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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All the Boys I've Loved Before #1 (Paperback) - 넷플릭스 영화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원작소설 ㅣ To All the Boys I've Loved Before 1
제니 한 지음 / Simon & Schuster Books for Young Readers / 2016년 1월
평점 :
넷플릭스 영화를 먼저 보고 호기심이 생겨 원작을 챙겨 보게 되었다. 원작이 훨씬 낫다는 중평이라 기대를 했다. 지금 2권을 읽고 있는데 1권이 훨씬 낫다. Sequel이 원래 그렇듯이.
한국인 엄마와 미국인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송 자매들(엄마가 송씨라 미들 네임으로 엄마 성을 땄다). 엄마는 세 딸들이 어릴 때 어처구니없게도 갑자기 걸려온 전화를 서둘러 받으려다 넘어져 죽고 말았단다. 읽는 내내 왜 엄마의 죽음을 그렇게 어처구니 없게 처리했는지 궁금했다. 그저 엄마의 죽음을 심각하지 않게 그리려고 했던 것일까. 갑자기 전화 받으려다가 넘어져서 죽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 개연성에도 점수를 매길 수 있을까. 오히려 새빨간 거짓말 같은 일들이 현실에서는 일어나지만 소설이나 영화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면 우리는 믿지 않는다. 개연성이 떨어진다고. 암튼 그건 그렇고.
아무리 그래도 가장 궁금했던 점은 한국적인 요소가 얼마나 가미되었을까 하는 것이었다. 너무 드러내 놓으면 독자층이 확 줄어들거나 너무 심각해지거나 할 텐데 (아니면 너무 슬퍼지거나. 슬픈 한국 소설이 많이 미국에 소개되었다. 요즘은 장르 소설들도 많이 소개되는 편이지만 아직 초기에 불과하다) 어떻게 한국적인 요소를 가미하면서도 미국 보편 독자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끌어냈을까가 가장 궁금했다. 엄마가 부재하기 때문에 그런지 모르겠지만 홀로 된 미국인 아버지가 예전 엄마의 레시피를 따라 만들어 주신 보쌈, 막내 키티가 이 글의 주인공인 라라 진(세 자매 중 둘째딸)의 남자친구(피터)에게 라이드 댓가로 준 요구르트, 엄마가 소풍 때 싸 주셨던 기억으로 남자친구와 자신의 도시락으로 싼 유부초밥(이름은 안 나오고 설명을 들으면 이해할 수 있다. 설명은 양파 당근을 볶아서 두부 주머니에 넣은 것이라고 나왔다. 의외로 미국인들은 상당히 낯설어 하는데 여기서는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다. 하기야 여자친구가 싸온 도시락은 뭐든 맛있게 마련이다.) 그리고 마지막은 외할머니가 보내주신 예쁜 편지지. 예쁜 한국의 Stationery는 모든 학생들의 로망이다. 심지어 남학생도 선호한다.
엄마의 죽음도 가볍게 처리하고 한국적인 것도 가장 대표적인 것을 살짝살짝 끼워넣은 것이 주효한 것 같다. 아무래도 이 소설의 인기 비결은 한국적인 요소 때문이 아니라 어렸을 때(지금은 주니어- 여기서 고3, 여기는 고 4까지 있다) – 중학교 때 자신을 위해 그냥 몰래 썼던 연애 편지를 동생이 복수로 실제로 보내 버려서 생기는 일을 그렸는데, 그 발상의 신선함과 여주인공의 귀여움 때문인 것 같다. 영화에서의 여주인공은 정말 예쁘지 않지만 귀엽지 않냐고 하면 부인할 수 없는 그런 면이 인기의 비결인 것 같다.
1권에 나오는지 2권에 나오는지 오락가락하는데 외할머니가 옆집 남자애 - 조시, 나중에 언니 (마곳, 맏딸)의 남자친구가 되었다가 헤어진다, 내가 좋아해서 연애편지를 썼다가 결국 잘못 보내지게된 편지를 받은 사람 중 하나이다.) 한테 잘 해준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사과도 깎아서 잘라주고(미국서는 그냥 홀애플을 먹는다) 이것저것 다 챙겨주고 예뻐한다고. 그리고 아주 친하다고. 얼마나 기가 막힌 지적인가. 우리의 할머니들의 남아선호 사상을 이렇게 쉽게 풀어 쓴다.
지금 2권을 읽고 있는데 1권만 못 하고 좀 질질 끄는 감이 있다. 하지만 3권까지 읽을 참이다. 십대 소설을 읽고 있으면 한숨이 나올 때도 있지만 그들의 풋풋함이 귀엽다.
1980년 버지니아 출생인 작가 제니 한. 뉴욕 브루클린에서 사서로 일하면서 청소년용 소설을 쓰고 있다는데. 미국 이민 2세대들이 이렇게 성장해 이런 소설을 써 내니 뿌듯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