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아의 일인칭 소설. 처음에는 자폐아의 심리가 너무 세세하게 나와서 내가 자폐증상을 느끼는 정도였다. 숫자나 시간에 대한 엄청난 집착부터 시작해서 노랑색을 혐오하고 책의 챕터 구분을 소수(prime number)로 하는 등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하지만 중반부를 넘어서면서부터는 왜 이 소설이 그렇게 인기가 있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주인공 크리스토퍼의 엄마찾아 삼만리이야기 정도로 요약할 수 있는데..자폐아가 이 세상을 살아내기가 얼마나 힘들까를 생각하니 너무나 마음이 저렸다. 그래도 죽었다고 알고 있던 엄마가 런던에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고 혼자서 우여곡절 끝에 런던에 가서 엄마를 만나는 부분은 매우 감동적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엄마를 만나놓고도 별다른 반가움이나 사랑은 표현하지도 못하고, 수학 월반을 위해서 학교로 돌아가야 한다고 계속해서 이야기하는 크리스토퍼..) 이 일로 크리스토퍼는 자신감을 얻었고 무엇이든 자신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저자 Mark Haddon은 감동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냈을 뿐 아니라 자폐아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조사해서 자폐아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을 높이는 데도 기여한 듯하다. 왜 그들이 우리가 보기에 이상행동을 하는지가 잘 나타나 있다. 그들을 이상하게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이 세상을 살아가기가 얼마나 힘든지, 그들도 나름대로 이 세상을 받아들이려고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를 알게 된다. 12살짜리 자폐아의 관점에서 쓰여진 소설로 문장은 쉽고 평이하다. 내용도 중후반에는 급속도로 독자를 빨아들인다. 멋진 소설이다.
읽고 보니 'The devil wears prada'랑 많이 비슷하다. 맨해튼이 배경이고..지독한 상사 대신 내니를 고용한 지독한 엄마가 나오고..명품들도 많이 나온다. 역시나 주인공이 사는 맨해튼에 있는 아파트의 비싼 렌트비가 문제가 되고...여기 나오는 내니가 NYU를 다니는데 거기 다니려면 돈이 많이 들겠다. 싸이코틱한 엄마 비위를 맞추고, 아이보고, 공부까지 하느라 발을 동동구르는 내니의 모습도 '~프라다'에서 많이 나오는 이미지들..몇 가지 코드만 바꾼 듯 하다. 결국 내니에 가정부에 뭐에 뭐에 엄청난 사람들을 고용해서 아이를 키우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아이랑 식사 한 번 같이 해주는 게 더 중요하다는 뭐 그런 얘기인데..누가 그걸 모르나? 역시 눈요기감이 많아서 영화로 제작되나보다.
아이의 목소리로 써내려간 소설 정도가 내 수준이라는 걸 알아낸 후 이 소설을 읽게 되었다. 15세 소녀가 주인공이기에..역시나 아주 쉬운 문장이었다. 기대를 하고 읽었으나 내용은 아주 진부한 편이다. 손녀와 죽음을 앞둔 할아버지의 교감은 정말 부럽고, 서서히 인생과 죽음을 받아들이게 되는 소녀의 모습은 아름답지만..인생이 흐르는 강물과 같다는 비유는 너무나 진부한 것 아닌가. 처음에는 이렇게 간단한 내용을 이렇게 길게 늘여쓴 것이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강 주변이나 소녀의 마음을 섬세하게 다룬 점은 높이 살 만하다. 끝까지 'river boy'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하려고 하는 점도 그렇고. 금방 눈치채게 되긴 하지만 말이다. 우화적인 것이 코엘료 작품같기도 하고..명상적인 것이 '노인과 바다'같기도 하다..암튼 새롭지 않다는 점이 가장 아쉽다. -It's dying that isn't beautiful..But, then, living isn't always beautiful either. -Nothing lasts forever. There's no use fighting it. We have to accept it.
내용도 다 알고 읽는 다빈치 코드였으나 역시 그 스릴은 여전하더라. 아니 더 하다고나 할까? 하지만 어휘가 매번 발목을 잡았다. ㅜ..중후반부까지는 스릴 만점이므로 기쁘고 재밌게 읽었으나 마지막 마무리는 와신상담의 심정으로..그래도 다 읽으니 뿌듯하긴 하다. 근데 과연 그의 다른 작품을 읽는데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ㅜ 댄 브라운의 소설은 흥미진진하기 때문에 원서로 그나마 읽기에 좋지만 분량이 상당하고 어휘수준이 꽤 높아서 그리 만만하지는 않다. '디셉션 포인트'를 언제 읽기 시작해서 다 읽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ㅜ..댄 브라운..당신 대단하긴 한데 좀 쉬운 단어로 써주면 안 될까? 하긴 내용이 심각하니 불가능하려나?
뉴베리상 수상작. 주인공은 5대째 저주를 받은 집안의 아이로 우연히 길을 가다가 도둑으로 몰려 소년원을 대신하는 캠프에 보내져서 매일매일 구덩이를 파게 되는데 결국은 캠프의 비리를 해결하고 집안의 저주도 푼다.. 스토리야 아이들 이야기여서 극적인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만 중간중간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들이 끊임없이 제시되어 인상적이다. Caveman(주인공의 별명)과 Zero(Zeroni)의 우정-글을 모르는 지로가 케이브맨의 구덩이를 조금 파주고 대신 자신에게 글을 가르쳐달라고 하고, 뚱뚱하고 잘하는 것이라고는 없는, 학교에서 친구도 없고 맨날 괴롭힘만 당하던 케이브맨은 처음에는 못 한다고 하지만 꽤나 논리적으로 지로를 가르친다...게다가 나중에는 거의 서로를 위해 목숨을 걸게 된다.-이 가장 아름다웠고, 인종갈등이나 빈부격차에 대한 언급, 부모를 걱정하는 아이의 마음, 바보처럼 보이지만 끊임없이 생각하는 아이들의 모습, 고통스럽지만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일을 끝까지 밀어붙여 해내는 일 등등이 인상적이었다. 아이들에게(어른들에게도) 자신감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 주는 책이다. 소년원을 대신하는 캠프에서 매일매일 5피트 높이와 폭의 구덩이를 파게 하는 이유는 그들의 캐릭터를 바꾸기 위해서라는데(그건 명목이고 사실은 정말 뭔가를 찾으려는 것이었지만)..결국은 '구덩이파기'는 자아찾기를 의미하는 것일까..자신을 알고 자신을 사랑하게 되는 과정은 힘이 들지만 꼭 필요한 과정이고 그 자체로도 아름답다. 아무도 자신을 좋아하지 않고, 자신조차도 자신을 좋아해본 적이 없었다는 걸 깨달은 주인공..하지만 어느새 자신을 좋아하고 있는 걸 발견하고 행복해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아이들이 이걸 읽고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하는 생각을 계속 하면서 읽었는데..지나치게 교훈적이지 않으면서 재미도 있고 스릴도 있고 행복한 결말이고..아이들이 좋아할 요소들을 두루 갖춘 책인 것 같다. 물론 어른이 읽어도 재미있는 편..게다가 쉬운 영어로 되어있으니 영어공부도 되겠다. 예전에 읽었던 'The curious incident of the dog in the night-time'은 아이가 화자이지만 그래도 어른의 관점이 살짝 드러나 있는데 이 책은 전혀 그렇지 않다. 그런 점에서 더 뛰어난 책일 수도 .. 물론 'The curious~' 스토리가 더 복잡하고 재미있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