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총 26권이 출간된 아르떼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를 세 권 읽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 까뮈, 헤밍웨이, 피츠제럴드가 다 있었다. 그 중에서도 내가 좋아하는 작가가 내가 좋아하는 작가에 대해 쓴 최민석 '피츠제럴드' 편을 제일 먼저 읽었었다. 세 권을 다 읽고 난 지금 생각해 보니 최민석 작품을 제일 먼저 읽었던 것은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좋아하는 작가에 대해서 좋아하는 작가가 서술해놓은 책을 읽는다는 것보다 더 이상적인 것은 없을 테니까.

 

이 세 작가들은 멋진 작품을 남겨 불멸의 작가가 됐지만 그들의 삶은 하나같이 힘겨웠다. 우리네 인생이 힘겹지 않은 인생이 있을까마는, 그들의 삶이 유독 고달퍼 보이는 것은 내 사심이 들어간 것일까.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작가일지라도 개인적인 면면이 성자와 같다거나 아니면 시대를 뛰어넘었다거나 할 수는 없을 것이지만, 그들이 하나같이 방탕하거나 심각한 여성편력을 보여줬다는 것을 재삼재사 확인하고 나니 그들의 작품에 대한 감흥이 줄어들 정도였다. 이런 마초들이라니. 또 하나같이 그들의 죽음이 안타까웠다. 카뮈의 예상치 않은 죽음과 헤밍웨이의 전기치료 등으로 인한 후유증과 자살, 피츠제럴드의 병사 등등.

 

이 시리즈들은 유명 작가의 작품과 함께 그 작가들의 실제 삶을 추적해 나가는 형태를 띠고 있어서 이 글을 쓴 작가와 함께 이미 고인이 된 세계 작가들의 뒤를 쫓는 느낌이다. 기행문의 형식을 띠면서도 작품을 분석해 나가는 재미있는 형태의 책이 되었다. 그런데 이런 책도 누구에 대해서 썼느냐 보다 그것을 누가 썼느냐에 따라 느낌에 큰 차이가 있었다. 픽션이 아니고 거의 논문 형태의 글이라 작가의 개성이 많이 눈에 띠지 않는 듯해 어떤 작가를 다루고 있느냐가 오히려 분위기를 좌지우지할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내게는 최수철 작가는 딱딱했고 백민석 작가는 무미했고 최민석 작가는 탁월하게 느껴졌으니 말이다. 이는 카뮈와 헤밍웨이와 피츠제럴드에 대한 나의 생각과는 별 연관이 없는 듯 했다.

 

최민석의 '피츠제럴드'를 읽고 예상외로 감동해서 부랴부랴 최수철의 '까뮈'와 백민석의 '헤밍웨이' 편을 찾아 읽었지만 최민석 작품과는 달리 나중에 접한 두 권의 책은 논문같은 느낌이 많고 소소한 재미나 감동, 고전 작가에 대한 현 작가들의 탁월한 해석, 그들을 뒤쫒는 과정에서의 작가만의 독특한 감회 등을 거의 느낄 수 없어서 아쉬웠다. 조심스러워서 그랬겠지만 개인적 소회를 너무 절제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도 근 삼년 정도의 시간 동안 작가의 뒤를 쫒아 이런 책을 만들어내는 작가의 역량과 출판사의 기획 모두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도 계속 출간할 예정이라니 더더욱 끝까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일이다.

 

+ 이다혜와 김사과를 좋아하는데 이다혜의 '코난 도일' 편은 이미 나왔고 김사과의 작품도 곧 나올 예정인가 보다. 아이러니하게도 김사과가 쓰고 있는 '헨리 제임스' 작품을 많이 안 접해 봤는데 이 시리즈를 읽기 위해 헨리 제임스에 대해서 예습을 하고 읽어야 할 것 같다. 아직 출간 전이니 시간을 벌었다고나 할까. 아니 이다혜의 '코난 도일'부터 읽어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나의 꼬꼬무 독서는 계속 되고 있다. 즐겁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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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어머니의 집밥을 먹을 수 있는 횟수는 앞으로 328번 남았습니다
우와노 소라 지음, 박춘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12월
평점 :
절판


작품의 질이 고르지 않고 두 세개 작품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감흥이 없는 소품 느낌이다. 독특한 발상이 빛나지만 아쉽게도 그게 전부인 듯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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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첫 책은 센세이셔널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미 워낙 유명인이었지만.

세월이 흘러 객지에서 접한 그녀의 책.물론 전자책이었다. 그녀 특유의 문체는 타국에서는 더 낯설게 느껴져 다 읽어냈는지 가물가물하다.

 

 

오랜만에 다시 만난 그녀의 책.그녀의 최신작. 다른 '아무튼' 시리즈와는 차별적인 문체와 내용이었다. 이게 과연 '메모'에 관한 책인가 싶기도 했지만 그녀의 진지하면서도 어딘가 몽환적인 문체에 빠져들었다. '아무튼~'시리즈는 적당히 진지하고 적당히 재미있고 적당히 얇아서 쉽고 부담없이 휘리릭 읽는 책이라 좋아하는 시리즈 중 하나인데 역시나 정혜윤의 아무튼은 단순한 '아무튼'은 아니었다.

