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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t of the Silence: After the Crash (Paperback)
Eduardo Strauch / Amazoncrossing / 2019년 6월
평점 :
1972년에 있었던 안데스 산맥 비행기 추락 사고 때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 저자는 45명 탑승자 가운데 살아남았던 16명 중 한 명이었던 우르과이 출신 Eduardo Strauch.
우선은 이들의 생존투쟁 기간이 72시간이 아니라 72일이라는 것이 가장 놀라운 부분 중 하나. 호흡도 쉽지 않은 고도의 산맥에서, 72일 동안, 그것도 구조대가 자신들에게 와줄지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아니 구조대가 오지 않을 것이 거의 확실한 상태에서- 살아남은 그들이 새삼 대단하다.
남들은 평생 해보지 못할 경험을 한 사람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자신을 다시 태어나게 해 준 바로 그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저자는 근 30년간 그날들-그 72일 동안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누군가가 자신이 구출될 때 미처 가지고 오지 못했던 자신의 외투를 바로 그 장소에서 발견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다시는 되살리고 싶지 않았던 그 기억들을, 너무나 끔찍해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던 그 기억들을, 생생하게 하나하나 떠올리며 글로 옮길 마음을 먹게 된다.
고도가 높아 인육 밖에는 먹을 것이 없는 상황에서 죽은 동료를 먹을 것인가 말 것인가로 논쟁을 벌이고 결국 그 논쟁도 필요없어져 버리게 된 상황들, 각종 부상과 극도의 갈증, 영양 결핍 속에서도 버텨온 그들에게 눈사태로 동료들을 순식간에 잃게 되는 과정 등등 왜 이 사고가 영화화될 수 밖에 없었는지 알 수 있을 법한 사건 사고가 많고 모든 것이 극적이다. 그들이 구출될 수 있었던 이유도 그 과정도 모두. (실제로 이 추락 사고는 Alive라는 영화로 만들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 잔인하게도- 다른 재난 영화와 뭐가 다른가 묻는다면 큰 차이가 없다고 답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 우리는 재난 영화를 너무 많이 본 것이다. 오히려 저자가 살짝 언급만 하고 지나갔던, 구조 후에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가기 힘들었다는 이야기가 좀 더 나와주었으면 더 인상적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마존 Discover World Book Day 기념 도서 2탄으로 열심히 읽었는데 - 이 작품을 두 번째로 읽게 된 이유는 먼저 읽은 책과 같이 분량이 두번째로 짧았기 때문 - 짧은 분량 치고는 - 180쪽 정도- 읽는 데 오래 걸렸다.
전체 15 챕터 중 중간쯤에 구출되는 내용이 담긴 챕터에서는 정말 눈물이 절로 흐르는 광경이 펼쳐졌으나, 전체적인 구성이 하나로 모아지지는 못 한 것 같다. 소재는 경이로우나 그것을 적절하게 구성해 내지 못했다고 해야할까. 하지만 작가가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대부분 독자들에게 전달된 듯 싶다.
죽음을 목전에 두었던 사람들이 깨닫게 되는 삶의 경이는 정말로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은 절대 이해 불가능한 상상의 영역이지만, 그것을 살짝 느껴본 것만으로도 이 책의 역할은 다 한 것이 아닐까 한다.
+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로 온 지구가 재난을 맞고 있는 상황에서 50여년 전에 있었던 비행기 추락사고 생존기를 읽고 보니 우리네 인생이란 것이 무엇인가 싶다. 재난은 정말 다양한 형태로 온다. 다양한 형태로, 다양한 모습으로.
++ 남반구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상태에서 크리스마스 직전에 날이 풀려 구출이 가능했다는 이야기가 새로웠다. 10월에 사고가 난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던지 날이 풀려 그들이 구조될 수 있었다. 따뜻한 크리스마스라니 새로웠다. 덕분에 우루과이도 찾아보고, 안데스 산맥도 찾아보고, 수도인 몬테비데오도 찾아보았다. 이래서 아마존에서 월드북을 발견하자고 했나보다. 아무래도 남반구의 삶을 다룬 논픽션을 읽은 것이 처음인가 보다. 세상은 같은 듯 다르고 다른 듯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