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부스의 유럽 육로 여행기 - 동화 속 언더그라운드를 찾아서
마이클 부스 지음, 김윤경 옮김 / 글항아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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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부스, 그는 누구인가?

처음 읽은 그의 책은 『거의 완벽에 가까운 사람들』입니다. 북유럽 탐방기였는데, 제3자의 시선으로 흥미롭게 풀어낸 책입니다.

그는 자칭 '건방진 영국인'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다른 수식어를 붙여줘야 할 것 같습니다.


『마이클 부스의 유럽육로 여행기』는 망할 안데르센 때문에 시작된 환장하는 여행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덴세 콘서트홀에서 아내 리센의 부모님과 함께 자리한 마이클 부스.

왜 그곳에 갔을까요.

덴마크 국민이 사랑하는 작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을 기리는 축제가 매년 오덴세에서 열리는데,,,, 여기서 '망할 안데르센'이라며 투덜대는 그의 모습이 보이는 듯.

그 콘서트홀 무대에 오른 안데르센의 작품 「나이팅게일」에 나오는 시계태엽 새를 연기하는 배우가 바로 아내 리센이었기 때문에 오덴세의 얼어붙을 듯한 4월 안개를 참아냈던 것입니다. 물론 속으론 계속 빌어먹을 안데르센과 유치한 동화를 욕했다는...


2년 전 아내 리센을 만났고, 최근 리센이 덴마크의 유서 깊은 극장에서 평생직 일자리를 구하면서 덴마크에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아내 덕분에 그는 어떤 일을 하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느꼈던 직업적 공허함을 막아내고,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일이라고 말했던 소설 쓰기를 마무리하겠다는 긍정적 반응을 보였습니다.  원래 그의 '직업'이라 하면, 자동차를 끌고 유유자적 돌아다니는 일 외에도 역사 칼럼 쓰기, 텔레비젼 리뷰 작성, 신문 기사를 쓰기 위해 새로운 활동 도전하기, 이곳저곳에서 의뢰받아 여행하며 조사하는 일 등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리센 덕분에 화려한 미디어 경력과 런던 생활이 하루아침에 사라지고 암울한 겨울 날씨가 지속되는 칙칙한 땅 덴마크에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됐습니다.

덴마크에 대한 온갖 불만과 불평은 위대한 동화 작가 안데르센에게도 이어졌습니다.

그렇다면 그는 이런 불만을 리센에게 드러냈을까요, 아니면 행복한 결혼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태연한 척하며 의연하게 견뎠을까요.


크읍,,, 그는 제2의 조국에 대한 명목상의 헌신을 '보여주기' 위해서 어학원에 등록해 덴마크어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어학원 이름이 머리글자를 따서 KISS 라는 명칭으로 불렸다는데, 어쩌면 그 KISS 때문에 운명적인 사랑이 시작된 게 아닐까 싶습니다.

바로 안데르센과의 사랑.

그토록 욕할 때는 언제고, 이제와서 사랑이라니...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오랫동안 떨어져 살던 쌍둥이를 만난 것처럼' 이 작가를 사랑하게 되었다고 고백합니다.

그러니까 이 책은 안데르센을 사랑하게 된 영국남자의 안데르센 여행기입니다.

KISS 수업에서 안데르센의 작품들을 읽고 자국어로 번역한 후 수업 마지막에 덴마크어로 질문에 답하는 과제를 하면서, 미처 몰랐던 안데르센의 유머와 지혜를 발견했던 겁니다.  오~ 놀라워라, 그댈 향한 내 마음 ♪♬

세상에나, 안데르센 동화를 다 읽은 줄 알았는데 우리가 모르는 훌륭한 작품이 더 많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안데르센이 쓴 이야기는 모두 156편 !!! 

또한 145개 언어로 번역되었다는 사실.

오스카 와일드, 찰스 디킨스 등 유명 작가들이 안데르센의 팬이었다는 사실.

그걸 알고나니, 마이클 부스가 왜 안데르센의 여정을 따라 여행했는지 이해됩니다. 요즘 팬들이 하고 있는 성지순례와 같은 개념이랄까.

