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코짱 호시 신이치의 플라시보 시리즈 20
호시 신이치 지음, 윤성규 옮김 / 지식여행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호시 신이치의 플라시보 시리즈를 읽으면서 쇼트 쇼트 스토리의 매력을 새삼 느낀다.

그러나 한 번도 읽어 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어떤 매력인가를 설명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영화 <식스 센스>의 반전만큼 깜짝 놀랄 정도는 아니지만 혼자 책 읽으면서 키득키득 웃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정도라 할 수 있다.

기발하고 톡톡 튀는 이야기를 읽다 보면 문득 나도 그런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쇼트 쇼트 쇼트 스토리를 써 봤다. 물론 호시 신이치의 글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자잘한 재미가 무엇인지를 설명할 수는 있으리라 기대하면서 말이다.

 

 새 집이 생겼다. 너무 기뻐서 펄쩍 뛰고 싶은 심정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속상하다. 이 멋진 집에 나 혼자라는 사실이 조금은 슬프기까지 하다.

물론 함께 놀 사람은 있다. 그러나 A, 나와 잠시 노는 것은 좋아하지만 나와 함께 살고 싶지는 않은 것 같다. A가 새 집을 마련해 줄 때, 함께 살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A를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난다. 무척 남자다운 모습에 끌렸다. 처음 본 나를 맘에 든다면서 화려한 목걸이를 선물했다. 조금 부담스러웠지만 거절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의 부드러운 손길이 좋았다. 어느 날 A는 나와 함께 살자고 말했다. 쑥스러운 사랑고백이라고 생각했다. 드디어 A와의 사랑이 이루어진 것 같아 기뻤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새 집은 A가 마련해 준 것이다. 바로 A의 옆 집이다.

A는 나를 B에게 소개시켜 주었다. 나에 비하면 수수해 보이는 외모다.  

B는 내 미모를 칭찬했다. 약간 우쭐한 마음이 들었다. B는 이미 내 매력과 존재를 인

정한 것 같다.

사실 BA의 아내다. A가 결혼했다는 걸 알고 조금 놀랐지만 상관없다. A에게 있어서

사랑은 나뿐이기 때문이다. A가 특별히 말한 적은 없지만 알 수 있다. 나와 함께 있는 동

A의 행복한 얼굴이 그 증거다. 우리의 삼각 관계는 비교적 평화로운 편이다.

B는 내게 질투는커녕 오히려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상한 여자다. 내게 환심을 사려고 그러

는지 선물을 들고 찾아온다. 조금 귀찮지만 내 매력이 여자에게도 통한다니 꽤 기분 좋다.

A는 그 사실을 모른다. 순진한 사람 같으니라고.

B는 나를 처음 볼 때부터 노골적으로 관심을 보였다. 난 모른 척 했지만 결국 B의 집요함

에 항복하고 말았다. B가 나를 위해 준비한 음식을 한 입 먹었다. B는 기뻐하며 소리쳤다.

, 우리 루비 잘했어.

B는 조심스럽게 나를 어루만졌다. 그렇다. 나는 자존심 강한 요크셔테리어다.

 

흔히 예상할 수 있는 반전이었나? 사람들은 자기 기준으로 다른 사람을 평가하고 세상을 바

라 본다. 평범한 세상이 호시 신이치의 글을 통해 별천지로 변하는 것 같다. 잠시 작가의

흉내를 내봤다. 어설픈 반전이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글의 화자를 당연히 사람이라고 생각하

는 경우가 많다. 상상력이 경직되면 흔한 증상이다. 그런데 호시 신이치의 글을 읽으면서

조금씩 변하는 느낌이다. 세상을 한 가지 색으로 표현하는 것보다는 다양한 색으로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지를 배운 것 같다.

이 책은 작가의 초기 작품이 많다고 한다. 36 편의 이야기를 그냥 읽을 때는 몰랐는데 직접 이야기를 써보니 그의 능력이 더 대단하게 느껴진다.

