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득이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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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렵하게 생긴 눈매와 금방이라도 잽인지 훅인지 날릴 것 같은 완득이의 모습이 책을 읽기도 전에 지레짐작했다.  흥 싸움이야기구만. 그러나, 어! 뭐지. 사실 만화인줄 알았다. 첫장부터 만화컷이 나오기도 했으니까 .

  역시 책은 다 읽어봐야 하고 영화도 끝까지 앉아서 봐야 그 알 수 있다. 그냥 자연스럽게 미소가 지어진다. 웃다가 꺾어지는 부분도 있었다. 특히 앞집 아저씨 부문에서 그리고 꼬박 꼬박 대꾸해 주시는 선생님이 콤비를 이룬다. 깜깜한 밤을 오가는 욕설들이 특히 그랬다.

  완득이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아이는 아니다. 특별한 환경을 가지고 있고 또 머리보다 몸이 먼저 반응하는 특이한 아이다. 그래서 늘 주위 사람들을 놀래키는 아이.  그렇다고 반항하는 아이도 아니다. 떠나버린 어머니를 다시 만났을 때도 원망을 하지 않고 오히려 다 떨어진 신발부터 눈에 들어오는 착한면도 있다. 
 
  고아는 아니지만 늘 곁에 없었던 부모님을 대신하는 가족보다 더 친근한 삼촌 그리고 선생님, 친구들 모두 등장 인물 하나하나 독특한 개성을 지녔다. 

   "완득이마저 세상 뒤에 숨어 살게 할 생각 없어"
   " 여태 세상 뒤에 숨어 있던 완득이가 , 운동하면서 밖으로 나오  고 있잖아요. 자기가 하고 싶은 거, 제일 잘할 수 있는거, 하게 놔두세요"  p171

   어머니와 아버지의 대화에서 완득이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등장인물의 대화 속에서 부모님의 자식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 억울하게 당하기만 하는 이들을 위해 가진것을 모두 내놓는 선생님의 큰 사랑, 갖가지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 사랑이야기라 완득이를 읽는동안 잠시나마 세상이 밝아지고 경쾌해지는 느낌이 났다.

  창비에서 청소년문학상을 받은 작품이라 건전한 청소년 문화를 지향하는  성장소설이려니 했던 나는 그야말로 무지하다. 청소년뿐아니라 이제는 그 시절을 회상으로 아니면 사진속에서나 기억해 낼 사람들은 모두 느낄 만한다.
  

   시종일관 웃음이 그리고 첫사랑의 풋풋함이 묻어나는 책이었다.

  도대체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담임선생님의 모습에서 지난 학창시절의 특별했던 선생님이 생각났고 그리웠다. 이젠 그런 욕설도 듣고 싶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실컷 들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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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희망을 버릴 때가 아니다 - 우리 시대와 나눈 삶, 노동, 희망
하종강 지음 / 한겨레출판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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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하종강씨의 글을 읽은 게 이번이 세번째다. 처음 <길에서 만난 사람들>이 우리 사회의 또다른 면을 보게 해주었다면 두번째 <철들지 않는다는 것>은 그의 인간다운 면이 나타났다는 점이좋았기에 이번엔 또 다른 면을 보게 될까 내심 기대에 부풀었다.
 
   그런 내게 이번 책을 펼치면서는 괜시리 눈물이 났다. 사실 책을 읽으면서 내용이 슬프다 정도로 눈물이 나오는 주책스런 내가 아니기에 적잖이 나 자신도 놀란 일인데 그냥 날씨탓이라고 오랜만에 보는 비가 기분도 덩달아 그렇게 만들었노라고 혼자 생각하면서 읽기 시작했다.
 
   대학 졸업하고 그 유명한 IMF시대를 정면으로 부딫쳤을 때는 오히려 아니야, 나에게도 언제가 기회가 올거야.라는 자신감이 있었는데.. 아는 분이 마련해준 자리에 비록 시간제 사원으로 들어갔을 때도 언제가 내게도 기회가 꼭 올거야라고  일했다. 한편으론  4년제 대학식이나 나왔으면서 이것도 못하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감수할 수 있게 만들었으까..  아마 그런 내 시절이 있었다는 걸 생각나게 했나보다.
 
  다들 그런 시절을 겪었을 텐데.. 이 책에 나오는 노동자들의 사연들은 구구절절하다. 내가 겪은 것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구나. 오히려 난 행복한 사람이었다란 느낌이 전해져서  더 슬펐다. 
 
