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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포
제바스티안 피체크 지음, 배명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5월
평점 :
절판
"... 여기 이 소포를 대신 받아주실 수 있나요?" (74p)
『소포』를 읽는 내내 머리가 지끈거렸습니다.
주인공 엠마 슈타인은 그때 그 소포를 받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이 소설 역시 심신이 허약한 상태라면 절대로 읽지 말아야 합니다.
공포와 의심 그리고 엄청난 충격에 빠질테니까.
'그 누구도 믿지마라'라는 공포 영화의 경고문구가 생각날테니까.
엠마는 유능한 정신과 의사였으나 그 사건 이후 편집증에 시달리는 환자가 되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오랜 절친 콘라트 변호사에게 그동안 자신이 겪은 일들을 모두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호텔에서 시작된 끔찍한 사건이 어떻게 소포와 함께 그녀를 다시 찾아왔는지.
한때는 피해자였으나 피의자 신분이 된 엠마...
6개월 전 엠마는 독일정신과의사협회에서 주최하는 학회 발표자였고, 뒤풀이 행사 후 학회가 제공하는 호텔로 향했습니다. 집 근처였지만 태어날 아기를 위한 방 공사를 시작했고, 남편 필리프도 수사 때문에 다른 도시로 출장을 갔으니 공사장 같은 집보다는 호텔이 더 낫다고 여긴 겁니다. 그러나 그 선택으로 인해 엠마는 연쇄살인범의 표적이 되고 말았습니다. 피해 여성의 머리카락을 밀어버리고 살해하는 수법 때문에 '이발사'라고 불리는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의 희생자들 중 유일한 생존자가 된 엠마.
임신 3개월이었던 엠마는 아기를 잃었을 뿐 아니라 모든 일상을 잃었습니다. 그녀 자신조차...
엠마는 분명 호텔 1904호에 들어갔는데, 그 호텔에는 1904호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 또한 강간 당하고 머리카락이 잘렸지만 강간 당한 증거가 남지 않았다는 것.
그녀는 그 날의 충격으로 이발사가 자신을 죽이기 위해 찾아올까봐 두려움에 떨고 있는데, 주변 사람들은 그 모든 것이 그녀의 망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공포는 영혼을 갉아먹고, 인간의 내면을 텅 비게 만든다.
공포는 희생의 시간을 먹으며 덩치를 키운다." (132p)
그 사건 이후 엠마는 집 밖을 나가지 못하고, 심각한 편집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엠마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연쇄살인범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이었습니다.
정신의학 박사였던 그녀의 전공 분야가 병적으로 거짓말을 자주 하게 되는 공상허언증과 편집증인데, 그녀 자신이 환자가 되었으니까.
세상의 불행은 갑자기 찾아오듯이, 바로 그 이웃집 소포가 지옥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될 줄이야...
엠마가 계속 집에 머물다보니 우편배달부 살림을 자주 보게 되었는데, 그는 정이 많고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매번 우편물을 건네주면서 엠마의 개 삼손에게 간식을 줘서 제법 친해진 사이입니다. 그런데 살림이 사무직 발령이 나면서 오늘이 마지막 우편배달 업무라고, 부재중인 이웃집 소포를 맡아달라는 부탁을 한 것입니다.
머릿속으로는 절대로 이웃집 소포를 대신 받아주는 경솔한 짓을 하지 말라고 경고 신호가 울렸지만, 대화를 나누다가 얼떨결에 받아들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소포에 적힌 수신자의 이름을 본 엠마는 맥박이 점점 빨라지고 손이 축축해졌습니다.
A. 팔란트
악마의 호수길 16a
14055 베를린
남편 필리프가 집에 돌아왔을 때, 그 수상한 소포는 사라졌습니다.
과연 엠마에게 벌어지는 불길한 일들은 모두 그녀의 망상일까요, 아니면 범인의 치밀한 계획일까요.
끝까지 아무도 믿을 수 없습니다. 주인공 엠마조차도... 점점 스스로를 믿을 수 없게 된 엠마는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그런 그녀를 잡아준 사람은 바로...
『소포』는 아무도 원하지 않는 악몽 같은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그건 당신의 소포가 아닙니다. 풀어 볼 자신이 있나요? 공포를 원한다면.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9/0529/pimg_770266113220558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