세상을 다양한 색으로 표현할 수 있는 자유분방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책이다.

그를 통해 세상은 흥미진진한 쇼트 쇼트 스로리로 재탄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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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컬 파워 - 정신.육체.영혼을 통합하는 목소리의 힘!
아서 조세프 지음, 유리타 옮김 / 다산라이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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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을 읽을 즈음, 감기로 유독 목이 아팠다. 갈라지고 가라앉은 목소리는 비록 감기 탓이지만 기분까지 울적하게 만들었다. 우연일 수도 있겠지만 <보컬 파워>는 최악의 목 상태인 내게 병원 진료보다 더 값진 처방을 해주었다.

단순히 목소리를 좋게 만드는 책인 줄 알았는데 그 이상이었다.

목소리는 내면을 외적으로 표출하는 유일한 소통 방법이다. 바로 정신과 육체, 영혼을 통합하는 것이 목소리라는 뜻이다. 내 목이 아픈 이유는 감기 때문이지만 가만히 내면을 들여다보면 마음 속에 화가 많이 쌓여있었다. 기분이 나쁘면 하는 일도 짜증스럽고 더 피곤하게 느끼는 것 같다. 피곤한 몸은 내가 감기에 걸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게 만든다.

바이러스가 내 몸을 괴롭힌 것이 아니라 화가 가득한 마음이 몸을 병들게 한 것이다.

 

우리 삶에서 긍정의 힘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많은 이들이 알고 있다.

긍정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보컬 파워>는 긍정의 힘을 지녔다. 목소리 훈련을 통해 몸과 마음이 건강해질 수 있다.

우리는 흔히 자신의 의견, 사상, 느낌에 대해 표현하는 것을 너만의 목소리를 내봐.라고 말한다. 내면에 담겨 있는 것을 표현해 주는 목소리는 진정한 자아를 만나야 제대로 소리가 나는 것이다. 진정한 자아를 찾는다고 하면 철학적이고 추상적이라 엄두가 안 났는데 자신만의 목소리를 찾는다고 하니 매우 구체적이며 가능한 일이라고 느껴진다.

보컬 자각 프로그램은 일주일, 하루 7분이면 충분할 정도로 간단하며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다. 그것을 돕는 일이 보컬 파워의 창시자이자 성공한 수많은 이들의 선생님인 아서 조세프의 역할이다.

보컬 파워는 내면의 힘을 키워준다. 잠재력과 집중력을 높이기 위한 7가지 의식은 실행 전 마음의 준비와 같다. 깊은 경청으로 내면을 자각하는 일이 시작이다.

보컬 파워 목소리 훈련법, 목소리 건강관리법, 보디 랭귀지 바로잡는 법, 보컬 파워로 정체성을 강화하는 훈련법, 보컬 파워를 극대화시키는 노래 훈련법을 알려준다.

 

<보컬 파워>는 보다 나은 나를 위한 삶의 방식이다.

성공한 사람들의 목소리는 왜 그가 성공할 수 밖에 없는지를 알게 해준다. 목소리 속에는 신뢰감을 주는 진실함이 담겨 있다.

목소리를 듣기 좋게 훈련할 수는 있겠지만 보컬 자각을 위한 7가지 의식을 항상 기억하지 않는다면 향기 없는 꽃과 다를 바 없다. 꽃은 아름다운 자태만큼 향기가 중요하다. 그래야 벌과 나비가 날아들고 알찬 열매를 맺을 수 있다.

 

책을 다 읽은 후, 기적처럼 목 감기가 낫지는 않았다.

여전히 목은 아프지만 기분은 좋다. 내 안의 잠재된 능력을 깨우는 <보컬 파워>를 알게 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침묵은 금이다.라는 명언은 침묵은 병이 된다.라고 바뀌어야 될 것 같다.

