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12권을 읽을 수 있어서 11권은 잠시 기다리고 12권을 먼저 읽다. 이어진 내용은 아니라 괜찮다. 구구절절 한국 역사에 사연들이 어찌나 많은지. 특히나 일제강점과 동족간의 전쟁이 있어서 더 그런 것이겠지. 12권이 마지막이라니 아쉽다. 저자 언급대로 아직 못 다한 이야기가 많은데 말이다. 11권을 마저 읽고 저자의 다른 시리즈로 넘어가 볼까. 다행히 밀리의 서재에도 있다.
한강의 작품을 황순원문학상 수상작 이후 발표된 작품부터 읽었었는데 이번에 마침 그의 대부분의 소설이 전자책으로 발간되어 초기작부터 읽어보고 있다. 나름 역주행을 하고 있는 셈인데 한강 작품의 시원을 알게 되고 변천, 진화, 발전 양상을 알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과연 한강은 첫 작품부터 젊음에도 불구하고 우울하고 오히려 ‘아버지 세대‘에 가까웠고 80년대 이전 소설의 작법으로 소설을 쓰고 있었다. 다만 늘 결핍된 존재들에 관심을 두었고 그 관점이 성장하여 현재의 한강으로 완성된 것 같아 뭉클했다.
서울편 둘째권. 우리의 역사를 실제 장소와 건물에 연결지어 구체적이고도 세세하게 그러면서도 드라마틱하게 그려 재미있게 읽었다. 유홍준 작가가 있어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혜택을 얻게 되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정말 하나의 거대한 도서관이다!!+ 그의 신간 나의 인생 만사 답사기 배송을 기다리면서(왜 교보문고는 배송이 오래 걸리나?) 대리 만족했다. 집 앞 도서관에 11권만 없어서(누군가가 대출한 것이 아니라 애초에 구매를 안 했다. 아니 왜?) 12권을 읽고 있다.
김지연의 ‘마음에 없는 소리‘도 제목과 광고 카피에 혹해서 읽게 되었는데 이번 책도 ‘조금 망한 사랑‘이라는 제목과 ‘빚이 있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신경림의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의 2024년식 버전으로 느껴졌다.) 와 같은 광고 카피에 빵 터져서 바로 전자책으로 구매해 읽게 되었다. 전에도 전자책으로 읽었던 것 같은데 요즘 젊은 작가들의 책은 종이책 전자책이 거의 동시에 출간되어 너무나 반갑다. 결이 다른 이야기들이 한 권의 책으로 묶였으나 결국은 김지연으로 묶여지는 이야기들. ‘유자차를 마시며 나는 쓰네‘가 가장 인상깊었다. 김지연 특유의 무심한 듯 툭툭 던지는 말들을 음미해보면 다 뼈가 있다. 개성 넘치고 특이한 그러면서도 시대를 드러내는 솜씨가 뛰어난 작가. 단순히 퀴어 작가로 여겨지지 않았으면 한다. 그에게는 성별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뿐이다. 아니 성별보다 중요한 것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보통은 소설집의 제목이 수록된 단편들 중 하나의 제목이기 마련인데 이 작품집은 그렇지 않다. 속표지에도 김지연 소설이라고 되어있지 소설집이라고 되어 있지 않기도 하고. ++ ‘이생망‘이라는 말도 있지만 ‘망했다‘라는 말을 많이 쓰는 젊은 세대들의 세태를 해설자도 해설에서 언급하고 있는데 ‘조금‘ ‘망했다‘는 소설의 이름이 절묘했다. 망하긴 망했는데 조금이니 괜찮겠지 하하하 하는 자기 일이 아닌 듯 무심해하는 주인공의 말투가 들리는 듯하다.
정동길을 지나 덕수궁을 우연히 지나다가 우리 나라 궁궐에 대해 아는 게 너무 없다는 생각이 들어 읽게 된 책. 이 시리즈 1권부터 나올 때마다 읽었었는데 타국 생활이 오래 되어 맥이 끊겼다가 귀국 후 몇 년이 흘러서야 다 못 읽은 이 시리즈를 찾아보게 되었다. 역사와 문화 이야기를 이렇게 술술술 읽히게 쓴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인 것 같다. 그의 박식함과 이야기를 구수하게 풀어내는 솜씨에 흠뻑 빠져 읽었다. 차분리 서울편 2,3,4를 이어 읽어야겠다. 그리고 고궁박물관도 들러봐야지. 우리 고궁의 아름다움은 세계인도 감동하는 것인데 우리만(나만?) 늘 근처에 있어서 그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잘 모르는 것 같다. 그래도 유홍준 교수 덕분에 그 중요성이 재인식된 것 같아 뒤늦게 혼자서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고 유네스코에도 ‘5대 궁궐‘로 기록될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서울이라는 도시에 큰 규모의 궁이 다섯 개나 있다는 것은 실로 대단한 것이다. 날도 좋은데 야간 개장에도 가보고 싶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