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나간 기대 - 준비되지 않은 통일
안정식 지음 / 늘품(늘품플러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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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나간 기대 : 준비되지 않은 통일> 은 한반도 통일을 위한 보고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통일에 대한 준비는 막연한 '기대'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냉정한 '현실'에 기반한 것이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박근혜 정부는 '통일 대박'이라고 외쳐놓고는, 돌연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를 감행했습니다. 10년 넘게 유지됐던 개성공단이 하루아침에 문을 닫으면서 저자는 깊은 회의에 빠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 일관성을 상징하는 마지막이자 유일한 지표였던 개성공단을 북한도 아닌 우리 정부가 폐쇄함으로써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 이후 본격화됐던 남북교류의 시대가 16년 만에 물거품으로 되돌아갔다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진보와 보수가 적대적으로 분열된 상황에서 대북정책의 일관성이 지켜질 리 없고, 한반도에서 북한의 점진적 변화를 통해 남북이 자연스럽게 하나가 되는 소프트랜딩 통일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고 말합니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준비되지 않은 통일, 즉 예상하지 않은 상황에서 갑자기 이뤄지는 하드랜딩 통일이 이뤄질 가능성과 그 대처방안에 대해 검토하고 있습니다. 원래 하드랜딩이라는 용어는 비행기나 우주선이 땅에 내려앉을 때 큰 충격을 일으키며 착륙하는 것을 뜻합니다. 상황이 변화되는 과정에서 충격을 그대로 받는 상황, 즉 남북통일 과정에서 분단 70년의 충격을 완충시키지 못하고 그대로 감수해야 하는 통일을 전망한다면 훨씬 많은 준비가 필요합니다.물론 하드랜딩 통일은 바람직하지 않으나 최악의 상황을 논의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통일 방향이라고 본 것입니다.


이 책은 왜 하드랜딩 통일의 가능성이 높은지, 그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하면서, 하드랜딩 통일이 현실화될 경우 우리가 맞닥뜨려야 할 부작용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어떤 통일한국을 만들 것인가를 논하기 위해서는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자는 통일의 가장 큰 적은 내부 분열이라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주변국들의 외부적 영향력이 통일에 긍정적이지 않은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어떤 상황에서든 당사자와 주변국의 역할과 비중은 다릅니다. 주변국들이 아무리 목소리를 높여도 한반도 문제의 직접 당사자인 우리가 북한 문제에 대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이러한 역량은 남북한이 직접 당사자로서의 목소리를 주변에 함께 낼 수 있을 때 결정적으로 발휘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그러한 주체적 역량을 발휘할 자산을 스스로 소진시켜왔습니다. 진보-보수 간의 적대적 분열로 인해 북한의 변화를 이끌고 통일의 길로 나아갈 수 있는 역량을 스스로 소진시킨 것입니다. 남한 내에서 진보와 보수로 첨예하게 갈려 통일이라는 현안을 놓고 적대적으로 대립할 경우는 통일을 추동할 내부 역량의 발현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통일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내부 갈등의 지점들은 여러 가지가 존재합니다. 가장 먼저 통일의 당위성에 관한 부분입니다. 지금 젊은 세대에서는 '반드시 통일을 해야 하는가'라며 부정적 시각이 늘고 있습니다. 남북이 하나의 민족이라는 의식이 강한 기성세대와는 달리, 민족보다는 개인의 삶을 중요시하는 젊은 세대 사이에서 통일의 당위성을 놓고 갈등이 불거질 수 있습니다. 민주사회에서 통일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분출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이러한 의견들이 점점 더 양극단으로 갈라져 내부 분열을 심화시키는 건 매우 위험합니다. 내부 분열로 우리의 목소리가 무엇인지조차 불분명하게 되면, 한반도의 운명을 결정하는 데 있어 주변국들의 외부적 영향력이 강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비극의 역사를 반복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됩니다. 해방 이후처럼 다시 한반도가 격변하는 시기가 왔을 때 우리의 의사와 관계없이 한반도 운명이 결정되는 비극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우리 내부의 역량을 결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통일 국면에서 가장 큰 적은 외부의 간섭이 아니라 우리 내부의 분열이 될 것입니다. 

지금처럼 우리 스스로 적대적 분열을 극복하지 못하면 우리는 제자리에 맴돌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진보와 보수의 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분야 중 하나가 대북정책입니다. 진보나 보수나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이라는 궁극적 목표 지점에는 뜻을 같이 하지만, 진보 진영은 대화와 협상에 중점을 두는 반면 보수 진영은 제재와 압작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방법론의 차이가 있습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객관적 현실을 냉정하게 인식하며, 변화되는 상황을 분석하여 개입해야 할 시점과 개입해야 할 지점에서 정확히 행동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결론적으로 철저하게 현실에 기반한 대북정책과 리더십이 요구됩니다. 한국 정치는 진보-보수의 진영 대결에서 탈피하여 중도 실용주의 정치로 나아가야 할 때입니다. 통일의 기회는 준비되어야만 잡을 수 있습니다. 

<빗나간 기대>는 준비되지 않은 우리의 현실을 자각하게 만드는, 따끔한 일침이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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