즐거운 마음은 저절로 노래가 흥얼거려지고 누군가와 말하고 싶어진다. 반대로 울적하고 속상하면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 인생을 울적하게 살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목 감기로 울적했던 내게 멋진 인생 처방전이 생겼으니 절로 힘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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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마차 호시 신이치의 플라시보 시리즈 14
호시 신이치 지음, 윤성규 옮김 / 지식여행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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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호박 마차>에는 27편의 단편소설이 실려 있다.

이야기 종류가 많으니 부피가 꽤 될 거라 기대할 수도 있겠지만 아니다.

예전 문고판을 연상하면 된다. 이름하여 쇼트 쇼트 스토리 (초단편 소설)라는 새로운 장르다. 이 책은 작가 호시 신이치의 작품으로 플라시보 시리즈로 나오고 있다.

아무리 책에 대한 소개를 해도 일단 읽어 보지 않으면 그 맛을 표현하기가 힘들다.

친구들끼리 둘러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는 느낌이랄까?

짧지만 재미난 이야기에 푹 빠져 있다 보면 머리 속은 온통 이야기들로 꽉 차 버린다.

서로 다른 듯 하면서도 하나의 메시지를 전달해주는 것 같다.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각자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 느낌이라서 이 모든 이야기를 한 사람이 썼다는 점이 놀랍다.

책제목이기도 한 <호박 마차>는 현대인들의 미의식을 이야기한다.

동화 속 신데렐라는 요술 할머니의 도움으로 호박이 변한 금 마차와 멋진 드레스, 유리 구두를 신고 왕자님을 만나서 결국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어린 시절에는 무심코 읽었던 내용인데 어른이 되고 보니 현실적으로 꼬집게 된다. 신데렐라는 왜 구박을 받으면서 새 엄마와 살았을까? 어른이 되었으면 자기 인생을 찾아 그 집을 나와야 했다. 그녀는 부당한 자신의 처지를 바꾸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요술 할머니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평생 하녀 생활에 만족해야 했을 것이다.

신데렐라에게 필요한 것은 요술이 아닌 자신감과 용기가 아니었을까? 스스로 노력하여 성취한 것이 아니면 진정한 성공이 아니다. 동화 속에서도 자정이 되면 요술은 그 힘이 사라진다. 다행히 그녀의 유리 구두는 그대로였기 때문에 왕자와 결혼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만약 유리 구두가 깨지면 그녀의 매력이 사라지는 요술이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동화는 억지로 행복한 결말을 만들었지만 현실은 다르다.

현실에서 남자와 여자가 사랑하고 결혼하는 것은 단순히 외모에 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외모가 상관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얼굴이 밥 먹여주냐?라고 했던 우스개 소리가 바뀔 정도다. 요즘은 예쁘고 잘생긴 얼굴이 밥 먹여주는 세상이다. 문제는 외모가 주는 매력만큼 내적인 매력을 갖추지 않은 경우다.

현대 의학의 기술로 많은 젊은이들이 아름다운 외모로 바뀌고는 있지만 중요한 것은 자신의 내면이다. 그래서 성형중독이 생긴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나를 바꾸니 처음보다 나아진 것 같아서 계속 성형을 하게 된다. 성형중독자들의 심리는 자기비하, 열등감에서 출발하여 멋진 외모로 바꾸면 자신감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결국 바뀐 외모 속에 진정한 자신은 잃어가는 것이다.

사실 <호박 마차>에 이런 이야기는 없다. 짧은 이야기를 읽고 떠오른 생각들이다. 누군가 흥미로운 주제를 말했을 때 다양한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떠오르는 상황과 비슷하다.

사회 현실에 대한 비판을 했다면 다소 무거워질 수도 있는 내용이 호시 신이치의 작품 속에서는 하나의 흥미로운 이야기로 펼쳐진다. 현실에 대한 판단은 독자의 몫인 것이다.

어쩌면 그의 작품이 재미있고 가벼운 이야기로 치장된 호박 마차가 아닐까?

진실은 책을 펼친 뒤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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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뢰한 일 호시 신이치의 플라시보 시리즈 12
호시 신이치 지음 / 지식여행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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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호시 신이치의 작품 맺음말은 이렇다.

