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보일드 하드 럭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요시토모 나라 그림 / 민음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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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관한 두 편의 이야기다.

하나는 동성애인(?)인 치즈루의 불운한 죽음 후 나 홀로 떠난 여행 중 겪는 다소 비현실적이고 몽상적인 일들을 통한 이야기다. 치즈루가 아파트에서 난 불로 죽고, 이야기 속 내가 저녁을 먹기 위해 들른 우동집에 불이 나고, 호텔에서 자살을 한 한 여자(유령)을 만나게 되고, 악몽 같은 꿈에서 다시 치즈루를 만나게 되고... 이런 일련의 일들을 극 중 나라는 사람은 무덤덤하게 받아들인다. 죽음이라는 크나큰 충격에서 다른 그 어떤 것도 그보다 충격은 아니라는 듯 말이다.

저자는 호텔 아줌마를 통해 이야기 한다. '아침이 오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되니까. 그보다 나는 인간이 무서워요. 주인이 죽었을 때 기뻐하던 아들의 얼굴에 비하면, 별 대수로운 일 아니에요.' 유령보다 무서운 건 산 사람!

치즈루는 소음에 슬럼가 같은 집에서 왠지 마음이 차분해진다고 했다. 평범한 사람들을 보면 내가 이상한 게 아닐까 생각돼서 불안해진다고. 그래. 슬픔을 위로해 주는 건 기쁨보다는 더 큰 슬픔일 때가 있다.

동반자살을 하며 실은 자기만 죽으려고 자기만 독한 약을 먹고, 남자한테는 순한 약을 먹였다는 호텔 유령의 이야기는 참 슬펐다.

죽은 치즈루는 내게 전화해 어떤 일이 있어도 하드보일드하게 살라고 이야기 한다. hard-boiled-무감각한, 정에 얽매이지 않는, 실속 차리는, 현실적인, 감상적인 데 없이 순객관적인.......

정말이지 그럴수만 있다면 살면서 정말 하드보일드할 수만 있다면 삶으로, 사랑으로, 상처로, 죽음으로 그 무엇으로도 마음 아픈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 그럴 수 있있까?

난... 그러고 싶지만 그럴 자신이 없다. 그럼, 살면서 상처받는 일은 각오해야할 일이겠지.

두 번째는 언니의 죽음을 이야기한다. 인생의 최대의 행복일 결혼을 앞두고 뇌출혈로 쓰러진다. 손이 따스하고, 손톱이 자라고, 숨소리가 들리고, 심장이 울리지만 의식이 없는 언니를 바라보는 가족들의 고통. 낙향해 버리는 약혼자의 나약함. 하지만, 언니의 의식없는 육체 앞에 동생의 약혼자 형과의 사랑을 시작. 언니를 체념해 생겨나는 공간만큼 생기는 마음의 여유 부모님께 언니의 몫까지 살아내야 한다는 동생의 생각

산다는 건 살아있다는 건 그런걸까? 정말 흔한 말로 산 사람은 산 사람이고,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다. 산 사람은 살아야지... 언니를 죽인 것은 언니 자신과 언니의 불운함, 하드 락 이었다고 이야기 한다. 좀 씁쓸하다. 산다는 건 그런걸까?

두꺼운 책도 아니고, 그렇게 내용이 심각한 것도 아닌데 왠지 무겁게 느껴지는 건 주제 때문일까? 죽은 사람은 하드 락 해서 죽은 거고, 산 사람은 하드보일드 하게 살아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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