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혼자가 아니니라 - 신현림

 

 

그대 슬픔 한 드럼통 내가 받으리라

감미로울 때까지 마시리라 평화로운 우유가 되어

그대에게 흐르리라 또한 태풍같이 휘몰아쳐

그대 삼키는 고통의 식인종을 몰아내고

모든 먹고 사는 고뇌는 단순화시켜 게우리라

술에 찌든 그대 대신 내가 술마시고

기쁜 내 마음 안주로 놓으리라

그대 병든 살 병든 뼈 바람으로 소독하리라

추억의 금고에서 아픈 기억의 동전은 없애고 말리라

그대 가는 길과 길마다 길 닦는 롤러가 되어

저녁이 내리면 그대 가슴의 시를 읊고

그대 죽이는 공포나 절망을 향한

테러리스트가 되리라 신성한 연장이 되어

희망의 폭동을 일으키리라

하느님이 희망봉일 수 있다면

물고기가 되어 교회로 헤엄쳐 가리라 험한 물결

뛰어 넘으리라 간절히 축복을 빌리라

그대는 혼자가 아니리라

영원히 홀로치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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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충고를 하는 것도

 충고를 받는 것도 진정한 우정의 특징이네.

충고를 할 때는 거리낌은 없되

거칠지 말아야 하며,

충고를 받을 때는 참을성은 있되

대들지 말아야 하네.

우정에는 아첨과 아부와 맞장구보다

더 큰 해악이 없다는 점도 말하네.

어떤 이름으로 부르든

그런 해악은 진실과는 전혀 관계없이

오직 기쁘게 해주기 위해서만 말하는 경박하고 거짓되니

사람 특유의 악덕이라네.

위선은 어떤 경우에도 사악하네.

위선은 진실을 알아볼 수 없게 하고

진실을 변조하기 때문이라네.

그러나 위선은 우정에 가장 적대적이네.

위선은 신뢰를 소멸시키는데,

신뢰 없이는 우정이란 말은 아무런 의미도 없기 때문이네.

왜냐하면 우정의 취지는 여러 사람의 마음을 말하자면

한마음으로 결합시켜주는데 있는데.

한 사람조차도 어제나 변함없는 한마음이 아니라

변덕스럽고 변하기 쉽고 복잡다단한 마음을 갖고 있다면

어찌 그것이 가능하겠는가?

              - M.T. 키케로 노년에 관하여 우정에 관하여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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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 정신은 호불호가 분명하겠다.

책은 망치다는 독서에 관련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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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평역에서  - 곽재구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 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 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릅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웠던 순간을 호명하며 나는
한 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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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장수집가의 아포리즘에세이  

   

 기억의 흔적들은 새로운 관계가 형성됨에 따라

 재배열되고 재기록된다. - 프로이트

 

노동은 자유시간의 반대말이다.

그러나 여가의 반대말은 아니다.

여가란 다른 세계에 속한 자유 시간이다.

누구든 자유시간이 있다. 그러나

 누구나 여가가 있는 것은 아니다.

 - 세바스티안 데 그라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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