읽어서 이야기를 이해하고, 재미있다고 느꼈습니까?

그렇다. 그의 초 단편 소설은 재미있다. 시리즈 중 열두 번째 작품인 <의뢰한 일>은 서로 다른 이야기들이지만 한가지 생각을 떠올리게 만든다. 영화 <트루먼 쇼>처럼 자신의 현실이 모조리 만들어진 허구라는 점이다. 분명 나란 사람은 존재하는데 그것이 실제 존재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온갖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대우>는 사형제도가 폐지된 후 살인자에게 가해지는 극형에 대한 이야기이다. 인간에게 가장 큰 처벌은 뭘까? 보통의 감옥은 좁은 공간에 가두고 모든 행동을 제한하는 등의 신체적인 처벌을 한다. 갇힌 죄수들은 정해진 규칙에 순응하도록 길들여진다. 그러나 멀쩡한 정신으로 감옥에 있다 보면 견딜 수 없는 상황을 폭력적인 방법으로 풀게 된다. 다루기 힘든 죄수를 어떻게 할 것인지가 핵심이다.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위해 사형제도를 폐지했다면 범죄에 대한 처벌을 위해 다른 방법을 고안해낼 수 밖에 없다. 차라리 죽는 것이 더 낫다고 여길만한 강력한 처벌이 뭘까?

이야기는 늘 반전이 있다.

가끔은 흥미 위주의 괴담도 있다. 전화벨이 계속 울려서 전화를 받았는데 알고 보니 전화선이 끊겨 있었다는 식의 이야기 말이다. 우리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괴담조차도 귀신의 존재를 믿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반대로 믿지 않으면 전혀 무서울 이유가 없다. 귀신에 대한 개념이 없는 아이들에게 귀신은 아무 것도 아니다. 그런데 귀신에 대해 학습하기 시작하면서 두려움은 생겨난다. 굳이 믿는 것도 아니면서 무서워하는 모순된 모습이 인간이다.

사회라는 테두리 안에서 각자 자유를 누리며 살고 있는 듯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조차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지를 못한다. 흔히 우리가 상식이라고 여기는 것들, 일정한 법과 규칙들은 보이지 않게 우리를 조종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처음에 영화 <트루먼 쇼>가 떠오른 이유는 그 때문이다. 주인공은 평범한 회사원이며 사랑스런 아내와 평온한 삶을 살고 있다. 친한 친구와 친절한 이웃이 있어서 언제든 그를 도와준다. 다만 어린 시절부터 마을을 떠난다는 것은 일종의 금기, 두려움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그러던 그가 갑자기 마을을 벗어나 멀리 여행을 가려고 맘먹은 뒤부터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 아내도 이웃도, 하물며 가장 친한 어릴 적 친구도 거짓된 관계임을 알게 된다. 주인공 트루먼은 아기 때부터 텔레비전을 통해 생중계되는 꼭두각시 같은 존재였다. 일반 배우와는 달리 그는 자신이 드라마 주인공이란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가장 현실적이고 솔직한 주인공 역할을 할 수 있었다. 시청자들에게 자신의 삶이 송두리째 드라마로 보여진다면 정말 끔찍할 것 같다. 결국 트루먼은 거짓된 세계에서 탈출한다. 그가 탈출하는 문을 보면 가짜 하늘과 이어져 파란 칠이 된 작은 문이다. 한 인간을 거대한 동물원 우리에 가둬 사육하는 것이 인간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도 거대한 동물원은 아닐까?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것은 외계인 시청자들.

수많은 동물들 중 유독 탐욕스런 동물, 인간이 지구를 차지하여 끊임없이 다투는 모습을 재미있게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인간적이라는 것이 항상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세상을 뒤집어 보고 비틀어 보는 것이 호시 신이치다. 어느새 나도 익숙해진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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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악하악 - 이외수의 생존법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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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수 님의 책을 읽는 이유가 뭘까?