안데르센은 글로 쌓은 부를 몽땅 쏟아부어 처음으로 한 일이 여행이었다고 합니다. 그는 여행 내내 덴마크에서 내로라하는 가문들의 별장을 이용했고, 평생동안 여행을 다니며 계속 한 일이었다고. 작가로서 유명세를 얻은 결과였습니다.

코펜하겐, 독일, 피렌체, 로마, 나폴리, 몰타, 아테네, 콘스탄티노플, 다뉴브강까지 안데르센이 여행했던 그 길을 따라간 마이클 부스에겐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그건 이 책 속에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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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제6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단편 수상작품집
강한빛 외 지음 / 마카롱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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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단편소설을 자주 읽는 편은 아니지만,

이 책처럼 수상작품들을 보면 새로운 자극을 받습니다.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단편 수상작품집 2019』에는 모두 5편의 작품이 실려 있습니다.


<루왁 인간>은 소재 자체가 엽기적이라서 놀랐습니다.

주인공 정차식은 파란만장 이십 대를 거쳐 생존을 위해 종합 상사에 늦깎이 입사를 했으나 새벽 야근과 종합 상사 특유의 지독한 군대 문화, 날마다 느끼는 모멸감과 만성 장염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근래 본인의 실수로 회사에 큰 손실을 입힌 탓에 한껏 주눅들었는데, 오늘 회식 자리에서 사장이 가공되지 않은 커피 체리를 한가득 쏟아놓고 모조리 씹어 먹을 것을 명했습니다. 치욕적인 명령 앞에 차식은 남은 대출금과 처자식을 떠올리며 기어이 다 씹어 삼켰습니다. 씹을수록 역겨운 비린 맛에 구역질이 올라오는 걸 참고 있는데, 그걸 본 사장은 껄껄대며 부하의 충성을 확인한 듯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집에 오자마자 극심한 복통에 시달리다 슬그머니 잠든 차식은 다시 깼을 때 변기 위에 앉아 있었습니다. 큰일을 본 후 당연히 지독한 냄새를 예상했던 차식은 달콤한 향기에 깜짝 놀랐습니다. 커피 체리가 뱃속에서 어떻게 발효된 것인지 구운 곡물의 은은하고 달콤항 향이 차식의 배설물에서 뿜어져 나왔습니다. 차식은 무엇인가에 홀린 듯, 그 원석을 건져 올렸습니다.

다음날 차식은 고교 동창인 동석의 가게 '에스프리 커피 공방'을 찾아 갔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그것을, 새로 구한 원두라고 속이고 감정을 부탁했습니다.

동석은 어디에서 구한 코피 루왁이냐면서 자신에게 독점으로 팔라고 제안했습니다. 

코피 루왁, 일명 고양이똥 커피로 불리는데, 인도네시아어로 커피를 뜻하는 코피와 긴꼬리 사향고양이를 의미하는 루왁이 결합한 이름입니다.

사향고양이가 커피 열매를 먹고 난 뒤 배설한 씨앗을 햇빛에 말려 볶는 과정을 거쳐 탄생한 커피를 말합니다.

저도 커피를 좋아해서 지인에게 선물받았는데, 아무리 맛이 좋아도 비위가 약한 탓에 마시질 못했습니다. 모르고 마실 수는 있지만 알고는 도저히...

암튼 차식은 공교롭게도 사향고양이가 되어 코피 루왁을 생산하게 되었고, 그걸 구입한 동석의 커피 공방은 엄청난 인기를 누리게 되었습니다.

그다음은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소설 내용도 놀랍지만 <루왁 인간>이 JTBC 드라마 방영 예정이라는 소식에 더욱 놀랐습니다.

차식의 삶은 노예처럼 모멸감의 연속이었는데, 그의 뱃속을 거쳐간 커피 체리는 코피 루왁으로 재탄생하여 세상 사람들에게 칭송받았으니... 참으로 기막힌 똥 복수가 아닌가 싶습니다.


