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마차 호시 신이치의 플라시보 시리즈 14
호시 신이치 지음, 윤성규 옮김 / 지식여행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호박 마차>에는 27편의 단편소설이 실려 있다.

이야기 종류가 많으니 부피가 꽤 될 거라 기대할 수도 있겠지만 아니다.

예전 문고판을 연상하면 된다. 이름하여 쇼트 쇼트 스토리 (초단편 소설)라는 새로운 장르다. 이 책은 작가 호시 신이치의 작품으로 플라시보 시리즈로 나오고 있다.

아무리 책에 대한 소개를 해도 일단 읽어 보지 않으면 그 맛을 표현하기가 힘들다.

친구들끼리 둘러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는 느낌이랄까?

짧지만 재미난 이야기에 푹 빠져 있다 보면 머리 속은 온통 이야기들로 꽉 차 버린다.

서로 다른 듯 하면서도 하나의 메시지를 전달해주는 것 같다.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각자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 느낌이라서 이 모든 이야기를 한 사람이 썼다는 점이 놀랍다.

책제목이기도 한 <호박 마차>는 현대인들의 미의식을 이야기한다.

동화 속 신데렐라는 요술 할머니의 도움으로 호박이 변한 금 마차와 멋진 드레스, 유리 구두를 신고 왕자님을 만나서 결국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어린 시절에는 무심코 읽었던 내용인데 어른이 되고 보니 현실적으로 꼬집게 된다. 신데렐라는 왜 구박을 받으면서 새 엄마와 살았을까? 어른이 되었으면 자기 인생을 찾아 그 집을 나와야 했다. 그녀는 부당한 자신의 처지를 바꾸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요술 할머니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평생 하녀 생활에 만족해야 했을 것이다.

신데렐라에게 필요한 것은 요술이 아닌 자신감과 용기가 아니었을까? 스스로 노력하여 성취한 것이 아니면 진정한 성공이 아니다. 동화 속에서도 자정이 되면 요술은 그 힘이 사라진다. 다행히 그녀의 유리 구두는 그대로였기 때문에 왕자와 결혼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만약 유리 구두가 깨지면 그녀의 매력이 사라지는 요술이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동화는 억지로 행복한 결말을 만들었지만 현실은 다르다.

현실에서 남자와 여자가 사랑하고 결혼하는 것은 단순히 외모에 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외모가 상관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얼굴이 밥 먹여주냐?라고 했던 우스개 소리가 바뀔 정도다. 요즘은 예쁘고 잘생긴 얼굴이 밥 먹여주는 세상이다. 문제는 외모가 주는 매력만큼 내적인 매력을 갖추지 않은 경우다.

현대 의학의 기술로 많은 젊은이들이 아름다운 외모로 바뀌고는 있지만 중요한 것은 자신의 내면이다. 그래서 성형중독이 생긴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나를 바꾸니 처음보다 나아진 것 같아서 계속 성형을 하게 된다. 성형중독자들의 심리는 자기비하, 열등감에서 출발하여 멋진 외모로 바꾸면 자신감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결국 바뀐 외모 속에 진정한 자신은 잃어가는 것이다.

사실 <호박 마차>에 이런 이야기는 없다. 짧은 이야기를 읽고 떠오른 생각들이다. 누군가 흥미로운 주제를 말했을 때 다양한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떠오르는 상황과 비슷하다.

사회 현실에 대한 비판을 했다면 다소 무거워질 수도 있는 내용이 호시 신이치의 작품 속에서는 하나의 흥미로운 이야기로 펼쳐진다. 현실에 대한 판단은 독자의 몫인 것이다.

어쩌면 그의 작품이 재미있고 가벼운 이야기로 치장된 호박 마차가 아닐까?

진실은 책을 펼친 뒤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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