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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 조광호의 그림과 글
조광호 지음 / 샘터사 / 2001년 12월
평점 :
품절
내게 주고 싶었다며 언니가 책장에서 이 책을 꺼내 주었다. 보니 같은 책이 5권이나 꽂혀 있었다. 너무도 좋아 이만원씩이나 하는 책을 다섯권이나 샀단다. 주고 싶은 사람에게 주려고. 난 그런 언니의 맘을 받은 것만으로도 기뻤다.
특이한 건 신부님이 그린 그림과 글로 엮여진 책이란 것과 책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람의 얼굴이 그 주제이고, 그 얼굴을 사전 위에 그렸다는 것이다. 그림에 문외한인 난 그림을 이해하려고 애써 보았지만, 좀 어려웠다. 피카소의 추상적인 그림도 아닌데 말이다. 그냥 보고 느껴지는 대로 느끼면 좋으련만 그림을 글에 맞춰 이해하려 하니 불만이 하나 둘 쌓였다. 그래서, 영 책장이 넘어가질 않았다. 하지만, 이 소중한 책을 그냥 책꽂이에 꽂을 수도 없고...
하여 난 내 머리 맡에 두고 잠자리에 들기전에 얼굴 하나 이야기 하나씩을 읽어 나갔다. 지난 12월에 받은 책을 이제야 다 읽었다. 글은 왼쪽에 그림은 오른쪽에 있었기에 나의 시선은 오른쪽 보다는 왼쪽에 오래 머물렀다. 만약 왼쪽에 머물렀던 시간 만큼을 오른쪽에 두었다면 그림을 이해할 수 있었을까? 정말 아는 만큼만 볼 수 있구나 새삼 느꼈다.
두 번째장의 해가 뜨면 아이들은 그를 아빠라 불렀다에서 신부님이 들려주시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가슴을 따뜻하게 했다. 네 번째장의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잠시 책의 여백에 시선을 잃고 생각에 잠기게끔 한다.
이 책은 정말 책장에 꽂아 두고 세월에 따라 음미해 가며 읽어야 할 책같다. 세월의 흔적과 함께 변해가는 내 얼굴을 들여다 보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