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의 변신
피에레트 플뢰티오 지음, 이상해 옮김 / 레모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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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다. 

그 시기에 나는 문득 어릴 적에 읽었던 동화들을 다시 꺼내 읽고 싶었다.

그 동화들은 아주 일찍 우리의 의식을 파고들어 현실 세계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현실을 구성한다.

... 동화들은 분명히 내 정신이 기꺼이 환대할 수 있는 유일한 '문학'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이러한 환대에 못지않은 거부도 있었다. 

모든 것이 돌처럼 굳어 있던 내 안에서 뭔가가 움직였던 것도, 글을 쓰고자 하는 욕망이 되살아났던 것도

아마 이러한 이중적 움직임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러자 거의 곧바로 이 동화들을 다시 써보고 싶은, 고쳐보고 싶은 욕망이 일었다."


작가의 말을 그대로 옮겨 적은 이유는,

놀랍게도 <여왕의 변신>을 읽는 내내, 내 안에서도 똑같은 이중적 움직임이 일어났기 때문이에요.

어릴 때 읽었던 동화를 어른이 되어 다시 읽으면서 약간의 배신감을 느꼈던 터라 작가의 말에 이백퍼센트 공감했어요.

그러나 막상 <여왕의 변신>을 읽으면서 뭔가 후련함보다는 당혹스러움을 느꼈어요. 문화적인 차이라고 해야 할까요, 아니면 관점의 차이라고 봐야 할까요.

정확하게 어떤 감정인지는 설명하기 어렵지만, 읽는 내내 나만의 방식대로 '동화 다시 쓰기'를 하고 싶은 욕구가 생겼어요. 물론 작가가 되겠다는 건 아니고, 뭔가 창작욕에 불을 지폈다고 하는 게 맞을 것 같아요. 머릿속에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는, 한마디로 잠시 엉뚱한 상상 속에 빠졌들었네요.


<여왕의 변신>은 저자 페에레트 플뢰티오가 1985년 샤를 페로의 동화를 페미니즘적인 관점에서 다시 쓴 책이라고 해요.

아이들을 위한 동화가 아니라 어른들을 위한 잔혹하고 적나라한 욕망의 이야기라고 볼 수 있어요. 

모두 일곱 편의 이야기가 들어 있어요. <식인귀의 아내>, <신데렐로>, <도대체 사랑은 언제 하나>, <빨간 바지, 푸른 수염, 그리고 주석>, <일곱 여자 거인>, <잠자는 숲속의 왕비>, <여왕의 궁궐>인데, 원작의 등장인물과 배경만 같을 뿐이지 이야기 전개는 완전히 새로운 소설이라고 봐야 할 것 같아요. 

「백설공주」는 페로가 쓴 것이 아니지만 거울 앞에 선 불쌍한 계모가 저자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바람에 이 책 속에 들어갔다고 하네요. 오호, 이 부분도 신기한 것 같아요. 저 역시 저자의 이야기 중에서 「백설공주」를 다시 쓴 <일곱 여자 거인>이 가장 인상적이었거든요. 일곱 개의 거울은 매우 사악한 마법이 깃들어 있어서 새 왕비를 불행에 빠뜨렸어요. 자세한 줄거리를 소개하는 건 읽는 재미를 반감시킬 우려가 있으니 그냥 제 느낌만 이야기할게요. 일단 새 왕비는 못된 여자가 아니에요. 오히려 사악한 거울들과 어리석은 왕 때문에 버려지는 비련의 주인공이지요. 여기서 주목할 건 그 거울들의 정체인 것 같아요. 마술거울이라고만 설명되어 있는데, 왠지 SNS처럼 느껴졌어요. SNS를 통해 수많은 사람들이 소통한다는 건 좋은 일이지만 오히려 SNS 때문에 불행해지는 측면도 있는 것 같아요. 멋진 일상을 뽐내는 타인들을 보면서 상대적 박탈감, 우울감을 느끼는 거죠. 자신도 모르게 타인과 비교하면서, 자신을 잃어가는 게 아닌가라는. 다행히 저자는 굉장한 일곱 여자 거인을 등장시켜서 단숨에 반전을 보여줬어요. 

<빨간 바지, 푸른 수염, 그리고 주석>은 우리가 다 알고 있는 푸른 수염 이야기에 그 무엇도 두려워하지 않는 '빨간 바지'라고 불리는 여자 주인공이 등장해요. 재미있는 건 푸른 수염이 지하 벽장에 가둬둔 일곱 명의 여자들이 풀려나면서 나누는 대화였어요. 


"저런, 가엾은 사람!" 가장 약한 목소리가 말했다.

