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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열쇠 ㅣ 홍신 세계문학 8
A. J. 크로닌 지음, 김성운 옮김 / 홍신문화사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오래전 <성채>라는 작품을 통해 A.J크로닌을 처음 알게 되었다. 아마 고등학교 졸업할 때쯤이었던 걸로 기억하는 데 이제야 그의 다른 책 <천국의 열쇠>(2012.5 홍신문화사)를 읽게 되었다. 신과 인간, 구원과 삶이라는 주제가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걸 보니 나도 나이가 들어가고 있구나 새삼 느끼게 된다.
개인적으로 그럴려고 한 것은 아니지만 되도록이면 종교에 관한 픽션은 읽지 않게 된다. 궁금했지만 <다빈치코드>도 읽지 않았다. 그렇다고 신심이 강하고 반박할 어떤 신념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그런다. 아직도 경계를 확실히 긋는 것에 약한 인간이다.
당신은 천국을 믿습니까
가슴에 띠를 두르고 하느님 나라를 알리기 위해 불철주야 비가오나 눈이 오나 지하철 역앞에서 목청껏 소리높여 강조하시는 분들은 도대체 어디서 그런 용기과 나오는 것인가. 물휴지와 창피함을 무릎쓰고 낯선이에게 홍보하시는 분들 역시 그렇게 하면 천국으로 가는 지름길을 알려주는 특권을 미리 받기라고 한 것인지 참으로 열성이 대단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
주인공 프랜시스치점신부의 일생을 따라가 보니 그의 인생은 한마디로 고난의 연속이다. 종교가 다른 부모님의 사이에서 태어나 잠시지만 행복의 시간이 있었을 뿐 한순간 고아가 되고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다.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에게도 이유도 알 수 없이 짐짝 취급을 당한 나머지 도망치려고 했지만 실패하고 다락방에서 병고에 죽을 고비를 넘길 때에 극적으로 폴리 아주머니(고모부의 여동생-고모는 이미 고인이 되어 사실 먼 친척이라하기에도 애매하다) 에 의해 고모부 집으로 오게 된다.
그러면서 첫사랑 노라와 다시 만나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신부가 되기 위해 신학교에 들어가게 되는데 어느날 휴가에 오지 말라는 편지를 받게 되고 의심스러운 나머지 몰래 돌아가지만 안타까운 소식만 접한다. 노라가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과 결혼을 하게 된다는 소식이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그녀와 떠나고 싶어하지만 하지 못하고 비극적인 노라의 죽음에 절망한다. 다시 학교로 돌아온 그는 자신이 가고자 하는 그 길에 산티아고 순례길에 오르듯 무작정 걷기 시작한다. 무단 외출에 퇴교조치를 당할 위기에 처하고 만 프랜시스는 그의 진실이 담긴 일기를 본 학장신부님의 의해 무사히 졸업을 하고 신부로 부임하게 된다.
보좌 신부생활에서도 주임신부와의 마찰로 결국 중국으로 가게 된 치점신부는 떠나올때의 굳은 결심을 무너뜨리는 중국인들의 이교도에 대한 불신과 차별에 또다시 절망한다. 어렵게 류촌이라는 곳을 다녀온 뒤 그를 따라온 요셉과 진료소를 차리게 되고 차츰 신의를 얻게 된 뒤 우연히 차씨의 아들을 고쳐준 인연으로 성당을 짓을 수 있게 되고 세 분의 수녀님까지 부임하게 된다. 행복한 날도 잠시 페스트와 기근, 도적떼들의 침입등 고비를 넘기면서 그와중에 친구 윌리의 죽음까지 보게 된 치점신부, 한순간 날아가 버린 어렵게 지은 성당을 보면서 인생이 뭐 이렇게 어렵기만 할 수 있나 고난의 연속을 견뎌내야 하는 것이 하느님의 뜻이라는 건가 생각하게 만든다.
서로 오해했던 원장수녀의 도움으로 다시 성당을 짓게 된 뒤 그를 방문 온 친구 잘나가는 밀리신부와 조우하면서 치점신의 곱지 않은 시선과 말투에 담긴 진심을 읽을 수 있었다. 세월이 흘러 세계대전 중에 도적떼들의 전쟁으로 심한 기근에 도움도 외면당하고 결국 아이들과 수녀님들을 류촌으로 보낸 후 성당을 지킨 치점신부, 새로온 선교사부부와 좋은 관계를 맺고 지내지만 뜻하지 않게 납치를 당하게 되고 극적인 탈출을 하게 되는 등 사건 뒤에 일기로 회상을 하게 되는 중국에서의 마지막 여정은 눈시울을 뜨겁게 만든다.
많은 일들 뒤에 본국으로 돌아오게 된 치점신부는 노라의 딸 주디가 낳은 안드레아를 찾아 간다. 비쩍마른 안드레아의 모습은 노라를 닮아 있었다. 자신이 다시 돌아오게 된 이유는 바로 안드레아를 찾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라 생각한 신부는 자신이 부임한 작은 성당에서 그가 그토록 원하고 원했던 옛날 아버지와의 낚시를 하러 가는 것처럼 안드레아와 함께 강으로 향한다. 안드레아를 어떻게든 고아원으로 보내기 위해 왔던 비서신부마저 감동시킨 치점신부의 유일한 무기였던 냉철하고 고집스런 침묵이었다.
p 344
" 천국으로 들어가는 문은 단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이쪽문을 택했듯이, 새로 오는 선교사들은 다른 문을 택했다는 것이 다를 뿐이지요. 그분들이 믿는 길에 따라 자신과 신앙을 베풀 권리를 우리가 어떻게 막을 수 있습니까. 또 그래서는 안 되겠지요. 역시 받아들이는 것이 옳지 않을까요?"
때로 인생이 바라는 대로 되지 않는다고 원망을 하고 살게 된다. 그때 지옥은 먼 곳이 아니라 내안에 불타오르는 의지를 꺾어버리는 그 무엇때문에 절망할 때 느낀다. 안정되고 평온한 삶도 역시 혼자만 느끼지 못하면 그곳은 언제나 지옥일 것이다. 반대로 늘 그렇지만 내게 주어진 고난과 역경이 언제가 반드시 희망이 되어 온다는 것을 알 게 된 그 1초가 바로 천국이었음을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