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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이의 일기 - 개 공감 댕댕이 라이프
이덕아 지음 / 생각나눔(기획실크) / 2019년 4월
평점 :
<진이의 일기>는 섬진강이 내려다 보이는 빨간 지붕 집에 살고 있는 진이의 이야기예요.
진이는 할머니와 아녜스 그리고 섬이와 함께 살고 있어요.
만약 솔로몬의 은반지가 있다면... 신의 이름이 새겨진 그 마법의 반지는 모든 동물의 얘기를 알아들을 수 있고 대화도 나눌 수 있다고 해요.
그러니까 이 책은 솔로몬의 은반지처럼 진이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본, 진이의 마음을 그려낸 이야기예요.
무슨 얘기냐고요?
진이는 2003년생 골든 리트리버, 멋진 황금색 털을 가진 수컷 강아지예요.
개 공감 댕댕이 라이프 스토리~~
인간들은 모르는 개들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요.
예쁜 이름과는 달리 진이는 수컷 강아지인데 짝사랑 때문에 기운을 잃고 말았어요.
그 대상은 바로 섬이.
빨간 지붕 집에 시추 잡종인 섬이가 처음 왔을 때, 첫눈에 반했어요.
우람한 체구에 어울리지 않게 진이가 아무리 섬이 앞에서 재롱과 아양을 부려도 끄덕하지 않았어요.
식욕마저 잃어버린 진이를 보고, 급기야 할머니가 말리셨어요.
"아이고, 우리 진이 죽겠다. 이놈아, 니가 미쳤지. 섬이는 니 짝이 아이다. 고마 잊어라."
아녜스도 축 쳐진 진이를 위로했어요.
다행히 서늘한 바람이 부는 가을 즈음, 진이의 식욕이 되살아나면서, 기운을 회복했어요.
어느새 진이도 섬이를 담담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어요.
섬이는 이미 절 꼭 닮은 새끼 네 마리를 낳은 어미개가 되었거든요.
빨간 지붕 집에는 평소엔 말 한 마디 건네는 일이 없지만 모과나무가 꽥 소리지르며 화낼 때가 있어요.
진이가 우체부 아저씨의 오토바이 소리에 거의 이성을 잃고 짖어대는 바람에 모과 몇 알이 떨어졌거든요.
"네가 미친 듯이 짖어대는 바람에 놀라서 애 떨어졌단 말이야. 물어내, 물어내란 말이야!!!"
진이의 난동 탓에 아녜스까지 나왔어요.
마구 욕하며 야단칠 줄 알았는데, 아녜스는 진이를 토닥여줬어요.
진이가 더위로 고생하는 것, 자주 산책하지 못해 답답한 것, 그밖에 말 못하는 속내까지 아녜스는 다 알고 있었던 거예요.
그리고 곡식이 튼튼하게 여물고 과실이 단맛을 더해가며 크려면 반드시 이런 계절이 필요하다고 말해줬어요.
무엇보다 변함없이 진이를 사랑한다는 아녜스의 말은 그간 쌓였던 울분과 짜증을 깡그리 날려 주었어요.
누구는 '개 팔자 상 팔자'라고 말하지만,
진이의 속내를 들여다 보면 개로 살기도 만만치 않은 것 같아요.
빨간 지붕 집의 할머니와 아녜스에게 일일이 다 설명할 수 없어 답답하고 서운할 때도 많지만, 바꿔놓고 생각하면 진이도 말썽꾸러기라서 할 말은 없어요.
그런데도 진이를 가족으로 여기며 사랑해준 할머니와 아녜스 덕분에 진이는 살맛이 나요.
아마 진이와 섬이처럼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들은 공감할 거예요. 서로 대화를 나눌 수는 없어도 사랑하는 마음은 전해진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