 

그러다가 도서관에서 우연히 만난 책. 코로나 덕에 여행을 못 가니 여행책이나 볼까 하는 심정으로 빌렸으나 역시 이 책도 이게 여행 책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인생을 여행처럼 고로 여행 이야기는 인생 이야기, 그래서 이 책은 사람냄새가 확연한 다양한 삶과 사람에 관한 이야기였다. 역시나 고정관념을 깨는 제목과 내용이었고 그녀만의 문체와 오라에 빠져 한 권을 다 읽고 나니 정말 여행을 하고 온 느낌이 들기도 했다. 특히나 이 책은 그녀의 책 중에서 단연 흡입력이 높은 책인 듯하다. 한 번 잡으면 잘 안 놓아지는 책이었다. 의외로. 몽환적이면서도 현학적이고 학구적이면서도 현실에 탄탄하게 발딛고 있는 그녀의 글들은 과연 독보적이라 할 만하다.

 

그녀의 문체는 정말 독특하다. 처음엔 정말 낯설고 지나치게 진지한 것 같기도 하고 뭔가 그녀만의 세계에 빠져있다는 느낌이 드는데 바로 같은 이유로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오기 쉽지 않아지기도 한다. 그녀만의 오라가 대단하다. 이에 또 다시 정혜윤 파기도 해봐야 할 것 같다. 그동안 놓친 책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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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d Power Made Easy: The Complete Handbook for Building a Superior Vocabulary (Mass Market Paperback)
Anchor / 2014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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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crucial factor in successful, ongoing learning is routine.
Develop a comfortable time routine, persevere against all ditractions, and you will learn anything you sincerely want to lea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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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동네가 아직 어색한데 그나마 작은 도서관이 집앞에 있어뻔질나게 드나들었었다. 코로나 와중에도. 그나마. 그런데 그 도서관이 리모델링 공사를 해서 들락거릴 수 없게 되자 무인예약 서비스에만 의존하게 되었다. 퇴근하고 들르려고 해도 이미 문을 닫고 주말에는 시간을 낼 수 없었다. 결국 아파야 시간을 낼 수 있는 것인지 아파서 병가를 내고 병에서 많이 회복될 즈음 벼르고 별러서 버스로 몇 정류장을 더 가야 있는 좀 더 큰 도서관에 가게 되었다. 근 십년 만에 가본 제대로 된 구립도서관이라 감개무량했다. 좀 더 멀리 나가 더 큰 도서관에 갈 걸 싶은 마음이 살짝 들긴 했지만 아직 몸이 정상이 아니라 포기하고 그래도 신나게 이곳저곳 둘러보다가 발견한 이 책. 김중혁 작가 책 옆에 있어서 김중혁 작가가 이런 책도 냈네 그럼 한 번 읽어봐야지 하며 빌렸는데 집에 와서 찬찬히 보니 아니었다. 순간 낭패다 싶으면서 그냥 반납할까 하다가 들추어보았더니 세상에나 이 책의 작가는 김중혁 작가의 친형이었다. 세상에나. 


예술가 형제라니. 그것도 형제와 그 아내분들까지 모두 출판계에 종사한다니 놀라울 뿐이다. 경상북도 김천이라는 작은 동네에 김중혁 작가와 김연수 작가가 탄생했다는 것도 놀라운데 아예 형제 부부가 출판예술계에 종사한다니 놀라울 뿐이었다. 


요즘처럼 사교육이 난무하던 시절도 아니고 시골 작은 마을에서 어찌 이렇게 예술적인 형제들이 나고 자랐을까 싶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예술을 할 수 있게 된 것도 같다. 


뒤로 갈수록 이야기는 깊어졌고 읽어나갈수록 좀 더 이 작가의 글을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 검색을 해보니 자그마치 148권이 검색이 된다. 하는 일이 많아 여러 가지 호칭으로 불리운다는 작가는 그림책 작가로 불러 주기를 희망하는 것 같았고 우리의 다소 일천한 그림책 문화를 많이 안타까워하는 것 같았다. 미국 도서관이나 서점에 가보면 제일 부러웠던 것이 그 수많은 아름다운 그림책들이었다. 우리도 많지만 역시 질과 양에서 많이 비교가 되긴 한다. 하지만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일인다역을 맡고 있는 김중석 작가와 같은 분이 계시기에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예상치 못한 즐거움이었다. 역시 도서관이 주는 즐거움 중의 하나다. 의외의 발견. 의외이기 때문에 더 즐거운 것이다. 


책표지에 쓰인 동생 김중혁 작가의 소개글이 참 마음에 든다. 부럽기도 하고. 역시 작가라 멋지게 책을 소개해 주었다. 멋진 형제를 만났다. 좋겠다. 멋진 성인이 되어서 부모님들도 참 뿌듯하시겠다. 


+ 김중혁 작가의 '악기들의 도서관'을 빌려 읽기 시작했다. '무엇이든 쓰게 된다'도 읽고 있다. 형제분들의 도움(?)으로 내 삶의 질이 향상되고 있는 것 같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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