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eymoon in Paris (Paperback)
조조 모예스 / Penguin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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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조조 모예스의 작품이 한창 소설과 영화로 인기였을 때 대강의 이야기를 흘려듣고 오히려 읽기를 피했다. 너무 인기있는 책은 좀 인기가 식은 후에 읽는 내 독서 습성 덕에. 시기상 조조 모예스 작품을 읽어 줄 때도 되었지만 그런 이유와는 별개로, 이 책은  그냥 우리 동네 작은 도서관에서 구할 수 있는 가장? 얇은 원서였기 때문에 읽게 되었다. 


처음은 잘 읽히지 않았다. 2002년과 1912년이라는 시차가 있긴 했지만, 허니문이 집약된 판타지라고 보는 나로서는 도저히 집중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없는 시간을 쪼개 원서를 읽으려 했으니 끝까지 읽어 보자는 심정으로 읽다 보니 75페이지 작품을 다 읽게 되었다. 짧아서 좋다. 유일한 장점. 


우선 작가 이야기부터 하자면, 조조 모예스는 로맨스 작가인데 저널리스트 출신이다. 어떻게 이 두 가지가 양립 가능한가 싶었다. 저널리스트로서의 재능을 왜 로맨스 소설을 쓰는데 쓸까. 하긴 소설로 엄청난 부를 거머쥐었으니 나름 잘 활용한 걸까. 


이 작품은 'The girl you left behind'의 프리퀄이라는데 슬프게도 프리퀄을 읽어도 본편을 읽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페니미즘에, LGBTQ에, 결혼보다는 비혼, 출산보다는 애완동물, 새로운 가족의 개념 등등 변해가고 있는 이 시점에서 다시 로맨스라니. 그것도 저널리스트가. 로맨스 소설을 결국은 모든 복잡한 사정을 떠나 인간과 인간의 사랑을 그린 작품이라고 너그러이 봐준다고 해도 뭔가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느낌이다. 저널리스트로서 뭔가 더 첨예한 작품을 집필해 주길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인가. 여기서 문득 드는 생각. 어떤 저널리스트는 성장해서 페미니스트가 되고 어떤 저널리스트는 성장해서 로맨스 소설가가 되는 걸까. 교육의 힘일까, 환경의 힘일까. 아니면 유전의 힘?일까? 혹시 종교의 힘? 작품보다는 작가에 대한 의문이 더 많이 드는 조조 모예스 작품 처음 읽기였다.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75페이지 밖에 안 되는 가벼운 프리퀄 정도 되는 이 소설에서도 갈등의 기승전결이 다 나온다. 파리의 명소들도 나오고. 90년 시차가 있는 두 커플들은 각자 헤어질 위기에 처하지만 적당히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시대가 복잡해지고 사랑이 더이상 믿을 수 없는 것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이 첨단의 시대에 이런 고전적인 로맨스 류의 작품들이 다시 주목을 받는 것일까. 하긴 로맨스 소설은 늘 꾸준했고 로맨스 소설을 읽는 여자와 안 읽는 여자로 여자를 분류하기도 한다. 예전에는 이 사람이다 싶을 때를 놓치지 말아야 결혼에 성공한다고 했지만 요즘에는 이 사람이다 싶을 때만 잘 넘기면 결혼하지 않을 수 있다고 하는데..작가가 세상을 바로 읽은 것인가, 잘못 읽은 것인가. 바로 읽은 것이겠지.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로 거듭나셨으니..하지만 나에게는 판타지 오브 판타지로 느껴진다. 그런데 나에게는 판타지라면 차라리 빗자루를 타고다니는 해리포터가 낫겠다. (해리포터가 빗자루를 안 탔나. 참고로 나는 판타지 소설이나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로맨스보다는 빗자루타기! 영어 공부에 로맨스 소설읽기가 제격인데 조조 모예스의 문체는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다. 영국영어라 그런가. 간만에 원서를 읽었지만 이제 더이상 로맨스 영문소설은 못 읽게 된 건가 싶다. 좋은 건가 나쁜 건가. 왠지 착잡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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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 - 혼자여서 즐거운 밤의 밑줄사용법
백영옥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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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는 원하는 것을 이루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되돌아볼 수 있게 해주고 우리에게 내적으로 흔들리지 않는 평정심을 가져다줍니다. 그것은 최선을 다한 사람만이 받을 수 있는 기도의 응답이고요.
어쩌면 기도는 나에게 건네는 위로라는 생각이 들어요. 바른 삶이 좋은 기도를 가능하게 해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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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이 그들만의 목소리를 내는 책들이 엄청나게 쏟아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독서량이 많은 20,30대 여성 독자층들의 호응도도 높은 것 같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는 이런 유형의 책이겠거니 아니면 요즘 트렌드라고 하는 LGBTQ 이야기인가 하고 별 기대없이 도서관에서 빌려 보았다. 그런데 웬걸. 올해 읽은 책 중 가장 재미있는 책 중 한 권에 오를 수 있는 책이었다. 세상에.. 이렇게 자신의 행복을 오롯이 추구하며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아니 여성들도 있구나 싶었다. 20,30대 들의 이야기가 아니라서 더더군다나 그랬다. 보통 40대라면 이혼했거나, 이혼을 고민하거나 아니면 적어도 육아에 찌들었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독박육아를 거쳐 질풍 노도의 사춘기 아이를 키우면서 갱년기 초기 증상을 느끼거나 아니면 적어도 남편이 숨만 쉬어주는 것으로 만족하고 모든 것을 포기한 상태일 텐데 이 책의 저자들은 전혀 아니었다. 나 대신 즐겁게 인생을 살아주는 것이 고마웠다. 다른 책들을 읽으면서는 얘네들은 젊으니까 이런 생각도 하는구나 싶었는데 이 이야기는 40대 여성들이 함께 집도 사고 함께 생활하며 경험한 이야기를 쓴 것이었다. 저자는 혹은 저자들은 혼자 정말 즐겁게 살았지만 충만한 자취력? 독신력?도 (자취와 독신에 대한 차이를 언급하는 대목이 있다. 자취는 왠지 임시적인 느낌이고 독신은 마음을 다잡고 제대로 한 선택의 느낌이라는 그녀들의 말에 동감한다.) 20년을 넘어가자 어떤 임계점에 도달해서 독신이 아닌 다른 형태의 삶을 꿈꾸게 되었고 운 좋게도 잘 맞는 또 다른 독신 여성을 만나 함께 삶을 꾸려나가는 이야기를 이 책은 담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의 공동체 생활이 꼭 신혼부부의 그것과 닮았다는 것. 어찌도 저렇게 다른 두 사람이 만나 티격태격하면서도 잘 살아내는지 신기하기도 하고 예쁘기도 했다. 서로의 부모에 대해 어떤 의무감도 없이 진심으로 대하면서도 예쁨은 고스란히 받는 그녀들이 정말 부럽기도 했다. 결혼하면 며느리의 지위는 몇 단계 떨어진다는 그녀들의 지적, 아이를 키우고 직장에 다니면서 아내보다 훨씬 여유로워 보이는 남편들을 보면서 느끼는 그녀들의 불편함에 공감한다. 대부분 그녀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살짝 살짝 가부장제, 결혼제도에 대한 굳건한 입장을 피력하는 데 그 입장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으면서도 강한 의지를 표명할 수 있는 작가의 역량이 느껴졌다. 


