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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사생활의 역사
빌 브라이슨 지음, 박중서 옮김 / 까치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오늘도 나에게 당황하게 하는 아들녀석의 질문, "엄마, 포크가 왜 날이 4개지? " 글쎄, 뭐라고 대답을 해줘야 할지 늘 엄마는 힘들다. 어디에다 물어봐야 할지도 모를 백과사전에도 없는 이런 난감한 질문들을 아마도 빌브라이슨이라면 가능한 대답일 수 있을 텐데..
뜬금없는 인물들의 등장, 빌브라이슨의 신작<거의 모든 사생활의 역사>(2011.3 까치)에서 찾았다. 원래는 날이 두개였는데 다치는 사람이 나오고 여러 시행착오 끝에 결국 4개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려 주었다. 모처럼 대답에 맘에 들었는지 계속 질문을 한다. 하지만 열심히 설명을 해도 이해를 하는지는 알 수 없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로 유명한 그의 책을 시도는 했지만 사실 그의 유머를 이해하지 못한 탓에 아직도 성공하지 못했다. 하지만 < 나를 부르는 숲>를 만나고서야 빌브라이슨과 친해졌다고 할까. 인간적인 데다 지극히 인간적인 글에 매료되었고 다 읽고 난 후에 산에 오르거나 산책할 때 책의 내용이 생각나 웃음이 난다.
어느날, 그는 영국목사관의 지붕에 물이 새자 원인을 찾고자 다락으로 올라간다. 거기서 우연히 전혀 알지 못했던 비밀문을 만난다. 그 문을 통해 내다본 바깥 풍경을 보면서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풍경에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달라졌다. 흔히 역사라는 것을 바깥에서만 찾지만 사실 집안을 둘러보니 우리가 느끼는 안락함,편안함, 여유의 결정체를 이루는 모든 것에는 단행본으로 적합한 주제라는 생각으로 집에서 세계사를 써보자고 말이다.
역시 그의 글은 정말 뜬금없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처음에는 어디 부분이었는지 헷갈릴 정도로 - 처음 검색하려는 주제와 상관없이 다른 베너에 이끌려 다른 주제르 만나는 인터넷 검색마냥- 어리둥절하게 느끼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 익숙해져 우리집에 있는 작은 두꺼비집이 있기에는 불을 밝히기 위한 소재의 발명, 양초부터 시작해서 향유고래의 포획, 석유의 발견에 이어 정제 그리고 전기를 실용화하기 위한 많은 사람들의 성공과 실패를 거치는 과정을 만날 수 있다. 대개 전기하면 에디슨만 떠올렸던 내게는 인류가 쓰고 있는 연료라는 것이 발견과 동시에 처음에 시작했던 전기의 발견은 생각보다 잔인했다.
목사관의 예전 주된 일이자 주 수입원이었던 매장일, 시체 매장의 얽힌 이야기와 분비물의 처리가 수세식변기가 나오기 까지 엄청난 악취사건으로 해결책을 찾아낸 결과물이었던 사실 지금까지 익숙하지 않는 주제라 재밌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인류의 역사에 있었던 사실이라는 게 놀랍기까지 하다.
에펠의 작품, 에펠탑이 1만 8,000개의 이러저린 맞물린 부품들로 이루어진 번개무늬 세공품이라는 사실과 20세기 가장 중요한 건설 기법이자 현장에서 일한 근로자는 겨우 130명뿐이었지만 건설 과정에서 단 한 명의 사망자가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마침 종이접기로 에펠탑을 완성한 우리 아들도 왠지 대견해 보였다.
장황하게 인류가 정착을 통해 농업을 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고 난후 결론으로 도무지 왜 인류가 농사를 짓게 되었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한다든가 모기의 천적인 박쥐를 이용해 초대형 박쥐탑을 건설하고자 했던 찰스 A.R. 켐벨 박사의 아이디어의 실패를 두고 알고보니 박쥐라는 놈들은 어디서 살아라 말아라 지시 받기를 좋아하지 않았다고 하는 재치있는 문구에 여백없이 빽빽한 글을 읽는 이를 웃어넘기게 했다.
세균이 가장 많은 곳은 부엌에서도 행주였다. 알고는 있었지만 그보다 놀라운 일은 볼일을 보고 변기 뚜껑을 닫지 않으면 어떤 일이 초래되는지 알고 부터 앞으로는 꼭 변기뚜껑을 닫게 될 것 같다.
작은 호기심이 엄청난 작업으로 변질되자 그도 역시 당황했다고 고백하면서 재밌는 빌브라이슨의 책을 통해 우리집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것의 백과사전을 읽은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