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 자본론 - 사람과 돈이 모이는 도시는 어떻게 디자인되는가
모종린 지음 / 다산3.0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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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가요에서도 가사로 골목의 쓸쓸함을 노래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골목길' 하면 핫한 카페 골목, 잘 나가는 상권들이 먼저 떠오르는 시대가 되었다. 가로수길, 망리단길, 샤로수길, 방배동 카페 골목, 성수동 카페골목 최근에는 서촌, 연남동 경의선 숲길 등등... 전부 나열하기도 어려울 만큼 말이다. 저마다의 개성을 드러내는 예쁜 가게들, 웅성거리며 유행을 쫓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그 골목들을 가득 채운다. 밥을 짓고 세탁기를 돌리는 수수한 생활의 소리가 들리는 진짜 골목이 아니라, 주말마다 북적이는 상점들의 골목에서 생활은 자꾸만 사라지고 상업화는 계속 영역을 넓히고 있다.

골목길 경제학자 모종린 교수는 "왜 다시 골목길에 사람이 모이는가?"에 대해서 주목한다. 사람을 끌어들이는 공간엔 어떤 비밀이 숨어 있는지, 사람과 돈이 모이는 도시는 어떻게 디자인되는지 , 다양한 도시문화를 제공한다는 점에 있어서 골목길을 하나의 자본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1990년대 중반 무렵 홍대에서 시작된 골목길 상권은 2000년대 중반 급성장해 연남동, 연희동, 부암동, 성수동 등 서울시 내에서만 20~30개 지역으로 확장되었다. 최근에는 전주 한옥마을, 부산 감천동 문화마을, 해운대 달맞이고개, 대구 김광석거리 등 지방 도시의 골목도 떠오르는 골목상권으로 주목받고 있다.

 

골목길 경제학은 골목길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단순하지만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다. 정부 지원과 보호, 골목을 바라보고 즐기는 감상적인 접근만으로는 우리의 소중한 골목문화를 지켜내고 발전시킬 수 없으니 말이다. 골목 상품에 대한 수요, 소비자가 원하는 수준의 상품을 공급할 수 있는 생산자, 그리고 상권 공공재에 대한 생산자와 소비자의 투자를 창출할 수 있는 상권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나는 도심의 골목이 더럽고 안전하지 못한 곳으로 인식되던 시절을 알지 못한다. 도심의 골목길이 막 부활하던 시기에, 가로수길, 삼청동, 이태원 등에서 그 문화를 함께 즐겼던 세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처럼 골목길이 중요한 관광과 문화자원으로 주목받는 현상에 대해서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대구의 근대문화거리, 전주의 한옥마을 등은 지역 정부가 주도적으로 조성한 골목상권으로 지역의 특수성도 살리고, 관광산업으로서도 가치가 있을 것이다. 홍대 지역이 연남동, 연희동, 상수동, 합정동으로 점점 확정되어 핫한 플레이스들이 늘어나는 것도 좋다. 놀 거리, 먹 거리, 살 거리, 그리고 풍성한 볼거리들이 가득한 골목들이 많아지는 것이니 말이다.

 

 

골목상권이 뜨면서 골목경제와 골목문화 발전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골목상권 정책이 일반 시민들에게도 중요한 정책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지금은 그것도 꾸준히 성장해 젠트리피케이션이 주요 사회적 논쟁거리가 될 만큼 일상의 일부가 되었고 말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낙후됐던 구도심이 번성해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몰리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을 말한다. 저자는 말한다. '장인 공동체' 만이 젠트리피케이션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상인이든 건물주든 혼자만의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파트너로서 서로의 가치를 인정하고 같은 배를 탔다는 공동체 정신을 발휘할 때에만 골목상권의 경쟁력은 지속 가능해진다.

이 책에서는 서울 시내 주요 상권의 분석과 함께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다운타운 라이프스타일을 함께 다루고 있다. 골목문화는 단순히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소비문화가 아니라, 젊은이들이 도심에서 일하고 즐기는 라이프스타일이라는 것이다. 생존을 위해 자동차를 포기한 일본 소도시의 사례, 젠트리피케이션 없는 완벽한 골목상권을 보여주고 있는 도쿄, 전통문화를 위해 골목길을 복원하고 있는 상하이, 역사가 작품이 되는 도시 에든버러에 이르기까지 세계 각국의 다양한 사례들은 너무도 흥미진진했다.

 

 

이 지역 문학 공동체의 중심지는 독립서점이다. 독립서점들이 지역 장가와 독자를 연결한 새로운 출판문화와 공동체문화를 창조했다. 책을 사랑하는 이들이 모여 토론하고 다양한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없었다면 작가의 도시가 탄생할 수 있었을까? 지역의 유능한 작가를 발굴하고 독자와 직접 소통하도록 연결해주는 독립서점이 가득한 브루클린을, 우리는 문학 중심지로 여긴다.

 

세 집 중에 적어도 한 집은 소설가가 산닫고 할 정도로 소설가들이 많이 산다는 브루클린의 사례도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작가의 거리는 사라지는 추세이지만, 뉴욕의 독립서점, 독립출판의 중심지로 부상한 브루클린만큼은 예외다. 뉴욕 언론은 여행자에게 조언한다. 미국 현대 문학의 거장을 거리에서 만나고 싶다면 브루클린 독립서점 여행을 떠나라고. 독립서점들은 지역 작가를 위해 독서회와 저자 사인회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브루클린 작가들은 유별나게 출신 도시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고 한다. 독립서점이 지역 독자와 작가가 만나고 대화하는 일종의 사랑방이라는 점이 매혹적이었다. 이 부분은 요즘 국내의 독립 서점들이 부활하고 있는 시점이라 더욱 공감할 만한 부분들이 많았던 것 같다.

 

 

지난 2016년 젠트리피케이션은 언론과 SNS의 가장 뜨거운 이슈로 주목받았다. 한 유명 연예인 소유 건물에 임차한 음식점의 강제 철거 사건을 계기로 사회적 관심이 급증한 것이다. 골목상권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골목상권의 공급이 원활할 때 새롭게 골목상권으로 형성된 지역에서 주로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한다. 저자는 급격한 젠트리피케이션의 조건이 골목상권에 대한 수요 증가라면 골목상권의 미래에 대한 전망은 수요 분석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지속 가능한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모델로 장인 공동체를 이야기한다.

그렇게 도시재생부터 젠트리피케이션 대책까지, 사람 중심의 골목길을 제안하는 저자의 프로젝트는 경제학의 눈으로 경쟁력이 있는 도시와 골목길의 비밀을 알려준다. 우리가 어떤 태도로 골목길을 즐겨야 하는지를 제안하는 것을 시작으로, 골목길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필요한 물리적 조건과 문화적 조건을 모두 검토하고 있는 이 책은 누구라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경제 이야기이면서 우리가 익히 접하고, 이용하는 골목길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경제학에는 전혀 문외한인 나같은 독자도 이제는 골목길에 왜 경제학이 필요한지 어느 정도 알 것 같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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