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단백질 - 탄생, 사랑, 변신, 그리고 죽음을 순환하는 생명의 과학
샤히르 S. 리즈크.매기 M. 핑크 지음, 홍지연 옮김 / 흐름출판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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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떤 유전자는 세포가 살아있는 동안 내내 잠들어 있고, 어떤 유전자는 깨어나 단백질을 만들어낸다. 비유하자면 모든 세포는 같은 악보를 가지고 있지만, 각자 자신에게 맞는 악기만 골라 연주한다. 그래서 세포 안의 DNA는 그 세포가 누구의 것인지를 알려주고, 세포가 실제로 만들어내는 단백질은 그 세포가 어떤 세포인지를 알려준다. 각 세포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품고 있는데, DNA가 대본이라면 단백질은 그 이야기를 살아 움직이게 하는 주인공이다.             p.30


'춤추는 단백질'이라니 제목부터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이다. 화학과 생물학을 다루는 책의 제목치고는 지나치게 밝은 느낌이라, 더 재미있어 보이는 책이기도 했다. 이 책은 생물학계의 라이징 스타이자 시인이며 화가인 두 저자가 생명이 순환하는 모든 순간을 분자의 언어와 아름다운 그림으로 풀어낸 것이다. 아름다운 표지 이미지를 비롯해 책에 수록된 다양한 삽화들 모두 두 저자의 작품이다. 또한 각 삽화 아래에는 고유 ID가 적혀 있는데, 단백질데이터뱅크에 등록된 고유 코드이므로 PDB 웹사이트에서 코드를 입력하면 단백질 구조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단백질의 세계는 인간의 감각 경험을 훌쩍 뛰어넘는다. 철새가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가는 것은 눈 속 단백질 덕분에 지구 자기장을 색깔로 감지하기 때문이다. 개는 인간이 맡지 못하는 냄새 분자를 포착하는 후각 수용체 단백질을 수백만 개 더 가지고 있고, 문어는 피부에 분포된 단백질로 빛을 감지해 순식간에 주변 환경과 똑같은 색과 무늬로 변신한다. 물로기와 개구리가 한겨울 혹독한 추위에도 얼어 죽지 않는 것은 혈액 속 얼음 결정의 성장을 막아주는 단백질이 있기 때문이며, 뱀과 전갈은 단백질로 먹이의 신경과 근육을 순식간에 마비시키는 독을 만들어 낸다. 어떤 단백질은 식물과 박테리아에게 기억하는 능력을 부여하고, 결함 있는 단백질은 질병을 유발하거나 죽음을 초래하는 신호가 되기도 하고, 박테리아와 바이러스가 우리 몸에 침입하는 첨병이 되기도 한다.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독소를 가졌다는 이유로 우리는 쉽게 뱀과 전갈을 독성 생물이라 부른다. 하지만 단백질 차원에서 보면 우리 인간 역시 살인병기다. 매일 셀 수 없이 많은 박테리아가 우리의 피부, 침, 호흡기 조직 표면에서 만들어지는 독성 단백질의 희생자가 되고 있다. 생존하기 위해 죽어야 하는 세상에서 모든 생명체는 어느 정도 독성을 띠는 존재다. 삶이라는 극장에서 살인은 이야기의 줄거리이고, 단백질은 주연을 맡는다. 결국 막이 내리면 우리 모두에게 죽음이 찾아오며, 그 배후에는 어김없이 단백질이 있다.                p.294~295


사실 단백질이라고 하면 보통 음식부터 떠올리게 마련이다. 운동을 할 때, 식단 관리를 할 때, 몸을 만들어야 할 때 탄수화물을 줄이고 단백질 위주의 식사를 하게 되니 말이다. 닭가슴살, 삶은 달걀, 콩, 두부 등 단백질 음식을 일부러 챙겨 먹어본 적이 있는 나로서도 단백질을 식품 성분표 기준으로만 생각해 왔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단백질에 대해 놀라운 사실들을 알게 되었다. DNA가 생명의 설계도라면, 단백질은 그것을 현실로 만드는 존재라는 것이다. 세포 안의 아주 작은 일꾼인 단백질은 이 땅에 존재한 모든 생명체들이 거의 모든 생물학적 기능을 할 수 있도록, 그 원동력이 되어주는 존재였던 것이다. 무엇보다 단백질이 '우리가 누구인지, 우리가 자신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주변 세상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에 깊이 관여한다'는 점이 놀라웠다. 


단백질은 우리 주위에서 매일 작은 기적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간세포 속의 효소는 독소를 무해한 분자로 바꾸고, 디펜신은 감염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며, 빛 수용체는 우리를 둘러싼 세상을 밝혀진다. 이 모든 일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일어나고 있다. 모든 생명체 안에서 단백질은 역동적이고 서로 호응하며 끊임없이 미시 세계의 기적을 행하는 존재들이다. 이 책이 흥미로운 이유 중 하나는 단순히 과학적으로 놀라운 사실들을 들려주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과학과 서사를 근사하게 조화시켜 풀어내는 방식때문이다. 두 저자는 과학자인 동시에 이야기꾼이기도 했다. 각자의 친구와 가족과의 관계, 새로운 곳으로 이사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낸 경험과 단백질에 대한 열정을 일깨워준 과학자들의 이야기까지 들려준다. 개인적인 서사를 풀어놓는다고 해서 에세이처럼 흘러가는 것도 아니다. 각자의 이야기로 시작해 결국 단백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목적인 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우 수월하게 잘 읽히고, 누구나 단백질의 경이로움에 대해서 깨닫게 해준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고, 난해한 것을 이해하게 만들'어 주는 이 놀라운 책을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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