  노동상담을 하면서 나누는 사용자와 저자의 대화는 노동법이란 사실 노동자들을 위해 만들어지고 우리모두가 노동자라는 인식을 하게 만들어야 하지만 사실 교묘히도 사용자의 입장만 유리하게 이용되고 있는건 아니였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무식한것은 노동자가 아니라 그렇게 만든 사람들이 문제란 것을 알게 된다.
 
   갑작스런 지인의 죽음과도 맞딱드렸을 때, 아직도 고문이란 낯설게 여기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치욕스런 경험이었는지, 직접 겪어보지 않은 내게도 몸서리치게 만드는 상황이란 걸 경험하게 된 책이다.  그래도 다행인 사실은 일반적인 통념이 파업이 자신을 위한 것보다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에  공동체의식으로 전환하는 데 많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여기서 물러서면 내 뒤에 올 사람들이 당할 수 있기에 나는 물러서지 않는다는 어느 노동자의 이야기가 아직 우리에게 희망이란 불씨가 남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또하나, 가족들과 이야기는  여전히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그리고 저자가 지금까지도 강연을 하고 일할 수 있게 만든 가족 전체가 더 멋지다.  그중에서도 그의 안해가 정말 멋진 사람이다.
 
  제목처럼 그래, 아직 희망을 버릴 때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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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종강 2008-03-25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하종강입니다. 리뷰 고맙습니다. 제 책을 많이 읽어 주셨군요. 그 보답으로 저의 다른 책을 한 권 선물로 드릴 기회가 있기를 바랍니다.
 
10대와 통하는 정치학 - 고성국 박사가 들려주는 정치와 민주주의 10대를 위한 책도둑 시리즈 1
고성국 지음, 배인완 그림 / 철수와영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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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 란 단어를 떠오릴 때 TV는 물론이며 신문 그외 모든 매체에서  나와 동떨어진 게 아닌가라든지, 가까이 하고 싶지 않는  조심스러운 건 내가 너무 소심해서 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의외로 내가 부모님곁에 있을 때보다 독립을 하던 그 순간부터 정치는 나와 무관할 수 없다.

   아주 사소한 일부터  매달 부과되는 아파트 관리비내역을 들여다 보면 볼 수록 왠지 나만 속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더러 드는 건 정치라는 의미가 언제 왜 생겨났는지, 왜 일어날 수 밖에 없는지를 누가 알려주기 전에 이미 나 스스로 알고 싶지 않았던 탓도 있다.

   저자는 "10대와 통하는 정치학"이란 다소 어렵다란 느낌이 들지 않도록 제목을 정한데서 부터 얼마나 쉽게 접근하고 있는지 내심 기대하게 만들었다. 

    이제껏 보아왔던 그런 원론적인 면부터 시작하는 교과서적인 이야기가 시작되겠지 하는 나의 고정관념은 민주주의는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란 문구에서, 교실에서 시작되는 민주주의라는 데서 뭔가 다르구나 새로운 접근인 걸하는 신선한 느낌이 들게 했다.

    인간의 불완전함을 극복하고 인간 스스로 만든 규칙이 법이 되어 두 사람이상이 모여 생기게 되는 권력관계, 우리나라가 시대적 아픔을 겪으면서 꾸준히 시행착오는 동반했지만 정치적 발전도 같이 하고있음을 꼼꼼하게 그리고 자상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저자의 말처럼, 학창시절 교실에서  이미 정치는 시작되었다. 그런데,  언제든 그 권력을 남용하고 혼자 독차지 하려했던 일들은 자치 잘못하면 되풀이 될수 있음을 경고하는 점,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기본적인 자유는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과 바꿔 이루어낸 값진 산물이라는 것, 선거를 통해 그저 자신의 당과 이익을 위해 싸우는 것으로 알고 있는 어른들의 생각이 어느새 새 시대를 열어갈  우리 자손들이 그대로 답습하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기 전에 좀 더 어른이 먼저  의식을 바꿔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책을 다 읽고 나니 한국현대사에 빼놓을 수 없는 우리나라 정치역사를 영사기를 통해 나오는 옛날 영화를 본 느낌이 들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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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을 만들 수 있습니까
히사이시 조 지음, 이선희 옮김 / 이레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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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기 전에 그의 음악을 먼저 들어보기로 했다. 아름다운 선율, 애니매이션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환상적인 영화를 보는 듯, 눈을 감고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영화가 곧 음악이란 생각도 덧붙여 하게 된다.
 

