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또한 지나가리라! - 김별아 치유의 산행
김별아 지음 / 에코의서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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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제목부터가 내가 자주 떠올리고  자타가 공인하는 천진한 아들녀석이 일을 저지르고 올때마다  마음을 다잡는 말이라 익숙하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작가 역시 산을 오르면서 얼마나   되새겼을지 읽는 내내 그 험난한 산행도 마치 지금 백두대간을 종주하고 있는 이들과 한마음이 되기에 충분하다.

   지금껏 내가 오른 산 가운데 아무래도 가장 기억에 남고  현재 같이 살고 이의 진심을 알게 되었다고 할 수 있는 대학교 4학년 여름방학 때 오른 지리산이다.  무모하기 짝이 없었던 그 산행을 통해 그동안 감추었던 아니 감추려고 애썼던 모든 것, 그중 가장 고집했던 민낯과  흐르는 땀 때문에 도저히 감출 수 없었던 숱없는 눈썹까지 모두 드러내 보이고 말았다. 그래도 끝까지 포기 못하고 아무일 없이 다녀 올 수 있었던 것은 다름아닌  바로 나를 버리고 가지는 않겠구나 하는 믿음이었다.

  백두대간의 백은 백두산을 두는 지리산의 다른 이름 두류산의 앞글자에서 따온 것이다. 그래서 남쪽에서 시작하면 지리산부터이지만 입산금지시기라 부득이 남원에서부터 시작되어 총 16차까지 진행중인 이 산행은  구간을 거의 10시간가까이 새벽부터 걷는 강행군이었을 산행기록이다.  읽어 갈수록 인간이 겪는 모든 고통이 피부로 와 닿는 것 같다.

 무엇보다 시작부터 저자의 어린시절 자신의 아픔부터 고백하는 데부터 이 산행은  부제목처럼 그냥 산행이 아니라 산행을 하면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보는 치유로 승화되는 과정을 보는 듯하다.

 여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이야기중에 하나가 남자들이 하는 군대이야기 그것도 군대에서 한 축구이야기라는 데  산에 다녀온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남녀불문  말하는 사람을 가리지 않고 흥미진진할 수 밖에 없다. 같은 고통과 정상에 오른 완성의 희열까지 모두 산행이 주는 카타르시스는 명상이 주는 알파파와 맞먹는 것이라 한다. 그래서 그랬구나

  물이 없어 죽을 것 같은 상황, 예측하지 못한 일들은 아무리 얘기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극한 상태에서 바닥을 경험한 뒤에 아이가  쓴 산행 후기, 산은 타는 척할 수 없다는 말 정말 공감한다.

 산을 오르면서 자신을 들여다보고 관계속에 살아 갈 아이들과 추억이라기보다 공감대를 형성해 가는 과정들이 다 읽도록 앞으로 진행 될 남은 이야기가 더 궁금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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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 일기 - 아프리카의 북서쪽 끝, 카나리아에서 펼쳐지는 달콤한 신혼 생활
싼마오 지음, 이지영 옮김 / 좋은생각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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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하마터면  지나쳐 후회할 뻔 한 책이다. 전작들 <사하라 이야기>와 <흐느끼는 낙타>를 읽고 한동안 그녀의 작품을 읽지 못하리라는 생각에  한장 한장 천천히 넘기면서 슬프기도 했다. 그런데, 이게 왠일 그녀의 책을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만나게 되다니 그저 감개가 무량할 지경이다.

 이상하게도  싼마오의 글은 한번 읽기 시작하면 다 읽을 때까지 내려 놓을 수가 없다.  같은 동양인어서 혹은 같은 여자이기에 느끼게 되는 아무튼  워낙 그녀의 글은 강한 중독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그녀가 이세상에 없다거나(그녀의 서거 올해 20주년) 그녀의 남편 호세는 스페인인이고 연하남이었다거나 하는 등의 일들은 아무렇지 않게 느껴지고 오히려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이들같은 친근함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전작들에서 이미 그녀가 이웃들과 극도의 친밀감을 느끼게 해주고 낯선 환경에서도 참으로 잘 살고 있다거나  신혼이란 이미지보다 세계인과 하나될 수 있는 강인함에 재미를 느끼게 해주었다면  이번 책
<허수아비일기> (2011. 4 좋은 생각)은 정말 그녀의 시댁과 남편의 이야기가 알콩달콩하면서도 여전히 이웃들 (카나리아 제도-스페인령에 있는 북아프리카의 아름다운 해안도시에 거주)과 살아가는  일들이 모두 독특하면서도 시종일관 재밌다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게 한다.

  무엇보다 기존의 두 주인공 그녀와 그녀의 남편이 만나기 전의 이야기, 그러니까 싼마오의 해외유학시절의 이야기가 있어서 금은보화를 만난 것 마냥 즐거웠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그녀의 독특한 기숙사 생활은 왠지 여간내기가 아니였음이 확인되는 순간 역시나 하는 감탄사가 저절로 나오게 하는 대목이었다.

