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인간은 기억하지 않는다 - 창의적인 삶을 만드는 뇌과학자의 생각법
모기 겐이치로 지음, 이진원 옮김 / 샘터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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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전에 점심으로 무얼 먹었나요?

지난 일주일 동안 가장 기분 좋았던 경험은 무엇인가요?


기억력 테스트처럼 보이는 두 개의 질문에는 놀라운 비밀이 숨겨져 있어요.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주일 전에 먹은 점심 메뉴는 기억 못해도, 기분 좋았던 경험은 기억할 거예요.

왜 그럴까요.


<생각하는 인간은 기억하지 않는다>는 일본의 뇌과학자 모기 겐이치로의 책이에요.

저자는 62년생이지만 언제까지나 다섯 살 아이로 살아갈 생각이라고 해요. 이를 위해 아침부터 저녁까지 줄곧 '몰입 flow' 속에서 살고 있대요.

이 몰입의 개념은 미국의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가 정의한 것으로, 모든 과제마다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는 심리 상태를 뜻해요. 다섯 살 아이는 새롭고 즐거운 일에 빠져들면 싫증을 내지 않아요. 이것이 바로 몰입인데, 이런 상태를 지속한다는 게 한 가지 일만 계속한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한 가지 과제가 질리면 다음 과제로 넘어가 끊임없이 새로운 즐거움을 이어갈 수 있어요. 학교나 직장에서 주어지는 어려운 임무뿐 아니라 인생의 모든 일을 과제로 생각한다면 어떨까요. 생각을 바꾸면 무엇을 하든 즐겁고 의미 있는 시간으로 만들 수 있다고, 그래서 저자는 다섯 살 아이로 되돌아갈 수 있다고 이야기해요. 

음, 그건 뇌과학자니까 가능한 거지 나는 안 될 거야, 라고 생각했다면 -  정말 뇌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증거예요.


지금의 나이는 문제가 되지 않아요. 그런데 왜 우리는 나이에 집착할까요?

저자는 우리를 불행하게 만드는 관습 중 하나가 연령 차별이라고 해요. 우리나라와 비슷한 정서를 가진 일본은 연령 차별이 강하고, 그중에서도 여성은 남성보다 연령 차별의 대상이 되기 쉬워요. 아마 다들 나이 때문에 차별을 당한 적이 있을 거예요. 다양한 상황에서 다른 사람의 나이를 묻고, 나이에 신경쓰는 근거는 뭘까요. 다른 사람을 신경쓰는 이유는 스스로 불안하기 때문이래요. 현대인이 안고 있는 불안들 중 하나가 '나이'라는 거죠. 우리는 나이 드는 일을 부정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나이들수록 점점 더 비참해진다고 여기는 거래요. 그러나 그건 사실이 아니에요. 

뉴욕의 작가이자 활동가인 1952년생 애슈턴 애플화이트는 2017년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TED 컨퍼런스에서 '연령차별을 끝냅시다 Let's end Ageism'라는 대담으로 큰 호응을 얻었어요. 애플화이트의 주장에 따르면 여성이 불행을 느끼는 건 여성이라서가 아니라 여성 차별 때문이며, 나이 든 사람은 쇠약해지는 몸과 인지 기능 때문이 아니라 연령 차별 때문에 불행하다고 했어요. 그러니까 차별과 편견이 우리를 불행하게 만들었던 거예요. 뒤집어 보면, 우리의 생각을 바꾸는 것이 행복해지는 방법이 아닐까요.

앞서 저자가 다섯 살 아이로 살 수 있는 건 다섯 살 아이의 생각으로 바꾸면 가능한 일이에요. 다섯 살 아이의 호기심과 열정 그리고 몰입.

어떤 조건이나 상황에도 구애받지 않고 행동하는 것.

아무것도 모르는 다섯 살 아이가 자신이 흥미롭게 느끼는 뭔가를 배우는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한다면 그 과정들이 엄청 즐거울 거예요.


맨처음에 두 개의 질문을 던진 건 저자가 알려준 뇌의 특징을 설명하기 위해서예요.

뇌는 용량이 한정되어 있어서 살아가는 데 중요한 정보만 남기기 위해 항상 기억을 편집한대요. 일주일 전에 먹은 점심은 기억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기억을 삭제한 거예요.