    우리나라 영화 "웰컴 투 동막골"에 음악을 담당하고 일본 애니메이션의 다수 음악을 만든 "히사이시 조"가 말하는 음악이야기다.   그는    자신을 음악가라 여기지 않고 비지니스맨이라 낮추면서도 음악의 대가들이 지금 현대에 살아 있다면 분명 영화음악을 만들었을 것이라는 재치를 잊지 않는다.

 

   그는 음악을 만드는 과정을  멀고도 먼 마라톤을 뛰기 위해 준비하는 것으로 비유하면서 철저한 자기  관리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영화감독과의 관계라든지, 궁금했던 영화감독들의 이야기등 직접 영화속에 인물이야기라 더 흥미로왔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만든 애니매이션을 위해 준비해 간 음악을 같이 들으면서 만족하는 감독의 모습을 나열한다든지, 아시아의 여러나라 감독들과 일하면서 겪었던 일화들, 특히 우리나라 고구려왕이 나오는 작품을 만들 뻔 했던 이야기에서는  일본과는 정말 다른 우리의 현실을 완곡하게 표현하고 있었다. 또 아직까지도 저작권이란 문제에 취약한 우리나라 사정을 짚어 주기도 했다.

 

   천재란 99%의 노력만이 이루어 낼 수 있는 것이란 사실을 그를 통해 다시 한번 알게 된다. 끊임없이 여행을 하고 책을 읽고 감각을 키우기 위한 그의 노력의 결실이 아름다움 음악으로 탄생한다는 것을 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세월과 함께 몸도 마음도 늙어버린다는 고정관념을 잊게 만들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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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개
박기범 글, 김종숙 그림 / 낮은산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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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라고 문을 열면 달려와 주던 우리집 영구, 아마 지금은 저 먼 우주 어딘가에서 별이 되어있겠지.  태어났을 때부터 죽는 날까지 인간에게 충성만 하다가 간 우리집 개 영구다. 개란 참 어딘가 모르게 사람에게 친근하면서도 언제라도 멸시에 대상이 되고 마는 운명인가
 
    사실 "미친개"를 처음 받아 보았을 때 "미친"이란 단어가 먼저 눈에 들어오게 된다. 그림은 또 어떨지 기대했는데  화선지에  거친 붓놀림의 개의 모습은 금방이라도 그림 밖으로 나와 짖을 듯한 모습이다.  워낙 화려하고 귀엽기만 강아지의 모습에 익숙한 아이의 표정이 일순간 바뀌는 걸 보고 참 다르구나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림에 나온 개의 모습은 그저 땅바닥을 보고 코를 킁킁거리는 평범한 개의 모습인데 왜 미쳤다고 했는지 글을 읽으면서 어딘가 맞지 않는거 아닌가하고 의문이 생겼지만, 맞아 인간이야. 짐승만도 못한 인간들의 추한 모습이 그대로 나왔구나,, 말도 못하고 인간에 의해 버려져 그저 피해를 주지 않고 살아갈 방법을 찾다가 산으로 간 것이 잘못이라면 잘못이야.
 
    어른의 관점에서 보게 되는 터라 그런 개의 모습에서  살기가 어려워 좀 더 나은 나라에서 살아보고자 사랑하는 가족들을 뒤로 하고 머나먼 타향에 와서 힘든 생활을 하는 노동자들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그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해 말이 안통하다는 이유로 무시하고 노예처럼 부려 먹는 일들을 아무 죄의식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들을  조금이라도 이해하지 못하고 무시하려는 경향이 하루라고 없어져야하지 않을까
 
    사실, 결말이 비극적일 거라 예상했다. 그러나 나의 기우일뿐이었다.
 
   책을 다 읽은 아이의 반응은 의외다.  그저 불쌍하다라고 여기는 게 아니라 어디 멀리 도망가서 좋은 주인을 만날거야라는 희망적인 이야기를 한다. 역시 나보다 낫다. 아이의 생각이 더 밝다.
 
 어쩌면 보이는 것 너머의 것까지 보느라 차가운 마음이 그대로 눈동자에 비추어졌는지도 몰라.
 누구라도 한 번쯤 그 눈망울을 봤어야 했어.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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