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인간력이라는 단어에 대해 그다지 생각해 볼 기회가 없었다. 처세술이니, 인간관계론이니, 사람공부니 하는 것들에 대해 관심도 없었을 뿐더러 나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었으니 말이다. 나는 대체적으로 새로운 사람과 관계를 맺어가는데 두려움이 없는 편이었고, 사람들 사이에서 조정을 하거나, 관계를 만들어가는 데도 그다지 어려움을 겪어 보지 못했다. 그런데 웬 걸 예전에는 몰랐던 부분들을 이제 더 알게 되어서인지, 나이를 먹어가면서 관계에 대해서 생각이 많아지게 되었다. 그리고 일본 아마존 베스트셀러라는 이 책을 통해 제대로 된 내 사람을 얻는 힘에 대해서 새로운 시선을 가지게 된 것 같다.
회사에서 팀을 운영할 때도, 개인적으로 모임의 멤버로 활동할 때도 나는 보편적으로 잘 지내는 사람들과 특별히 가까운 사람들을 구분하는 편이었다.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라 어쩌다 보니 자연스레 말이다. 그래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마음을 꺼내 보여줄 수 있는 사람, 내 의견을 믿고 따라줄 수 있는 사람, 진짜 내 사람은 몇 명인지 헤아려 보고는 한다. 사람을 얻어야 전부를 얻게 된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참 쉽다고 생각했던 인간 관계가 어렵게만 느껴진다. 아마도 나이를 먹게 되고, 넓었던 인간 관계가 제한적이 되다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갈수록 개인주의적이 되어가는 이 사회 속에서 함께 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내 가치관이 흔들리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경험이 쌓이고, 시간을 통과할 수록 더 쉬워져야 하는 법이거늘, 거참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만큼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 일이 수월한 일이 아니라는 얘기일 거다.
회사에서 엄격하고 꼼꼼한 관리자.
가정에서 자식 사랑이 끔찍한 아버지.
부모님 앞에서 어리광을 부리는 아들.
친구들 사이에서 장난꾸러기.
다양한 인격을 적절히 사용할수록 건강한 사람이다.
항상 똑똑하고 잘나가던 우등생이었던 이 책의 저자는 젋은 시절 자만심에 들떠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려가던 참이었다. 그런데 대학을 졸업하고 연구실에 몸담았을 때 지도 교수가 한 말이 그의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된다. "자네도 수고했어. 참 우수한 학생이었어. 그런데 말이야.. 자네는 붙임성이 없어!" 그 한마디가 그의 가슴을 파고들어 평생 동안 마음속에서 울려 퍼지게 된 것이다. 자신에게는 결점이 없다고 철석같이 믿으며 그것을 은근히 자랑하는 교만과 무의식적인 거만함을 스스로 깨닫게 된 것이다.
누구에게나 결점은 있게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점이 없는 사람이 되려 하고, 스스로 결점이 없는 사람이라 믿으며, 결점이 없는 사람처럼 행동하려 하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그런 사람의 마음속에는 은근한 교만과 함께 무의식적인 거만함이 뿌리박혀 주변 사람의 마음을 멀어지게 하니 말이다. 스승이 그에게 가르쳐 준 '붙임성'이라는 덕목은 솔직하게 자신의 잘못과 결점을 인정하고 미숙함을 인정하는 유연함이었다. 그것의 중요성을 깨워준 스승의 한마디가 그의 인생을 지택하고 이끌어주었다고 한다.
"회사에서 가장 좋아지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을 찾으세요.
반드시 그 사람을 좋아하도록 하세요."
놀랍게도 우리는 나와 같은 결점을 가진 사람을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냐 싶지만, 그건 우리가 성인 군자가 아닌 이상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대신 인간관계 문제에 부딛 쳤을 때 인간력에 대해 생각해보고, 인간관계가 원활해지는 마음습관에 대해 떠올려볼 수는 있을 것이다. 생각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게 아닐 테니 말이다.
다사카 히로시는 인간력있는 사람이 되기 위한 일곱 가지 마음 습관을 이렇게 정리하고 있다.
하나. 인정하자, 여전히 나는 부족하다는 사실을. 스스로 미숙한 존재임을 인정한다. 인간은 완벽한 사람보다 결점이 있는 사람에게 호감을 느낀다.
둘. 단단하기보다는 부드러워져라. 용기 내 솔직하게 먼저 다가가면 상대방과 더 깊이 이어진다.
셋. 내 안의 작은 자아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 마음속 작은 자아의 합리화에 넘어가지 않는다. 잘못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는 책임을 떠안는다.
넷. 상대방을 대하는 태도는 어떠한가. 상대를 잘 알고 있다고 확신하지 않는다. 타인의 결점을 개성으로 받아들인다.
다섯. 말의 힘을 터득하면 관계가 보인다. 내뱉은 말이 내 감정을 다스린다는 사실을 안다. 앞에서 할 수 없는 말은 뒤에서도 하지 않는다.
여섯. 설사 멀어지더라도 영원히 끊지는 말라. 언제 어디서 만나더라도 화해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일곱. 악연이 나에게 주는 의미를 곱씹어라. 불행하고 괴로운 경험을 성장으로 이어나간다.
말로 하고, 머리로 이해하기야 쉽지 직접 실천하는 게 어디 말처럼 쉽겠냐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당신이 좋은 사람으로 살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면, 사람을 만나고 돌아서서 허무함이 든다면, 나이를 먹어갈수록 사람 문제가 어렵게 느껴진다면, 그렇다면 한번쯤 고민해 볼만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지금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더할나위 없이 꼭 필요한 해결책이기도 하고 말이다.
이 책에는 인간관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혜가 담겨 있지만, 지루하거나 진부하지 않아 좋았던 것 같다. 인간력이라는 생소한 단어가 인간 관계에서 얼마나 필요한 능력인지 깨닫게 되어, 이제는 어느 곳에서 누구와 새로운 관계를 맺게 되더라도 예전처럼 두려움 없이 시작하게 될 것 같고 말이다. 인간을 수양하고 인간력을 높이는 길이, 고전을 읽는 것도 아니고, 산에 틀어박혀 수행을 하는 것도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매일 인연으로 만난 사람과 정면으로 마주하고, 좋은 관계를 위해 발버둥 치며 노력해야 하는 거라고. 그렇게 '인간력'있는 사람이 되어 보자. 어제보다 오늘이, 그리고 내일이 훨씬 더 나아진 모습으로 살아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