하지만 기분이 좋았던 경험처럼 감정이 움직일 때의 기억은 뇌에서 중요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선명하게 남아 있는 거래요.

생물로서의 뇌가 활발하게 작동할 때는 어떤 일을 처음 경험할 때인데, 낯선 장소를 가거나 새로운 일을 할 때는 불안과 기대로 가슴이 마구 두근거려요. 감정은 우리가 무언가를 처음 할 때 가장 많이 동요한대요. 

자, 여기서 나의 뇌를 살펴봐야 해요. 나의 뇌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뇌가 해야 할 일을 찾을 수 있어요. 자신이 원하는 걸 깨닫고 그것을 잘 실행해 나가면 뇌는 자연스럽게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거래요. 


이 책은 우리가 자신의 뇌에 대해 얼마나 모르고 있는지를 확인시켜주네요.

우리가 알아야 할 뇌의 위험 징후뿐 아니라 뇌의 욕구가 있다는 것. 삶을 바꾸는 건 생각이고, 그 생각은 뇌를 잘 사용하면 돼요.

뇌를 알아야, 뇌의 욕구를 깨달아야 부족한 부분은 영양 공급을 하고 뇌를 고르게 사용하여 건강하고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어요. 그 방법들이 이 책 속에 들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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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의 DNA : 대한민국 진로유산
김병숙 지음 / 성안당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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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은 어떤 한 해로 기억될까요.

코로나 팬데믹이 가장 먼저 떠오를 것 같습니다. 여전히 끝나지 않은 위기 속에서 대한민국은 'K 방역 모델'을 통해 모범사례를 너머 세계 표준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유엔, WHO, 유네스코 등 주요 국제기구 차원의 국제협력과 연대를 추진하며 효율적인 코로나19 공동 대응 방안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놀라운 발견이었습니다. 자화자찬이 아니라 전 세계가 인정하는 대한민국이 되었습니다.

일부 외신에서는 위기를 기회로 바꾼 대한민국의 대응 사례를 들면서 그 성공 비결로 디지털 경쟁력을 꼽았다고 합니다. 첨단 기술의 접목과 뛰어난 의료 시스템 그리고 국민의 단결력이 합쳐져 놀라운 방역 능력을 발휘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 민족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우리 민족의 DNA : 대한민국 진로유산>은 바로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알려주는 책입니다.

먼저 2020년은 직업학을 창설하고 직업상담사 자격을 도입하면서 (사)한국직업상담협회를 설립한지 20주년이 되는 해라고 합니다.

이런 뜻깊은 해를 맞이하여 저자는 직접 '대한민국 진로유산'을 그림으로 그리고,『한국직업발달사』(김병숙 지음,시그마프레스,2007)에서 글을 발췌하여 이 책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저자는 직업훈련연구소, 한국기술교육대학교,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서 40여 년간 직업에 관한 연구를 통하여 우리나라 직업상담의 단초를 제공한 인물이며, "우리 민족만이 갖는 고유한 직업적 재능'을 '진로유산'이라고 명명하였습니다. 우리 민족의 진로유산이 곧 우리 민족의 DNA 라는 것입니다.

이 책은 "우리 민족의 DNA 대한민국 진로 유산"을 통해 우리 민족의 위대함과 개개인들의 우수성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책 속 그림은 우리 역사에서 고조선, 삼국, 가야, 발해, 조선, 근대에 이르는 위대한 우리나라 13점과 국민 특성과 국토가 물려준 진로유산 7점, 성장 동력의 진로유산 15점, 직업관과 역사 속 직업 인물들 6점 등 총 41점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만약 전시회에서 이 그림들을 봤다면 우리 역사에서 빛나는 장면들이라서 책보다 더 큰 감동을 받았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은 특히 청소년 진로에 도움이 될만한 내용들이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우리 역사에는 진로 모델링이 가능한 인물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저자는 선조들에 대한 탐구 결과를 청소년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진로를 설정하는 데 길잡이가 될뿐 아니라 우리 민족의 정체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진로 대리 학습 모형은 청소년이 자신의 가치, 희망, 철학, 활동 분야 등에 의미가 있는 인물을 선정하고, 그 인물이 추구했던 인생의 목표, 방법 등을 따라 하게 하는 방식입니다. 이 방식은 진로의 좌표로서 인식하게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진로 대리 학습의 역사적 인물 분석 결과, 90분이 선정되었고, 진로 유형을 9개 영역으로 분류하고, 각 영역별로 10분씩 연계하여 인생의 스승 역할을 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그 내용이 그림으로 잘 나와 있습니다. 