  호세의 시어머니와 조우하면서 중얼거리듯 혼자 독백하는 표현은 어쩜 시간을 넘고 공간을 넘어 인종이 달라도 별다를 게 없는 며느리라는 것을 허수아비에 빗대어 표현한다.  그러면서도 한 달동안 시댁식구들을 정성을 다해 대접하는 그녀의 모습은 우리네 모습과 다를 게 없는 며느리의 비애라고나 할까  가끔 나도 시댁에 가면 내가 아니라 마치 이리저리 흔들리는 허수아비 같다고 생각했었는데..

  남편 호세의 편지는 정말 알콩달콩한 신혼을 잘 보여준다. 그녀가  바람처럼 친정 타이완에 가서 40일정도 떨어져 있는 동안 나눈 편지들은 젊은 부부의 시기와 질투까지 느껴지게 해주고 그녀가 여전히 오지랖 넓게 마주하게 되는 여러 이웃들과의 일들은  소소하지만 진한 감동을 느끼게 해준다.

  그녀가 이세상에 없다는 것을 가지고 읽을 수록 괜히 짠한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다. 뭐 이미 고인이 된 다른 대가들이 뭐냐  나는 하면서 무덤에서 벌떡 일어나 한숨을 쉴 만한 일이겠지만 왠지 그녀가 남편이 죽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생을 마감했다니 좀더 행복한 신혼을 누렸길 나도 모르게 바래서  더 그러했다. 하지만 이번 책을 읽으면서 그녀는 죽은 게 아니구나 오히려 영원히 그녀의 글속에서 살아있구나하는 생각에 가볍게 책을 덮을 수 있었다. 그녀의 숨겨진 다른 책이 곧 나오겠지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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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잉 메시지 - 지구와 인류를 살리려는 동물들의
개와 돼지 외 지음 / 수선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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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언제 추웠느냐는 듯이 활짝 만개한 꽃들을 보니  땅은 여전히 딱딱한데도 어느 틈에 새싹을 틔우고 나무에 꽃은 소리 소문없이 피었다가 이제는 바람에 흔들려 꽃비가 내린다. 지난 해  주말농장을 하면서 또한번 자연의 신비를 직접 느끼고 있다. 초보농부가 직접 땅을 일구고 물을 주는 작업이 사실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수확의 기쁨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 기쁜 나머지  올해도 모기에 물리고 손이 거칠어지는 것을 잊고 다시 땅을 일구고  모종을 심었다. 

    덕분에 달라진 것이 또 있다면 일기예보를 정말 꼼꼼히 보게 되었다. 그동안 일기예보를 안 본것은 아니지만 옷차림이라든가 혹시 감기에라도 걸리까에 주목을 들었다면 밭에 심어놓은 농작물에 행여 무슨 일이라도 있지 않을까 아기를 돌보듯 나도 모르게 걱정을 하게 되면서 날씨도 다르게 다가왔다. 

    지난 달에 있었던 일본의 지진과 방사능 물질이 공기중에 바다를 오염시키면서 이 모든 일들에는 지구라는 하나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이제 곧 있을 봄비, 장마까지도 염려되면서 읽기 시작한 <지구와 인류를 살리려는 동물들의 다잉 메시지>(2011. 3 수선재)는   밝은 노란색에 작은 크기의 책과 어울리지 않는  주는 무시무시한  제목이라 놀랍고 지은이가 개와돼지라니 이상한 책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지구와 인류를 살리는 데 동물들이 하는 말이라니 일단 숨을 고르고 읽게 된다.

   나를 위하고  인류를 위한 일이라는 데 말못하는 동물들의 할말은 무엇일까

   짐작대로다. 아프다고 못살겠다고 아우성인 동물들이 말한다. 그들이 죽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인간과 동물, 식물 이 지구상에 사는 모든 생명과 교감할 수 밖에 없기에 꼭 피해는 돌아온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인간이 나서야 한다는 경고메세지들이다.

   쉽게 먹고 만족했던 소, 돼지 고기들의 메세지가 제일 가슴아프다.  방목하여 자유롭게 살다가 생명을 다할 때는 인간의 먹이로 되고 싶다는 그들의 소원이라고 한다.  그럼 무척 행복할 거라는 데 인간은 너무 자신 욕심에만 치중한 필요헤 의해 좁은 공간에 지저분하고 오염된 생활환경에서 비롯된 구제역이나 신종인플루(돼지독감)을 피하기 위헤 꼭  생매장하는 잔인한 방법까지 동원해야 했을까. 그들의 원망이 하늘을 찌르는 것 같다.