"가엾은 사람 좋아하시네." 가장 확고한 다른 목소리가 말했다.

"저런 악당을 가엾게 여기다니 자넨 정말 착하기도 하네. 그가 우리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그새 잊었는가."

...

"저 사람한테는 뭐라고 말하고요?"

"사실대로 말해야지. 아주 오랫동안 지하 벽장에 갇혀 있다보니 우리 자신에 대해 잘 알게 되었다고,

여자들이 행복하기 위해 남자 따위는 전혀 필요 없다고."  (173p)


일곱 명의 여자들 중에서 한 명을 제외하고는 지하 벽장에서 꼭 붙어 지내는 동안 애틋한 마음이 생겼고, 서로를 사랑하게 됐던 거예요. 그러면 한 명의 여자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주인공 빨간 바지는 어떻게 됐냐고요? 이 질문의 답은 각자 상상에 맡길게요. 워낙 작가의 상상력이 뛰어나서 몇 번 놀라긴 했지만 덕분에 자극이 된 것 같아요. 뭘 상상하든, 더 상상할 게 있다는 걸 알려줬거든요. 

<여왕의 변신>은 '동화의 변신'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이야기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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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이야기 (리커버 특별판)
미하엘 엔데 지음, 로즈비타 콰드플리크 그림, 허수경 옮김 / 비룡소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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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하엘 엔데의 책은 뭔가 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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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넌 도일 - 셜록 홈스를 창조한 추리소설의 선구자 클래식 클라우드 20
이다혜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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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코넌 도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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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랬듯이 길을 찾아낼 것이다 - 폭력의 시대를 넘는 페미니즘의 응답
권김현영 지음 / 휴머니스트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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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침반이 되어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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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 곁에 두고 싶은 감성 공간 - 내가 사랑한 그곳
장인화 지음 / 책밥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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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카페 투어를 즐겼던 적이 있어요.

친구들과 수다 떨며, 맛있는 음료와 디저트를 나누는 공간.

이 책을 보면서 다시 그때의 즐거움이 떠올랐어요. 가능한 시기가 오면 전국 카페 투어를 떠나고 싶네요.

저자가 소개하는 전국 카페 리스트는 개인적인 취향이 반영되었다고 해요. 다른 건 몰라도 카페는 개인적인 취향이 곧 추천 리스트가 아닐까 싶어요.

감성 충전을 위한 카페를 찾는다면 이 책이 좋은 안내서가 될 것 같아요.


책의 구성은 지역별로 나누어 카페를 소개하고 있어요.

우와, 사진으로 봐도 카페 분위기가 멋져요. 카페마다 색다른 인테리어가 눈길을 끌어요.

동일한 카페 안에 서로 다른 느낌으로 꾸며진 곳도 있어요. 대부분 카페의 명당은 창가 자리, 모두가 탐내는 자리를 선점하려면 기다려야 된다는 점.

사실 카페 분위기가 좋으면 굳이 어느 자리를 고집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드립 커피와 라테, 아포가토, 과일 음료 등 맛있는 음료를 마시면서 달달한 디저트까지 곁들이면 쌓였던 스트레스가 사르르 녹을 것 같네요. 

바다 풍경을 볼 수 있는 카페는 창가 풍경이 완전 예술이에요. 이렇게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은데, 직접 그 카페에 앉아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카페 중에서 베이커리 카페는 빵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행복한 공간일 것 같아요. 커피와 함께 즐길 수 있는 빵 종류도 다양하고, 누구나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라서, 어느 한 곳을 고르기가 어렵네요. 지금 고른다고 해서 당장 갈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나름 진지하게 고민했네요. 어디부터 가야하나...

아무래도 책을 통해 카페 구경을 하다보니, 카페명이 특이한 곳은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네요. 작명 비하인드 스토리, 이건 카페 주인에게 직접 들어야 알 수 있는 건데, 이 책 덕분에 소소하지만 흥미로운 카페 이야기까지 알게 되어 좋네요. 콕 집어서 어떤 카페라고 이름을 말하지 않는 건, 한 군데만 말할 수 없어서예요. 그냥 책으로 보시길.

카페 정보는 책에 설명된 것 말고도 QR코드를 찍으면 관련 사이트, 인스타그램으로 확인할 수 있어요.


곁에 두고 싶은 공간, 내가 사랑한 그곳.

낭만을 아는 사람이라면 어찌 사랑하지 않으리오. 카페의 매력 속으로 풍덩~

친구 혹은 연인, 아마 다들 소중한 사람과 함께 가고 싶은 곳일 거예요. 카페 투어를 하며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그 날을 기다리며, 이 책으로 마음을 달래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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