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살핌의 경제학
달라이 라마 외 지음, 구미화 옮김 / 나무의마음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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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특별한 경제학 책을 만났습니다.

바로 <보살핌의 경제학>입니다.


이 책은 2010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마인드&라이프 콘퍼런스의 '경제 시스템 안에서의 이타주의와 자비'를 주제로 발표된 여러 연구와 토론 내용을 엮은 것입니다.

우선 마인드&라이프 인스티튜트를 소개하자면, 1987년 달라이 라마가 현대 학문의 합동 연구 기회를 마련하고 열린 대화를 시도하고자 설립하여 정기적으로 콘퍼런스를 개최하고 있다고 합니다.

2008년 세계 금융 위기의 영향으로 경제학 분야에 근본적인 사고 전환의 필요성이 대두되었습니다.

신고전주의 경제 시스템의 선구자 중 한 명인 프랜시스 에지워스는, "경제학의 첫 번째 원칙은 모든 경제 주체가 이기적인 판단에 따라 행동한다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누구나 자비와 협력, 이타주의를 실천할 수 있는 위대한 역량뿐 아니라 생물학적 성향까지고 갖고 있다고 합니다.

콘퍼런스에서 각 분야 전문가들이 발표한 내용은 '경제 시스템 안에서 작동하는 이타심의 실체'를 살펴보고, 경제적 인간 '호코 이코노미쿠스'를 위한 새로운 경제 모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토론을 통해서 물질적 번영과 인간다운 행복을 모두 보장하는 경제 시스템을 구상하고자 합니다. 이른바 보살핌의 경제!

 

각 장마다 발표 내용과 함께 달라이 라마와 전문가들의 대화가 나와 있습니다.

불교와 경제학의 접점, 즉 사랑과 자비라는 종교적 핵심이 어떻게 경제학에서 작용할 수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 중 주목할 만한 내용으로 사회적 딜레마 실험이 등장합니다. '신뢰 게임' 혹은 '신뢰 실험'이라고 불리는데, 실험 내용은 서로 알지 못하는 두 사람이 익명으로 짝을 이루어, 한 사람을 A, 다른 한 사람을 B라고 하면, 각자 기본 자금으로 받은 10달러에서 A는 B에게 일부 혹은 전부를 상대방에게 줄 수 있습니다. 연구자는 A가 B에게 주기로 결정한 금액만큼 더 보태 B에게 보냅니다. 만약 1달러를 송금하면, 상대가 실제로 받는 돈은 2달러가 되는 겁니다. 이 실험에서는 A와 B의 거래가 순차적으로 일어나도록 장치를 해두었습니다. 원칙적으로 자신이 가진 돈을 상대에게 모두 보내더라도 상대는 한 푼도 되돌려 주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런 위험성을 감수하고 상대방에게 돈을 보낸다면 그건 이타적인 행동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실험에서 아주 중요한 두 가지는 다른 사람의 이타심에 대한 신뢰 정도와 실제 이타심을 측정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대다수는 상대가 이타적일 것이라고 믿으며,

실제로 꽤 많은 사람들이 이타적으로 행동한다.

인간은 충분히 이타적이며,

이타주의는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경제 교환을 확대시킬 수 있다." 

        - 미시경제학자, 에른스트 페르      (99p)


그렇다면 어떻게 경제 시스템을 바꿀 이타적인 조직을 만들까요?

달라이 라마와의 대화에서 "모든 것은 사람에게 달렸다"라고 이야기합니다.

내면적 가치를 중시하는 자비로운 리더가 사회에 이익이 되는 이타적인 조직을 만듭니다.

최근 영국에서는 지금의 문화가 바뀌기를 소망하며 '행복을 위한 실천 Action for  Happiness'이라는 대중 운동이 시작됐다고 합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참여를 원하는 사람들은 웹사이트를 통해 선언문에 서명을 하고, 뜻이 맞는 사람들과 그룹을 형성할 수 있습니다. 선언문의 내용은 개인적으로나 공적으로 무슨 일을 하든 세상이 더 행복해지고 고통은 줄어들 수 있도로 기여하겠다고 약속하는 것입니다.


<보살핌의 경제학>은 어떻게 하면 누구나 가진 행복할 권리를 서로 지켜주고 서로 존중하는 바탕 위에 우리 사회를 다시 세울 수 있느냐에 대한 길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의 경제 시스템은 관계의 가치를 충분히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실제로는 관계가 아주 중요합니다. 우리가 사회적 관계와 이타적인 본성을 더욱 중시하는 방향으로 보상 체계를 바꾼다면 이기적 경제학에서 보살핌의 경제학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더 나은 미래를 향한 보살핌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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