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그램 - 내겐 너무 무거운 삶의 무게 미메시스 그래픽노블
수신지 지음 / 미메시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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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에 관해  애기 할 때 참 쉽다.  특히 TV에서 오랜 투병생활을 하고 나온 연예인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는 참 다행이다. 혹은 이런 음식을 먹고  나았다더라 하면서  잠깐 관심을 가질 뿐 TV를 끄고 나면 잊어버린다. 그러나 그 주인공이 나 또는 내 피붙이가 된다면 사정은 달라지는 것을 직접 경험하고 보니 알게 되었다.

 

  병문안을 가거나 잠시 들렀을 때는 몰랐는데 입원한 사람이 내피붙이라니 인정할 수 없었다. 벌써 반년이 지났는데도  언니의 암투병소식은 나는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아니 믿고 싶지 않은 것이 더 맞는 말이다.

 

  3그램의 주인공은 바로 난소암을 알게 되고 치료하는 과정 직접 겪은 작가 자신의 이야기다. 그래픽 노블이란 새로운 장르의 글과 그림은  언니와 내게 있었던 일들이 새록새록 떠오르게 만들었다.  아무리 암이 흔한 병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어떻게 그렇게 한순간 한사람의 삶을 뒤죽박죽 만들어 놓는지 병이라는 것이 그 크기를 떠나서 잃고 나니 그 무서운 존재로 다가왔다.

 

  27살의 주인공은 어느날 배가 불러 와 병원을 찾았다가  예상치 못한 암선고를 받는다.  워낙 위급한 경우라 여기저기 전화를 해보고 처음 맞딱드리는 상황, 여러 생각을 하기도 전에 남의 일이라 무심코 던져지는 말에 쉽게 상처를 받는 모습이 나온다. 위로의 말이 먼저 일텐데 나부터 언니의 암소식에 먼저 내민 말이 죽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언니가 받았을 그충격은 뒷전이고  뭔가 쿵하는 것이 가슴을 내리치면서 원망만이 남았을테지

 

 수술을 들어가기 전 최악의 상황을 예견하는 보호자상담, 아직 결혼하기 전인 사람에게 해서는 안 될 무서운 말들.. 무엇보다 자식의 아픔을 쭉 지켜봐야 하는 부모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말들.. 언니의 투병을 보면서 (내게 전화해서 우는 엄마의 가슴아픈 그날 그날의 이야기) 잘 견뎌내야한다는 말외에는 해줄 말이 없었다.

 

  수술이 끝나고 병원생활을 지내는 주인공은 때로 지루함을 날려버리는 상상을 하기도 하고 병원생활을 섬에 비유하기도 한다.  몇달전 나도 건강진중에 작은 종양이 발견되어 입원을 한 적이 있었는데 혼자 있는 시간은 뭘 해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언니나 주인공처럼 치료를 받기 위해 오랜시간 있었던 것도 아님에도 환자복으로 갈아입은 순간 저절로 의기소침한 나약한 환자가 되버리니 그 상실감은 정말 뭐라 표현이 안된다.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TV를 크게 틀어놔서 느껴지는 외로움과 공허함..

 

  항암치료를 하면서 쑥쑥 빠지는 머리카락, 끝날 것 같지 않았던 바로 병원문을 나서는 그 시간이 다가왔다. 끝이 아니라 바로 인생의 시작인 순간이 온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수치스럽게 느껴지는 산부인과 진료 시간이다. 그래도 시간을 흘러 계절은 바뀌고 덤덤하게 자신의 이야기이자 아픔을 이겨낸 모든 이에게 희망을 안겨줄 이야기였다.

 

  언니의 항암치료는 아직 진행중이다. 많이 야위었고 전과 다르게 많이 용기를 잃었는데 권해 줄만한 책을 찾았다. 새장을 벗어나지 못하더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새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있는 책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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