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편의 단편 모음집. 클레어 키건의 작품이 새로 번역되었길래 읽어보려니 원서(Walk the blue fields)를 읽었던 것. 그래서 미번역된 이 책을 찾아 읽었다. 정작 제일 유명한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아직 못 읽었다. ‘이처럼~‘이 유행할 때 ‘Walk the~‘와 ‘Foster‘를 읽고 열광했던 것. 클레어 키건의 작품은 특별한 것이 없어보이는데도 결말이 예상 안 되어 긴장감을 느끼며 끝까지 읽게 된다. 작품집의 작품 중 마지막 작품 중 ‘남극‘이 그랬다. ‘길고 고통스러운 죽음‘은 다른 데서 읽었던 것 같기도 하고. 두께가 얇아 휘리릭 읽을 수 있다. 지난 여름(아직 안 지났나)에 원서를 못 읽어 아쉬웠는데 이로써 아쉬움을 조금 달랜 셈.
박연준은 시인으로 알려져 있으나 나는 그의 수필을 더 선호하므로 새로 나온 수필집을 보았다. ‘마음을 보내려는 마음‘은 편지를 쓰고 받는 마음을 나타내는 것이겠지. 고운 마음과 날카롭지만 솔직한 마음으로 써내려간 그의 수필은 수필같기도 하고 시 같기도 하다. 잔잔한 일상을 품은 이야기들. 단골 소재인 발레와 고양이 이야기도 있다. 빛나는 보석이 곳곳에 숨어있는 수필집.
밀리논나의 두번째 책이 나와 반갑게 전지책으로 구매해 보았다. 30년 차이나는 두 저자의 대화로 되어 있어서 휘리릭 읽을 수 있다. 논나의 기본적인 생각들은 첫 책에 나와있어서 그다지 새로운 내용은 없었지만 젊은 이들의 솔직한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 형식으로 더 독자의 입장에서 책이 만들어진 느낌이었다. 여전히 멋진 밀라논나가 여전히 건재함을 확인해 뿌듯하다.
김하나 작가의 팬으로서 그 어머니의 신간이 나왔다는 소식에 너무 반가워 바로 읽게 된 책. 48년생 대졸에 전업주부로서의 삶을 살았던 분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우리에게 얼마나 큰 행운인가. 48년생 할아버지의 글은 마르고 닳도록 보았으나 할머니의 글은 접하기 어렵다. (할머니들 분발하시고 글 많이 써주세요. 완전 재밌어요!) 읽어내려가니 만감이 교차하는 대목이 참 많다. 많이 배우고 출세도 하고 좋은 가정도 꾸린, 기득권이라는 기득권은 다 누린 남성 대학자의 글은 읽을 만큼 읽었으니 그닥 새롭지 않다. 그들은 남성이고 능력도 좋아 실패를 잘 몰라, 여성이라는 약자를 그것도 평범한 약자들의 삶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하지만 학식은 있으되 (거기에 평생의 독서력까지)평범한 삶을 영위한 이옥선 작가님과 같은 분들의 책에는 다양한 삶의 지혜가 담겨 있고, 약자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이 담겨 있고, 책을 통해 그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그런 세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를 조곤조곤 알려주신다. 정말 소중한 책. 1부에서는 의리라면 여자, 결혼 생활에 해피 엔딩은 없다는 대감동의 물결이다. 비록 따님은 여성 동거인과 살고 있어 젊은 여성들의 워너비적 삶을 살고 있지만 그 어머님은 평범한 결혼 생활을 하셨고 그 끝이 어떠한지를 본인의 경험을 통해 세세하게 알려주셔 따님의 팬임에도 불구하고 따님의 글을 읽을 때 느꼈던 다소의 억울함(왠지 따님의 글을 읽으면 결혼한 사람은 다 어리석게 느껴진다. 너무 잘 사셔서 그런가)이 가셔지는 느낌이다. (그래 모든 기혼인이 어리석은 건 아니었어!) 고독사가 꿈이라는 대목도 인상적이었다. 인간은 혼자고 혼자 죽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언급을 일본 작가 책에서도 봤는데 비슷한 의견을 이옥선 작가에게서도 발견하게 되어서 신기했다. 공감이 가기도 하고. 남편은 저 세상으로 먼저 가 평균 수명이 연장되었다고 여겨지는, 활동적인 70대 할머니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재미난 책. 실로 k 그랜마의 새로운 모습이랄까. 멋지고 따님이 부럽다. 이런 엄마가 계시다니. 어머님이 따님 덕을 보는 건가 싶었는데 어머님 덕을 따님이 본 거였다. 역시 돌고도는 선순환. 책이 얇아 아쉽다. 팔십대 이야기도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