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생각'류의 글들"이라는 말이 있다. 불행은 다양하지만 행복은 뻔하다는 말처럼 '좋은 생각' 은 뻔한 이야기만 담겨 있다고들 한다. 그래서 마니아들도 있지만 아예 쳐다도 안 보는 부류가 있다. 나도 두번째 부류였다.
하지만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 뭔가 매우 바쁜데 의미있는 일은 하지 못 하고 있다는 자괴감에 지쳐, 종이책을 들고다닐 힘도 시간도 없어 밀리의 서재에서 전자책을 뒤적이고 있다가 흘러흘러 '좋은 생각' 2021.1월호까지 가게 되었다. (그런데 알라딘에서 검색해보니 3,4월호 밖에 안 나와서 어쩔 수 없이 3월호로.ㅠ)
거기서 벼락같은 시를 봤다. 바로 박노해 시인의 '첫마음을 가졌는가'
첫마음을 가졌는가
박노해
첫인상을 남길 기회는 한 번밖에 오지 않는다
첫사랑의 떨림은 한 번밖에 오지 않는다
첫마음을 새길 시기는 한 번밖에 오지 않는다
세상의 칭찬과 비난에 좌우되지 않고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무력한 일상 속에서도 나 살아있게 하는
그 첫마음을 가졌는가
어둠 속에서 길을 잃을 때나
화려한 빛에 휘청거릴 때나
눈물과 실패로 쓰러졌을 때나
나를 다시 서게 하고 나를 다시 살게 하는 힘
나의 시작이자 목적지인 첫마음의 빛
일생 동안 나를 이끌어가는 내 안의 별의 지도
떨리는 가슴에 새겨지는 그 첫마음을 가졌는가
‘무력한 일상 속에서도 나 살아있게 하는 그 첫마음을 가졌는가’는 부분이 특히나 내 마음을 두드렸다. 매일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에서 ‘첫마음’을 유지하는 것. 이것이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을 요즘 하고 있던 차에 박노해 시인의 '첫마음을 가졌는가'는 읽으면 읽을수록 큰 울림을 주었다. 점점 더 울림이 크게 시를 써내려가는 능력이 돋보였다. '나를 다시 서게 하고 나를 다시 살게 하는 힘' 그 힘의 원천이 '첫마음'이라니 너무나 지당하신 말씀이다. 오뚝이처럼 우리는 일곱번 쓰려져도 여덟번 일어날 수 있는 그 힘을 '첫마음'에서 찾아야 한다. 일신우일신. 우리는 늘 똑같은 하루를 매일 새롭게 할 수 있는 능력을 누구나 갖고 있다. 그 비결은 바로 '첫마음'. '떨리는 가슴에 새겨지는 그 첫마음'을 늘 되새겨 볼 일이다.
어느 시집에 수록되었던 것인가 궁금해 다시 '좋은 생각'을 뒤져 보아도 그저 '박노해' 세 글자 뿐이다. 하긴 다른 무엇이 더 필요하라. 그 이름 석자의 상징만으로 충분하다.
시간에 쫓길수록 더 단비같이 느껴지는 것이 '시'인 것 같다. 바쁠수록 돌아가라. 바쁠수록 짧은 시 한 편으로 차 한 잔의 여유를 느끼며 다가오는 이 봄의 순간순간을 붙잡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