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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th and Other Holidays (Hardcover)
Marci Vogel / Melville House Pub / 2018년 11월
평점 :
품절
도서관을 뒤적이다가 얇은 신간을 발견하고 몇 권 빌려왔는데 그 중에 딸려왔던 책.
아무 생각없이 아무 배경지식 없이 고른 책이 멋질 때 그 행복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좋아하는 작가의 고대하던 신간을 예매하는 것과는 또다른 차원의 행복이다.
일간 이슬아 수필집의 샘플을 보고서 아이디어가 참 좋지만 내용은 그닥 인상적이지 않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던 차에 이 책을 읽으니 이게 바로 미국판 일간 이슬아 수필집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살한 친아버지와 병으로 돌아가신 양아버지의 이야기, 친구의 결혼, 남자친구 이야기, 직업 이야기, 이모들 이야기 등등 소소한 삶의 기록들이 담겨있다. 이슬아는 30대라면 이 책의 저자는 엘에이에 사는 20대 여성이다. 하지만 그들이 견뎌내야 하는 삶의 결들은 거의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지.. 이렇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절친은 결혼을 하고, 남자친구를 만나고 또 헤어지고 또 다른 사람을 만나고. 새 남자친구의 개가 죽고, 승진을 하고. 나만의 텃밭을 가꾸다 실패하고..이런 것이 삶이지 싶었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뼈를 금문교에 뿌리는 모습은 우리네 모습과 참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그것이 불법인 것을 다 알면서도 그렇게 하는 것까지. 금문교는 양아버지와의 추억이 깃든 곳.
왜 비슷하게 느껴졌을까 생각해 봤는데 단어 하나를 제목으로 삼고 그것에 대한 자신의 일상을 서술하는 방식이 똑같았다. 앞뒤 다 자르고 그 단어와 관련된 작가의 일상을 볼 수 있으니 픽션인 듯 논픽션인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멋지다.
모두 책 맨 앞에 인용되어 있는 구절이다.
The initial day of a calendar serves as a historical time-lapse camera. And, basically, it is the same day that keeps recurring in the guise of holidays, which are days of remembrance. -Walter Benjamin
월터 벤자민의 이 구절은 이 책의 제목과 연관되어 있다.
In the depth of winter, I finally learned that within me there lay an invincible summer. -Albert Camus
이 문장은 내가 사랑하는 까뮈의 말이란다. 까뮈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