<코의 무게>는 조선을 점령하기 위해 간파쿠(천황을 보좌하며 정무를 총괄하는 일본 최고위 관직)의 명령으로 떠난 원정군의 이야기입니다. 남원성에 도착한 원정군 중에는 종군 승려 묘겐 明元 과  나오야  直哉 가 있었습니다. 그 중 나오야는 어린 아시가루(평시에는 잡역에 종사하고 전시에는 보졸로 뛰던 일본 전국시대의 졸병)였습니다. 두 사람은 부산포 법회에서 처음 만났고, 당시 나오야는 노승의 설범에 큰 감동을 받았고, 묘겐은 어린 아시가루의 단단한 신앙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참으로 희한한 노릇입니다. 일본은 종군 승려를 전쟁에 보내어 사무라이들에게 전투의지를 불태우는 역할을 맡긴 것입니다. 지난번 법회에서 묘겐은, "죽이지 않으면 죽는다는 것만이 전쟁터의 유일한 진실이오."라고 말했습니다. 묘겐의 그 말이 나오야의 가슴에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나오야는 할머니의 불심을 새긴 터라 살생을 하지 않고, 시체를 찔러대거나 죽은척 숨으면서 자신의 불심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신앙과 맹신은 한끗 차이였으니...

당시 일본군들의 끔찍한 만행 중 죽인 조선인의 시체에서 코만 베어간 일이 있었습니다. 간파쿠의 명령으로 각 부대마다 살해해야 할 적의 수가 명시되어 있었는데, 그 수를 세기 위해 코만 잘라 담은 상자가 태산처럼 쌓여 있었다고 합니다. 간파쿠는 코 상자를 헤아리며 코의 냄새를 맡고, 매만지며 심지어 맛보기까지 했는데, 이는 전쟁의 치열함을 느끼는 그만의 방식이었다고 합니다. 사이코패스가 아니고서는 도저히 설명할 길 없는 악마의 만행.

나오야의 순수하지만 맹목적인 신앙과 승려 묘겐의 인간적 고뇌가 잘 드러난 이야기였습니다.


<쿠오바디스>, <먼지를 먹어드립니다>, <강남 파출부>까지 소재와 전개와 신선하고 독특하다는 점에서 모두 인상적인 작품들이었습니다.

짧지만 강렬한, 그리고 깊은 여운을 남기는 단편의 매력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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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데이 - 2019-2020년 전면 개정판 Terra's Day Series 5
김민준 외 지음, 유로자전거나라 / TERRA(테라출판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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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지로 손꼽는 나라, 프랑스의 가이드북 최신판이 나왔어요.

다른 건 몰라도 여행 가이드북은 최신 정보가 수록되어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

테라에서 출간되는 '테라's 데이 시리즈' 가 특별한 이유는 한 사람이 아닌 여러 사람들의 노고가 담겨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여행서 전문 출판사 테라와 유럽 최고의 지식가이드 그룹 '유로자전거나라'가 함께 만들었대요.


<프랑스 데이>는 프랑스 여행을 계획하는 여행자에게는 꼭 필요한 가이드북이에요.

우선 책을 펼치면 초대형 지도가 들어 있어요. 파리의 관광 명소, 메트로 · RER · 버스 노선도 등 정보가 지도에 표시되어 있어요.

요즘은 온라인 지도 검색이 가능하기 때문에 종이 지도를 휴대하는 경우가 드물지만, 한 눈에 바로 펼쳐보기에는 종이 지도가 최고인 것 같아요.

테라의 지도는 작은 길 이름 하나까지 꼼꼼하게 표시했다는 점에서 구글 맵스 못지 않다고 해요.


책의 구성은 프랑스 추천 명소 20선, 프랑스 여행에 필요한 모든 정보(항공편, 입국심사, 다양한 교통편 이용정보, RER 승차권 구매하기 등), 파리 추천 일정과 숙박 정보 그리고 각 지역별 세부 정보까지 내용이 굉장히 알찬 것 같아요.

프랑스는 가볼 만한 명소뿐 아니라 마슐랭 스타에 빛나는 스타 셰프들이 있는 레스토랑도 많아서 여행 일정에 꼭 넣어야 될 것 같아요. 또한 디저트와 빵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대표적인 디저트 & 빵 체인점을 가보는 것만으로도 테마 여행이 가능할 것 같아요.

파리에는 수십여 개의 테마 박물관과 미술관, 전시관, 한 명의 예술가를 위한 박물관이나 명사들이 살던 집까지 다양한 주제로 된 체험관을 관람할 수 있어요.

