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때 처음으로 스포츠가 정신을 단련시킨다는 의미를 알았다. 스포츠의 최대 산물은 연습이 되어승리를 쟁취하고 ‘하면 된다‘는 확신을 갖는 게 아니다. 연습에 연습을 거듭해도 재능에 한계가 있다는것을 깨닫고, 늘 자기 앞에 강자가 있어 자신에게 모래 먼지를 흩뿌리며 등 돌리는 것에도 견디며, 그런상황하에서도 자기 자신을 잃지 않는 것이다. - P85
모든 걸 바라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부당한 운명에처했을 때, 인간은 비약적으로 사고의 폭을 넓혀왔다.벌 받을 이유는 없는데 ‘노화, 질병, 죽음‘을 감내해야만 할 때, 인간은 비로소 이 지구를 전체로서 바라볼 수가 있게 된다. 신앙과 철학이 그 때문에 생겼다고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인간은 그런 상황이 되어서야 비로소 자기를 되돌아보고 자기 생명이 수십 년간의 사명을 끝내고 먼지로 돌아가는 그 과정을 ‘수락‘할 마음이 된다. 결국 ‘노화, 질병, 죽음‘은 인간이 자신을 성숙한 존재로 키우기 위한, 마지막 선물인 것이다. - P140
지우. 채운. 소리. 각자의 비밀을 안고 서로가 서로에게 연관되고 얽혀 도움을 주고 받으며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이야기. 김애란 작가의 신간 소식이 오랜만이라 무척 반가웠다. 그가 직조해 낸 씨실과 날실을 기꺼이 따라 읽으며 읽는 내내 행복했다. 읽는 시간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한번에 읽히는 힘이 있었다. 역시 믿고 보는 작가.
세 편의 단편 모음집. 클레어 키건의 작품이 새로 번역되었길래 읽어보려니 원서(Walk the blue fields)를 읽었던 것. 그래서 미번역된 이 책을 찾아 읽었다. 정작 제일 유명한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아직 못 읽었다. ‘이처럼~‘이 유행할 때 ‘Walk the~‘와 ‘Foster‘를 읽고 열광했던 것. 클레어 키건의 작품은 특별한 것이 없어보이는데도 결말이 예상 안 되어 긴장감을 느끼며 끝까지 읽게 된다. 작품집의 작품 중 마지막 작품 중 ‘남극‘이 그랬다. ‘길고 고통스러운 죽음‘은 다른 데서 읽었던 것 같기도 하고. 두께가 얇아 휘리릭 읽을 수 있다. 지난 여름(아직 안 지났나)에 원서를 못 읽어 아쉬웠는데 이로써 아쉬움을 조금 달랜 셈.
박연준은 시인으로 알려져 있으나 나는 그의 수필을 더 선호하므로 새로 나온 수필집을 보았다. ‘마음을 보내려는 마음‘은 편지를 쓰고 받는 마음을 나타내는 것이겠지. 고운 마음과 날카롭지만 솔직한 마음으로 써내려간 그의 수필은 수필같기도 하고 시 같기도 하다. 잔잔한 일상을 품은 이야기들. 단골 소재인 발레와 고양이 이야기도 있다. 빛나는 보석이 곳곳에 숨어있는 수필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