역사적 인물의 인생행로에 따라 분류한 아홉가지 유형을 살펴보면, 무한능력형, 신념실현형, 진로개척형, 장벽극복형, 윤리추구형, 국가수호형, 다중직업형, 적성추구형, 자기헌신형이며 각각의 인물과 간략한 설명이 나와 있습니다.

결국 우리 민족의 정체성, DNA 는 역사를 통해 증명되었고,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는 강력한 성장 동력과 자부심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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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나간 기대 - 준비되지 않은 통일
안정식 지음 / 늘품(늘품플러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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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나간 기대 : 준비되지 않은 통일> 은 한반도 통일을 위한 보고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통일에 대한 준비는 막연한 '기대'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냉정한 '현실'에 기반한 것이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박근혜 정부는 '통일 대박'이라고 외쳐놓고는, 돌연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를 감행했습니다. 10년 넘게 유지됐던 개성공단이 하루아침에 문을 닫으면서 저자는 깊은 회의에 빠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 일관성을 상징하는 마지막이자 유일한 지표였던 개성공단을 북한도 아닌 우리 정부가 폐쇄함으로써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 이후 본격화됐던 남북교류의 시대가 16년 만에 물거품으로 되돌아갔다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진보와 보수가 적대적으로 분열된 상황에서 대북정책의 일관성이 지켜질 리 없고, 한반도에서 북한의 점진적 변화를 통해 남북이 자연스럽게 하나가 되는 소프트랜딩 통일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고 말합니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준비되지 않은 통일, 즉 예상하지 않은 상황에서 갑자기 이뤄지는 하드랜딩 통일이 이뤄질 가능성과 그 대처방안에 대해 검토하고 있습니다. 원래 하드랜딩이라는 용어는 비행기나 우주선이 땅에 내려앉을 때 큰 충격을 일으키며 착륙하는 것을 뜻합니다. 상황이 변화되는 과정에서 충격을 그대로 받는 상황, 즉 남북통일 과정에서 분단 70년의 충격을 완충시키지 못하고 그대로 감수해야 하는 통일을 전망한다면 훨씬 많은 준비가 필요합니다.물론 하드랜딩 통일은 바람직하지 않으나 최악의 상황을 논의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통일 방향이라고 본 것입니다.


이 책은 왜 하드랜딩 통일의 가능성이 높은지, 그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하면서, 하드랜딩 통일이 현실화될 경우 우리가 맞닥뜨려야 할 부작용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어떤 통일한국을 만들 것인가를 논하기 위해서는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자는 통일의 가장 큰 적은 내부 분열이라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주변국들의 외부적 영향력이 통일에 긍정적이지 않은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어떤 상황에서든 당사자와 주변국의 역할과 비중은 다릅니다. 주변국들이 아무리 목소리를 높여도 한반도 문제의 직접 당사자인 우리가 북한 문제에 대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이러한 역량은 남북한이 직접 당사자로서의 목소리를 주변에 함께 낼 수 있을 때 결정적으로 발휘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그러한 주체적 역량을 발휘할 자산을 스스로 소진시켜왔습니다. 진보-보수 간의 적대적 분열로 인해 북한의 변화를 이끌고 통일의 길로 나아갈 수 있는 역량을 스스로 소진시킨 것입니다. 남한 내에서 진보와 보수로 첨예하게 갈려 통일이라는 현안을 놓고 적대적으로 대립할 경우는 통일을 추동할 내부 역량의 발현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통일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내부 갈등의 지점들은 여러 가지가 존재합니다. 가장 먼저 통일의 당위성에 관한 부분입니다. 지금 젊은 세대에서는 '반드시 통일을 해야 하는가'라며 부정적 시각이 늘고 있습니다. 남북이 하나의 민족이라는 의식이 강한 기성세대와는 달리, 민족보다는 개인의 삶을 중요시하는 젊은 세대 사이에서 통일의 당위성을 놓고 갈등이 불거질 수 있습니다. 민주사회에서 통일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분출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이러한 의견들이 점점 더 양극단으로 갈라져 내부 분열을 심화시키는 건 매우 위험합니다. 내부 분열로 우리의 목소리가 무엇인지조차 불분명하게 되면, 한반도의 운명을 결정하는 데 있어 주변국들의 외부적 영향력이 강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비극의 역사를 반복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됩니다. 해방 이후처럼 다시 한반도가 격변하는 시기가 왔을 때 우리의 의사와 관계없이 한반도 운명이 결정되는 비극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우리 내부의 역량을 결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통일 국면에서 가장 큰 적은 외부의 간섭이 아니라 우리 내부의 분열이 될 것입니다. 