노트르담 대성당은 2019년 4월 15 복원 공사 중 화재로 첨탑과 지붕이 심하게 훼손되어 당분간 내부 관람을 할 수 없어요.  가시 면류관을 비롯한 주요 성물은 루브르 박물관으로 옮겨져 전시될 예정이며, 복원 완료 시기는 최소 5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해요. 이것만 봐도 이 책이 출간 직전까지 최신 정보를 제공하려고 애썼다는 걸 알 수 있어요.  

프랑스의 구석구석을 둘러보려면 여행이 아니라 거주를 해야 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책에 소개된 모든 곳들을 전부 가보고 싶어요. 알면 알수록 더 매력적인 프랑스인 것 같아요. 이 책 한 권이면 프랑스 여행을 좀더 알차게 즐길 수 있을 것 같아요.  센스있게 책 겉면은 비닐커버로 되어 있고, 부록으로 할인쿠폰까지 포함되어 있어요. 마음에 쏙 드는 프랑스 여행 가이드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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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커스 왕초보 중국어회화 10분의 기적 : 기초중국어 말하기 - 회화 공식 4개로 중국어 말문트기, 모바일 말하기 훈련 프로그램 + 원어민 MP3 제공 해커스 중국어회화 10분의 기적
해커스 중국어연구소 지음 / 해커스어학연구소(Hackers)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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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커스 왕초보 중국어회화 10분의 기적》은 중국어 회화를 처음 배우는 사람들을 위한 교재예요.

책의 구성은 중국어 회화의 기본기라 할 수 있는 성모, 운모, 성조, 기본 대명사, 숫자표현, 긍정하기, 부정하기, 묻기부터 알려줘요.

그다음 이 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회화 공식 4개를 차근차근 30일 동안 익힐 수 있도록 짜여져 있어요.

4가지 회화 공식만 알면 중국어 말문이 트이는 학습법이에요.


회화공식 1 > 상태나 상황을 말하는 공식 (~hen + 형용사 =  ~는 형용사하다)

회화공식 2 > 동작을 말하는 공식  (~동사 + 명사 =  ~는 명사를 동사하다)

회화공식 3 > 숫자표현을 사용한 공식 (~숫자표현 =  ~는 숫자표현이다)

회화공식 4 > 조동사를 사용한 공식 (~조동사 + 동사 + 명사  =  ~는 명사를 동사 조동사하다)


매일 회화 공식을 적용한 기초 문장들을 큰 소리로 말하고, 긍정하기, 부정하기, 묻기로 응용 문장을 익혀요.

그날 배운 문장을 먼저 병음을 보고 따라 읽은 후, 우리말만 보고 중국어로 말하는 연습을 해요.

마지막으로 각 Day 별로 회화 공식 문장에 넣어 말할 수 있는 더 많은 활용 단어가 부록으로 실려 있어요.


예전에는 외국어를 배우려면 학원에 가야 했는데, 요즘은 모바일로 교재 내용과 인강까지 언제 어디서든 공부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이 책은 각 Day마다 QR코드를 찍으면 해커스 중국어(china.Hackers.com) 사이트로 연결돼요.

접속 후 로그인하면 모바일 말하기 훈련 프로그램과 듣고 따라 말하기 MP3 자료, 동영상 강의, 중국어 회화 레벨테스트까지 할 수 있어요.

하루 10분 MP3를 듣고 따라 말하기는 부담없이 즐겁게 공부할 수 있어요.

사실 가장 처음 익혀야 하는 중국어 발음 5개 성조를 제대로 할 줄 알면 그다음은 수월하게 배울 수 있는 것 같아요.

열심히 따라 말하기 연습만이 중국어 말문이 트이는 길이에요.

'따라 말하기' 버전과 '영화처럼 따라 말하기' 버전이 있으니까 정확한 발음을 익히는 데에 문제가 없어요.

 또한 Day  전체를 한 번에 듣고 싶다면 '한 번에 학습하기' 버전도 있어요.

마지막으로 중국어 한자와 병음은 직접 써가면서 공부하는 것이 기억에 오래 가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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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하늘 위에서 언제까지나 너를 기다리고 있어 - Novel Engine POP
코가라시 와온 지음, 나나카와 그림, 이지연 옮김 / 영상출판미디어(주)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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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들의 삶이란... 아이고, 의미없다...

이미 오래 전의 일이라 가물가물하지만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건 확실합니다.

