또 다른 문제로 그 이후의 삶이 동화 속 happy ever after 결말처럼 결코 행복하지만은 않을 듯 한데도 이를 다룬 책은 드문데 이 책을 만나게 되어 허겁지겁 구매해 읽어 보았다.저자는 ˝인간은 모두 건강의 왕국과 질병의 왕국, 두 곳의 이중국적을 갖고 태어난다...우리는 좋은 여권만을 사용하길 바라지만, 누구든 언젠가는 잠시나마 다른 쪽 왕국의 시민이 될수밖에 없다.˝는 수전 손택의 ‘은유로서의 질병‘의 구절을 인용하며, 본인은 그 중간지대에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이 책은 시작된다. 원서 제목 Between two kingdoms은 바로 여기서 나온 것. 전반부는 말그대로 대학 졸업 후 창창한 미래를 앞둔 저자에게 급성 백혈병이라는 갑작스러운 고난이 찾아오고 이를 위해 온 가족과 연인이 힘을 합해 고난을 극복하는 과정이 생생하게 나온다. 후반부는 35퍼센트의 생존 확률에 당첨되어 살아남은 이후에 진짜 제대로 지옥문이 열리는 상황이 나온다. 암이라는 싸워야 할 대상이 분명할 때는 그걸 위해 맹렬히 싸우면 되지만, 암은 제거되었지만 모든 것을 걸고 암과 싸웠기에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일도 사람도 - 상황에서 저자는 길을 잃고 방황한다. 아무도 그에게 그 이후의 삶을 안내해주지는 못했다. 저자는 방황하다가 자신에게 각종 경로를 통해 연락을 해온 사람들을 찾아 나서기로 하고 미국 전역을 돌며 한 사람 한 사람 만나며 자신의 삶의 경로를 정하려 노력한다. 나도 미국에서 혈액 관련 질병 때문에 골수 검사를 받았고 호중구니 림프종이니 혈액 관련 정보에 익숙하다. 골수 검사를 받으러 갔을 때 병동에 있던 사람들의 나이나 상태 등에 대한 기억이 저자가 묘사하는 상황과 너무 유사해 놀라웠다. 생존률이 워낙 낮은 병이라 대부분 살아남는 것이 목표이지 살아남은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안내하는 자료는 거의 없어 저자와 같은 방황하는 생존자가 있을 것 같고 그 빈자리를 채워주는 이 책이 나와서 그 존재감이 빛을 발한 것 같다. 읽어가면서 젊은 나이에 난치병에 걸려 나와 내 가족의 일상이 무너지고 뿌리째 흔들리는 모습을 보며 새삼스럽게 내가 이제 이 병에서 멀어진 것에 다시 한 번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고, 비슷한 경험을 조금이라도 해서 그랬는지 읽는 내내 속도가 나지 않았다. 읽어가기가 어려울 정도로 저자의 고통이 극심했기 때문이다. 고통을 뚫고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술라이커. 원래 인생은 힘겨운 것이니 뚜벅뚜벅 걸어나가야 한다. 우리 모두!!저자 술라이커 저우아드가 건강의 왕국과 질병의 왕국이라는 두 왕국 사이의 중간 지대에서 꿋꿋이 그리고 행복하게 살아남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그럼에도 빛나는 인상깊은 구절들..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것이 고통을 견디는 유일한 방법이다. 207살아남는 데에는 대가가 따른다. 250삶이 우리를 바닥으로 끌어내리더라도 선택할 여지는 있다. 287건전한 고민 해결 방법 3821. 인생에서 감사한 것들의 목록을 작성하고2. 궁둥이 들고 나가서 바깥을 산책하고3. 혹시 식이장애가 찾아오면 끝내주게 맛난 초콜릿과 진한 커피를 자신에게 대접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