지금처럼 우리 스스로 적대적 분열을 극복하지 못하면 우리는 제자리에 맴돌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진보와 보수의 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분야 중 하나가 대북정책입니다. 진보나 보수나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이라는 궁극적 목표 지점에는 뜻을 같이 하지만, 진보 진영은 대화와 협상에 중점을 두는 반면 보수 진영은 제재와 압작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방법론의 차이가 있습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객관적 현실을 냉정하게 인식하며, 변화되는 상황을 분석하여 개입해야 할 시점과 개입해야 할 지점에서 정확히 행동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결론적으로 철저하게 현실에 기반한 대북정책과 리더십이 요구됩니다. 한국 정치는 진보-보수의 진영 대결에서 탈피하여 중도 실용주의 정치로 나아가야 할 때입니다. 통일의 기회는 준비되어야만 잡을 수 있습니다. 

<빗나간 기대>는 준비되지 않은 우리의 현실을 자각하게 만드는, 따끔한 일침이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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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버리다 -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할 때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가오 옌 그림, 김난주 옮김 / 비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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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은밀한 고백.

무라카미 하루키는 돌아가신 아버지를 기억하며 이 책을 썼다고 해요.

일단 책이 너무 작고 얇아서 놀랐어요.

삽화까지 포함하여 딱 100페이지.

사람이나 책이나 겉만 보고는 알 수 없는 것 같아요. 비록 책의 부피는 작으나 내용까지 가벼운 건 아니었어요.


이 책이 끌렸던 이유는 "처음으로 털어놓는 무라키미 하루키의 시간들"이라는 문구 때문이었어요.

이제껏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이름은 소설가로서, 그가 쓴 소설을 통해 널리 알려진 것이라, 인간 무라카미 하루키는 아는 바가 거의 없었어요.

이렇게 말하면 마치 그의 작품은 다 읽은 것 같지만 실제 읽은 작품은 몇 권 되지 않아요. 그러니 그의 작품을 안다고 말할 수도 없겠네요.

제가 아는 건 그가 꽤나 유명한 소설가라는 것.

그런데 이 책은 소설이 아닌 에세이, 무엇보다도 그가 털어놓는 이야기의 주제가 '아버지'라서 읽고 싶었어요.

'어머니', '엄마'라는 단어는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뭉클한데, '아버지', '아빠'는 굉장히 차분해져요. 두 분 모두 사랑하지만, 이 감정의 온도 차이를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궁금했어요. 무라카미 하루키에게 아버지란 어떤 존재이며, 어떤 의미였을까.

사실 자신의 가족 이야기, 특히 부모님에 관한 은밀한 속내를 공개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남들도 다 알만 한 표면적인 설명 말고 진짜 자신이 품고 있는 마음을 털어놓는다는 건 매우 사적이고 민감한 부분이라 꺼려질 수밖에 없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자신의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아요.


"내가 이 개인적인 글에서 가장 말하고 싶었던 것은 딱 한 가지뿐이다.

딱 한 가지 당연한 사실이다.

나는 한 평범한 인간의, 한 평범한 아들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

그것은 아주 당연한 사실이다. 

그러나 차분하게 그 사실을 파헤쳐가면 갈수록 실은 그것이 하나의 우연한 사실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이 점차 명확해진다.

우리는 결국, 어쩌다 우연으로 생겨난 하나의 사실을 유일무이한 사실로 간주하며 살아있을 뿐이 아닐까.

... 한 방울의 빗물에는 한 방울의 빗물 나름의 생각이 있다. 

빗물 한 방울의 역사가 있고, 그걸 계승해간다는 한 방울로서의 책무가 있다.