하지만 미스즈라면?


<이 하늘 위에서 언제까지나 너를 기다리고 있어>의 주인공은 고등학생 미스즈 이치즈카입니다.

기말시험이 끝나는 종이 울리자 교내의 이곳저곳에서 작은 환호성이 일었습니다.

"끝났다!"

방과 후, 교실 뒤에 모인 여학생들이 모두 똑같이 해방감에 벅찬 함성을 지르고나서 어김없이 시험에 대한 무의미한 반성과 불평을 늘어놓을 때,

미스즈는 달랐습니다. 아이들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스마트폰을 들고 서 있기만 했습니다. 굳이 말해봐야 달라질 것도 없는데 뭣하러...

그래서 어쩐지 혼자만 다른 세계에 사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현실적인 고민은 여느 고등학생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공부는 어렵고 운동은 지루하고, 친구관계는 귀찮을 때가 많고, 유행하는 소설도, 영화도, 음악도, 애니메이션도, 만화도, 게임도 뭐가 재미있는지 모르겠고, 가끔 마음에 드는 것을 발견해도 대개 중단된 채 끝이 납니다. 대개 속마음이 이러면 공부도 안하고 방황할 것 같은데, 미스즈는 굉장히 모범적인 학생입니다.

솔직한 심정은 도태되기 싫어서, 달리 잘하는 게 없어서 열심히 공부하는 건데 다행히 성적이 우수한 편이라 자존심은 지켰다고 해야 되나.

암튼 시험도 끝났고 여름방학이 시작되었으니 에어컨이 있는 방에서 뒹굴뒹굴할 예정이었는데...

갑자기 시야에 수상한 형체가 비집고 들어와 호기심을 자극했습니다. 와이셔츠와 슬랙스 차림의 남학생이 두리번두리번 주위를 둘러보더니 빠른 걸음으로 도로 옆의 잡목림으로 뛰어들어갔습니다. 음, 이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봤던 시계 든 토끼 장면과 닮은 듯.

미스즈는 더위 탓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쩐지 그 학생을 알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한가하니까 몰래 따라가 보자면서 잡목림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놀라운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잡목림으로 둘러싸인 원형의 공터에는 끔찍한 쓰레기가 산처럼 쌓여 있었고, 그 남학생은 잡동사니를 헤집고 있는 중.

미스즈가 자신도 모르게 앗, 소리를 내는 바람에 잡동사니가 와르르 쏟아져서 남학생에게 들키고 말았습니다.

재미있는 건 미스즈가 너무나 당당해서 뻔뻔하다면 그 남학생은 어수룩할 정도로 순진하고 착한 느낌이라는 것.

알고보니 그 작은 체구의 남학생은 미스즈와 같은 반인 아즈마야 토모히로.


그날 이후, 미스즈는 무엇에 홀린 듯 그 잡목림에 갔습니다. 도대체 아즈마야는 잡동사니 산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던 걸까요?

집요하게 묻는 미스즈에게 아즈마야가 털어놓은 비밀은... 바로 로켓을 만드는 중이라는 것, 그것도 우주까지 날아갈 수 있는 로켓.

아이고, 다 큰 고등학생이 폐고물로 로켓을 만들어 우주까지 날아가는 꿈을 꾸고 있다니...

미스즈는 아즈마야에게 '잡동사니 왕'이라고 부르며 놀렸지만 이상하게 아즈마야의 꿈이 부러웠습니다. 잡동사니를 모으고, 로켓을 만드는 아즈마야가 정말 즐거워보여서.

문득 미스즈는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뭐가 하고 싶은 건지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아즈마야 때문에 죽어서라도 보고 싶은 뭔가에 대해 생각하게 됐습니다.

과연 이 하늘 위에서 언제까지나 너를 기다리고 있을 사람은 누구일까요?

영화 같은 이야기, 마지막에 가서야 아즈마야의 꿈에 숨겨진 진실이 밝혀집니다.


- 인생이 재미없다는 건 내가 인생을 재미없게 만든 게 아닐까?    (96p)


- 삶의 방식은 버릇이 된다. 언젠가 바뀔 거라고 기대하고 있으면 영원히 변하지 못한다.

변하려면 지금이다.  (161p)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너야, 미스즈."  (21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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