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동네가 아직 어색한데 그나마 작은 도서관이 집앞에 있어뻔질나게 드나들었었다. 코로나 와중에도. 그나마. 그런데 그 도서관이 리모델링 공사를 해서 들락거릴 수 없게 되자 무인예약 서비스에만 의존하게 되었다. 퇴근하고 들르려고 해도 이미 문을 닫고 주말에는 시간을 낼 수 없었다. 결국 아파야 시간을 낼 수 있는 것인지 아파서 병가를 내고 병에서 많이 회복될 즈음 벼르고 별러서 버스로 몇 정류장을 더 가야 있는 좀 더 큰 도서관에 가게 되었다. 근 십년 만에 가본 제대로 된 구립도서관이라 감개무량했다. 좀 더 멀리 나가 더 큰 도서관에 갈 걸 싶은 마음이 살짝 들긴 했지만 아직 몸이 정상이 아니라 포기하고 그래도 신나게 이곳저곳 둘러보다가 발견한 이 책. 김중혁 작가 책 옆에 있어서 김중혁 작가가 이런 책도 냈네 그럼 한 번 읽어봐야지 하며 빌렸는데 집에 와서 찬찬히 보니 아니었다. 순간 낭패다 싶으면서 그냥 반납할까 하다가 들추어보았더니 세상에나 이 책의 작가는 김중혁 작가의 친형이었다. 세상에나. 


예술가 형제라니. 그것도 형제와 그 아내분들까지 모두 출판계에 종사한다니 놀라울 뿐이다. 경상북도 김천이라는 작은 동네에 김중혁 작가와 김연수 작가가 탄생했다는 것도 놀라운데 아예 형제 부부가 출판예술계에 종사한다니 놀라울 뿐이었다. 


요즘처럼 사교육이 난무하던 시절도 아니고 시골 작은 마을에서 어찌 이렇게 예술적인 형제들이 나고 자랐을까 싶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예술을 할 수 있게 된 것도 같다. 


뒤로 갈수록 이야기는 깊어졌고 읽어나갈수록 좀 더 이 작가의 글을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 검색을 해보니 자그마치 148권이 검색이 된다. 하는 일이 많아 여러 가지 호칭으로 불리운다는 작가는 그림책 작가로 불러 주기를 희망하는 것 같았고 우리의 다소 일천한 그림책 문화를 많이 안타까워하는 것 같았다. 미국 도서관이나 서점에 가보면 제일 부러웠던 것이 그 수많은 아름다운 그림책들이었다. 우리도 많지만 역시 질과 양에서 많이 비교가 되긴 한다. 하지만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일인다역을 맡고 있는 김중석 작가와 같은 분이 계시기에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예상치 못한 즐거움이었다. 역시 도서관이 주는 즐거움 중의 하나다. 의외의 발견. 의외이기 때문에 더 즐거운 것이다. 


책표지에 쓰인 동생 김중혁 작가의 소개글이 참 마음에 든다. 부럽기도 하고. 역시 작가라 멋지게 책을 소개해 주었다. 멋진 형제를 만났다. 좋겠다. 멋진 성인이 되어서 부모님들도 참 뿌듯하시겠다. 


+ 김중혁 작가의 '악기들의 도서관'을 빌려 읽기 시작했다. '무엇이든 쓰게 된다'도 읽고 있다. 형제분들의 도움(?)으로 내 삶의 질이 향상되고 있는 것 같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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