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의 ‘마음에 없는 소리‘도 제목과 광고 카피에 혹해서 읽게 되었는데 이번 책도 ‘조금 망한 사랑‘이라는 제목과 ‘빚이 있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신경림의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의 2024년식 버전으로 느껴졌다.) 와 같은 광고 카피에 빵 터져서 바로 전자책으로 구매해 읽게 되었다. 전에도 전자책으로 읽었던 것 같은데 요즘 젊은 작가들의 책은 종이책 전자책이 거의 동시에 출간되어 너무나 반갑다. 결이 다른 이야기들이 한 권의 책으로 묶였으나 결국은 김지연으로 묶여지는 이야기들. ‘유자차를 마시며 나는 쓰네‘가 가장 인상깊었다. 김지연 특유의 무심한 듯 툭툭 던지는 말들을 음미해보면 다 뼈가 있다. 개성 넘치고 특이한 그러면서도 시대를 드러내는 솜씨가 뛰어난 작가. 단순히 퀴어 작가로 여겨지지 않았으면 한다. 그에게는 성별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뿐이다. 아니 성별보다 중요한 것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보통은 소설집의 제목이 수록된 단편들 중 하나의 제목이기 마련인데 이 작품집은 그렇지 않다. 속표지에도 김지연 소설이라고 되어있지 소설집이라고 되어 있지 않기도 하고. ++ ‘이생망‘이라는 말도 있지만 ‘망했다‘라는 말을 많이 쓰는 젊은 세대들의 세태를 해설자도 해설에서 언급하고 있는데 ‘조금‘ ‘망했다‘는 소설의 이름이 절묘했다. 망하긴 망했는데 조금이니 괜찮겠지 하하하 하는 자기 일이 아닌 듯 무심해하는 주인공의 말투가 들리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