  바다에 무조건 갖다 버리는 쓰레기와  불필요한 통화로 지구 자기장의 혼란으로 야기한 바다 생물의 떼죽음을 가져왔다. 모른다고 눈을 감기만 하면 되는 것이 모든 일이 다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다시 돌아온다는 강한 메세지는  대재앙을 알리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현실로 다가오는 무서운 자연을 보면서 더 피부로 와 닿는다. 괴로운 것은 참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해결점을 찾고 식상하지만 나하나 쯤이라는 생각부터 버려야 할 때임을 경각시키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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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사생활의 역사
빌 브라이슨 지음, 박중서 옮김 / 까치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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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오늘도 나에게 당황하게 하는 아들녀석의 질문, "엄마, 포크가 왜 날이 4개지? "  글쎄, 뭐라고 대답을 해줘야 할지 늘 엄마는 힘들다. 어디에다 물어봐야 할지도 모를  백과사전에도 없는 이런 난감한 질문들을 아마도 빌브라이슨이라면 가능한 대답일 수 있을 텐데.. 

   뜬금없는 인물들의 등장,  빌브라이슨의 신작<거의 모든 사생활의 역사>(2011.3 까치)에서 찾았다. 원래는 날이 두개였는데 다치는 사람이 나오고 여러 시행착오 끝에  결국 4개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려 주었다. 모처럼 대답에 맘에 들었는지 계속 질문을 한다. 하지만 열심히 설명을 해도 이해를 하는지는 알 수 없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로 유명한 그의 책을 시도는 했지만 사실 그의 유머를 이해하지 못한 탓에 아직도 성공하지 못했다. 하지만 < 나를 부르는 숲>를 만나고서야 빌브라이슨과 친해졌다고 할까.  인간적인 데다 지극히 인간적인 글에 매료되었고 다 읽고 난 후에 산에 오르거나 산책할 때 책의 내용이 생각나 웃음이 난다.

  어느날, 그는 영국목사관의 지붕에 물이 새자 원인을 찾고자 다락으로 올라간다. 거기서 우연히 전혀 알지 못했던  비밀문을 만난다.  그 문을 통해  내다본 바깥 풍경을 보면서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풍경에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달라졌다. 흔히 역사라는 것을 바깥에서만 찾지만 사실 집안을 둘러보니 우리가 느끼는 안락함,편안함, 여유의 결정체를 이루는 모든 것에는  단행본으로 적합한 주제라는 생각으로 집에서 세계사를 써보자고 말이다.

   역시 그의 글은 정말 뜬금없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처음에는 어디 부분이었는지 헷갈릴 정도로 - 처음 검색하려는 주제와 상관없이 다른 베너에 이끌려 다른 주제르 만나는 인터넷 검색마냥- 어리둥절하게 느끼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 익숙해져 우리집에 있는 작은 두꺼비집이 있기에는 불을 밝히기 위한 소재의 발명, 양초부터 시작해서  향유고래의 포획, 석유의 발견에 이어 정제 그리고 전기를 실용화하기 위한 많은 사람들의 성공과 실패를 거치는 과정을 만날 수 있다. 대개 전기하면 에디슨만 떠올렸던 내게는 인류가 쓰고 있는 연료라는 것이 발견과 동시에 처음에 시작했던 전기의 발견은 생각보다 잔인했다.

  목사관의 예전 주된 일이자 주 수입원이었던 매장일, 시체 매장의 얽힌 이야기와 분비물의 처리가 수세식변기가 나오기 까지  엄청난 악취사건으로 해결책을 찾아낸 결과물이었던 사실 지금까지 익숙하지 않는 주제라 재밌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인류의 역사에 있었던 사실이라는 게 놀랍기까지 하다.

  에펠의 작품, 에펠탑이 1만 8,000개의 이러저린 맞물린 부품들로 이루어진 번개무늬 세공품이라는 사실과 20세기 가장 중요한 건설 기법이자 현장에서 일한 근로자는 겨우 130명뿐이었지만 건설 과정에서 단 한 명의 사망자가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마침 종이접기로 에펠탑을 완성한 우리 아들도 왠지 대견해 보였다.
  
  장황하게 인류가 정착을 통해 농업을 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고 난후 결론으로 도무지 왜 인류가 농사를 짓게 되었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한다든가 모기의 천적인 박쥐를 이용해 초대형 박쥐탑을 건설하고자 했던 찰스 A.R. 켐벨 박사의 아이디어의 실패를 두고 알고보니 박쥐라는 놈들은 어디서 살아라 말아라 지시 받기를 좋아하지 않았다고 하는 재치있는 문구에 여백없이 빽빽한 글을 읽는 이를 웃어넘기게 했다.
   
  세균이 가장 많은 곳은 부엌에서도 행주였다.  알고는 있었지만 그보다 놀라운 일은 볼일을 보고 변기 뚜껑을 닫지 않으면 어떤 일이 초래되는지 알고 부터 앞으로는 꼭 변기뚜껑을 닫게 될 것 같다.

  작은 호기심이 엄청난 작업으로 변질되자 그도 역시 당황했다고 고백하면서 재밌는 빌브라이슨의 책을 통해 우리집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것의 백과사전을 읽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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