우리는 그걸 잊어서는 안 되리라."   (93p)


외동아들이었던 그는 아버지와 살가운 사이는 아니었다고 해요. 오히려 갈등이 심해져서 직업작가가 된 후에는 거의 절연 상태였대요. 이십 년 이상 전혀 얼굴을 마주치지 않고 지내다가, 아흔 살 아버지가 죽기 얼마 전에 겨우 얼굴을 마주하고 얘기를 나눴다고 해요. 예순이 다 된 아들은 아버지의 인생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화해 비슷한 것을 했다는 고백이 의미심장하네요.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그건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아버지와 아들은 서로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관계라는 걸 죽음 앞에서 깨달은 게 아닐까요. 

<고양이를 버리다>는 저자의 말처럼 역사의 작은 한 조각일 뿐이에요. 지극히 평범한 아버지와 아들의 인생이 겹쳐지는 작은 한 조각이에요. 그 우연이 묘하게도 두 사람의 삶을 연결하는 고리가 되었네요. 아버지, 당신은 아버지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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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원 토끼 퀴즈를 풀어라! : 먹방편 맛있는 공부 34
하얀콩.유우 지음 / 파란정원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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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좋아하는 아이가 있을까요.

확실한 건 우리집에는 없다는 사실. ㅋㅋㅋ

<500원 토끼 퀴즈를 풀어라!>는 맛있는 공부 시리즈 34번째 책이에요.

공부를 놀이처럼 재미있게 만드는 비법은 뭘까요. 퀴즈? 아마 퀴즈를 싫어하는 아이는 없을 거예요.

이 책은 초등 교과서에 나오는 핵심 어휘로 구성된 퀴즈들이 들어 있어요. 

먼저 '500원 토끼'는 웹툰 주인공이라고 해요. 500원만큼 작은 토끼의 모험을 다룬 이야기의 웹툰이라는데, 이번 책에서는 특별 출연을 했어요.

먹방편으로 500원 토끼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만날 수 있어요. 와우, 매력적인 500원 토끼에게 홀딱 반할 수도 있어요. 퀴즈는 그림카드처럼 나와 있어서 완전 귀여워요.

만화책? 그림책? 아니지, 재미있는 퀴즈책! 

첫 번째 퀴즈는 "새끼를 낳는 바다 동물은?"이에요. 너무 쉽나요?  답을 금세 찾으면 기분이 좋지요.

두 번째 퀴즈는 "'눈'의 동음이의어는?"이에요. 답을 찾으려면 '동음이의어'가 무슨 뜻인지부터 알아야겠지요. 이건 국어 공부가 아니라 퀴즈를 풀기 위해 힌트를 얻는 거예요. 국어 문제집을 푸느라 스트레스 받았던 아이도 이 책은 자꾸만 보고 싶게 만들어요. 왜냐하면 퀴즈를 풀어야 하니까요.

세 번째 퀴즈는 "산, 하천, 도로, 도시 등의 밑그림만 그려져 있는 지도의 이름은?"이에요. 지도의 종류를 알아야 풀 수 있어요. 앗, 지도는 사회에서 배우니까 교과서를 펼쳐 봐야 하나... 궁금하면 스스로 찾아보게 되는 것 같아요. 

네 번째 퀴즈는 " 2,567,665,312,568,975 에서 억의 자리 숫자는?"이에요. 수학의 기본이 숫자 읽기를 배웠다면 금세 맞힐 수 있겠지요. 숫자는 늘 머릿속을 괴롭히지만 이건 퀴즈니까 일단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차근차근 숫자를 세워볼까요. 답을 바로 알면 기분 좋고, 몰라도 답을 찾아보는 과정이 놀이라서 즐거운 것 같아요.

본책과 함께 부록으로 작은 핸드북이 있어요.

핸드북은 본책에 나오는 퀴즈들을 국어, 수학, 사회, 과학, 한국사별로 나눠 정리해놓았어요.

재미있는 만화 스토리 덕분에 교과서 내용을 좀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어찌됐건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쭉 읽어야 하는 내용이 아니라 500원 토끼와 함께 퀴즈를 풀어가는 구성이라서 심심할 때만 펼쳐봐도 괜찮아요. 

귀엽고 깜찍한 책 사이즈라서 가방에 쏘옥 넣을 수 있어요. 어디든 가지고 다니면서 펼쳐 볼 수 있는 퀴즈책이거든요. 아이가 마음에 쏙 들어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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