황인가 김인가 암튼 둘 중 하나가 ( 이 글은 황과 김이 번갈아 쓰는 형태의 글이 모여있다) 충만한 독신력도 20년이면 임계점에 달한다는데..이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신미경의 책들이 떠올랐다. 특히 최근에 출간한 '나의 최소 취향 이야기'는 홀로 어떻게 우아하게 살아가는지 정말 말 그대로 충만한 독신력에 대한 나만의 추구 방법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자주 글이 삼천포로 빠져 마무리되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적어도 나도 이렇게 살 걸 하는 후회 아닌 어떤 대리 만족을 느끼게 하고 지금 신미경의 모습이 '여자 둘이...' 저자들의 십여년 전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혼자의 고단함을 피하기 위해 결혼 제도와 시월드와 가부장제 속으로 뛰어드는 것은 고단함의 토네이도로 돌진하는 바보짓이었다.'는 그녀의 언급이 정말 와닿으면서 나는 다 가질 수 있고 나는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나의 과거가 떠올라 그녀들이 부럽기도 하고 내가 부끄럽기도 하고 그랬다. 


그런데 곰곰 생각해 보니 이 책에서는 다양한 동네 커플들과의 공동체 이야기도 나오는데 신기하게도 어느 가정도 - 그 가정이 여자 둘이든, 남녀 둘이든, 강아지가 있든, 고양이가 있든, 한 마리이든, 네 마리이든 - 공통되게도 어느 가정에도 아이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그렇지. 이런 생활은 아이가 없어야 가능한 것이었지. 기승전 비출산이 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다가. 다시 한 번 '시녀이야기'에 나오는 디스토피아가 결코 먼 훗날의 이야기가 아닌 지금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는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며 새삼 마거릿 애트우드의 선견지명에 무릎을 치는 걸로 나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은 마무리되었다. 


아무리 인간이라는 존재를 낳아 키우는 것이 이 세상에서 가장 의미있는 일이라지만, 엄밀히 말해서 그것이 엄마의 전적인 희생으로 이루어진다면, 엄마의 인생을 다 바쳐야 하는 것이라면 그것이 과연 이 세상에서 가장 의미있는 일일까라는 회의가 마구마구 드는 요즘(이런 회의는 애저녁에 들었었지만)..그녀들이여, 나 대신 행복하게 살아주어 고맙다. 부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아다오. 그렇지 못한 우리들이 온 마음으로 응원해 줄테니 부디 우리들의 몫까지 더 행복하게 당신들만의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다오 라고 붙잡고 부탁하는 심정이 된다. 