만약 처음 이외수 님의 책을 보려는 사람이라면 잠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뭔가 대단히 감성적이고 아름다운 글들을 원해서라면 다른 시집을 보기 바란다.

간혹 그의 글은 거친 감성이 드러나기 때문에 다소 비위에 안 맞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글을 볼 때, 있는 그대로 봐줄 수 없다면 차라리 안 보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책 속 그의 말을 빌리자면 어떤 사내가 이외수 산문집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를 읽고 자기 블로그에 비난의 글을 올렸다고 한다. 자기가 여자도 아니면서 여자에 대해 잘 아는 척 책을 냈다고 말이다. 그 글을 읽고 이외수는 말했다. 그럼 파브르는 곤충이라서 곤충기를 썼냐?

혼자 실실 웃음이 났다. 내가 이외수 님의 책을 읽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냥 좋기 때문이다.

산문집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에 이어 <하악하악>태련 님이 그림을 그리고 이외수 님의 짤막한 글이 숫자 하나씩을 달고 있다. 성미 급한 사람은 책의 어느 부분을 펼쳐도 읽는 데 막힘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감기로 코가 막히지만 않았다면 책을 넘길 때마다 향기를 맡을 수 있다. 향긋함도 좋고 눈도 즐겁다. 정태련 님의 민물고기 그림은 세밀화여서 실제 사진보다 더 선명하고 고운 느낌이 든다. 책 속 여백이 물이 되어 민물고기들이 헤엄치는 것만 같다.

송사리, 피라미, 가물치처럼 친근한 녀석도 있지만 처음 보는 녀석들이 더 많다. 민물고기들의 존재가 우리 일상에 무슨 상관이 있을까 싶지만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자연을 생각하게 된다. 나 역시 자연 속에 하나의 피조물인 것을.

한국의 민물고기 65종을 그려내기 위해 무려 3년 간 전국의 산하를 다녔다는 정태련 님의 그림처럼 이외수 님의 글도 삶의 정수를 느끼게 한다. 우리에게 잊혀진 민물고기들을 기억하게 해주는 그림과 잊혀진 감성을 자극하는 글은 어쩐지 잘 어우러진다.

나는 개인적으로 문학평론가들이 싫다. 자칭 그런 일을 즐기는 사람들도.

한 줄의 글이 그리 쉽게 쓰여지는 것이 아닐 텐데 한 권의 책은 오죽할까.

이미 독자들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글이라면 진실이 통했다고 생각한다. 간혹 진실이 통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해서 작가 탓을 하는데 정말 그럴까?

세상에 비평가는 많지만 비평가가 좋은 작가인 경우는 드물다. 자신이 글을 담아낼 그릇이

안 된다고 해서 남의 그릇까지 깰 필요는 없지 않을까 싶다. 분명 작가라고 칭할 수 있는 사람은 삶의 뼈 저리는 아픔을 한 줄의 글로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일 것이다. 남의 글을 비방해서도 안 되지만 아무나 작가가 되는 것도 아니다.

예전에 이외수 님의 책을 읽으면서 글맛에 감탄한 적이 있었다. 글 잘 쓰는 사람들은 술술 글을 쓴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하나의 작품이 완성될 때까지 혼자 스스로를 가두고 몇 십 번을 고쳐가며 쓴다고 들었다. 그래서 흔히들 탈고를 출산의 고통과 비유하는 것 같다.

힘들게 낳은 자식을 남들이 못생겼다고 흉본다면 가만히 있을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정말 자식과 같은 작품이라면 누구의 인정을 받지 않아도 존재 의의는 충분하다.

이 책을 읽는 누구라도 글이 맘에 안 들면 혼자 욕하고 말기를 바란다. 세상에는 나처럼 그냥 이외수 석자 이름을 보고 책을 읽는 사람도 있으니까. 그의 글을 좋아하지만 그의 생각까지 좋아할 필요는 없다. 나와 다른 생각이 담긴 글이라도 그 순간 생각하게 만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부디 너그러운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길 바란다.

하악하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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