멋지다. 그녀들..진심으로 그녀들을 응원한다. You are doing really well. Keep go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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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 혼자도 결혼도 아닌, 조립식 가족의 탄생
김하나.황선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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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1인 가구 비율이 27%를 넘는다고 한다. 1인 가구는 원자와 같다. 물론 혼자 충분히 즐겁게 살 수 있다. 그러다 어떤임계점을 넘어서면 다른 원자와 결합해 분자가 될 수도 있다. 원자가 둘 결합한 분자도 있을 테고 셋, 넷 또는 열둘이 결합한 분자도 생길 수 있다. 단단한 결합도 느슨한 결합도 있을 것이다. 여자와 남자라는 원자 둘의 단단한 결합만이 가족의 기본이던 시대는가고 있다. 앞으로 무수히 다양한 형태의 분자 가족‘이 태어날 것이다. 이를테면 우리 가족의 분자식은 WC4쯤 되려나. 여자 둘 고양이 넷. 지금의 분자 구조는 매우 안정적이다.

결혼은 답이 아닌 것 같았다. 단지 혼자의 고단함을 피하자고결혼 제도와 시월드와 가부장제 속으로 뛰어드는 건 고단함의 토네이도로 돌진하는 바보짓이었다. 나를 충분히 바보로 만들 만큼매력적인 남자가 갑자기 나타난다면 모를까. 하지만 그것도 내가원하는 게 아니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다른 삶의 방식을 모색하기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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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ink (Mass Market Paperback) - 『블링크』 원서
말콤 글래드웰 지음 / Back Bay Books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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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작은 도서관에서 우연히 출간된지 15년이나 된 말콤글래드웰의 책을 발견해 읽게 되었다. 그의 책은 실로 다양한 실례들의 향연이라는 것을 알기에 나는 그가 안내하는 그만의 미로로 쉽게 빠져들었다.

그의 책을 읽으면서 늘 하는 생각은 바로 “So what?”이다. 여러 방향으로 튀는, 그가 제시하는 다양한 실례들이 너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뭔가 시원시원하게 결론을 내려주었으면 하는 것이 속편한 독자들의 마음일 텐데 저자는 그런 독자들의 마음도 몰라주고 시종일관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고 그런데 이건 이렇게 생각해 볼 수도 있고 저렇게 생각해 볼 수도 있고. 왠지 그의 궤변 아닌 궤변에 끌려다니다 보면 어느새 지쳐 그럼 어쩌란 말이냐 하는 생각을 하며 독서를 마치게 된다.

말콤 글레드웰은 시의적절하게 다양한 실례들을 제시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 책은 십오년 전 것이라 다소 오래 된 그래서 익히 들어본 예들이 등장해 아쉬웠다. 역시 신간일 때 읽어야 한다. 이런 감흥은 그의 최신간을 출간 즉시 읽었을 때의 감흥과는 상당히 비교되는 느낌인데, 그래도 십오년 전의 그의 관심사는 여전했었구나 싶어 그의 관심사를 역추적하는 느낌으로 읽었다.

장르는 다르지만 말이 많기로는 빌 브라이슨도 만만치 않고 폴 오스터도 그렇다. 하지만 유난히 글래드웰의 책을 읽고 나면 뭔가 생각이 복잡해지면서 착잡해지기도 하고 씁쓸해지기도 한다. 왜 그럴까. 그래서 그의 작품들을 내리 읽지는 못하는데(난 한 작가가 마음에 들면 모든 저작들을 한꺼번에 몰아 읽는다.) 그러면서도 시간이 좀 흐르면 그의 다른 저서들도 좀 읽어볼까 하는 마음이 든다. 그건 또 왜 그럴까.

요는 2초도 안 되는 순간에 많은 것들이 결정된다는 것인데 그래서 조심하라는 건가, 그냥 순간의 판단에 맡기라는 것인가. 아니면? The power of thinking without thinking. 부제가 중요하다는 것은 알겠는데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하는가에 대한 제안은 없다. 다만 블링크의 힘이 대단하다는 것만 강조하는 느낌인데 그래서 더 두렵기도 하다. 생각이나 판단없이 행해지는 우리의 수많은 결정들이 때로는 옳기도 하고 때로는 그르기도 하기에. 그런데 어떤 때에 옳고 그른지 불명확하다는 것이 함정. 결국 돌아돌아 다시 원점으로 온 느낌이고 이 책에 제시되는 예들이 ‘타인의 해석’의 그것과 많이 통한다는 느낌이다.

한 작가의 십오년 간의 변화를 꿰뚫어 보는 느낌.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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