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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위선자
메리 쿠비카 지음, 신솔잎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6년 6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는 크게 의미를 두지 않으려 했다. 나와 대화하는 것을 좋아하는 거다. 나도 엄마인 만큼 베킷 부인과 나름의 유대감이 있었다. 그게 전부다.
"두 사람, 좀 이상한 구석이 있는 것 같아요."
이후 이어진 루크의 말에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베킷이 그 음성 메시지를 들려준 날, 내게 했던 말이 떠올라 더욱 소름이 끼쳤다. p.101
중환자실 간호사인 메건은 온갖 튜브와 기계에 연결된 채 침대에 누워있는 여자를 본다. 6미터 높이의 육교에서 뛰어내려 혼수상태에 빠진 케이틀린에게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겨우 서른두 살밖에 되지 않은 어린 나이에 아름다운 외모를 가졌는데 다시 깨어날지도, 생존한다고 해도 정상적으로 살아갈 가능성이 없어 보였으니 말이다. 사실 메건이 그녀에게 마음이 쓰였던 이유는, 자신의 동생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단순한 자살 시도로 보였던 사건이 목격자가 나타나면서 범죄 수사로 전환된다. 육교에 분명 두 명이 있었다는 증언으로 그녀가 뛰어내린게 아니라 누군가 밀었을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한편 병원 안에도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한다. 가족 외에 면회가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수상한 남자가 병실에 앉아 있기도 하고, 친구라는 여자가 와서 케이틀린이 자기 부모를 증오했다며, 쇼에 속지 말라고, 그들이 간호를 하고 있는 모습이 모두 가식이라고 말한다. 이혼자 지원 모임에서 우연히 재회한 고등학교 동창 냇은 폭력적인 남편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하지만, 뭔가 수상한 부분들이 있었다. 동료 간호사인 루크는 케이틀린의 부모들에게 좀 이상한 구석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집에서도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는데, 수상한 편지가 오고, 지하실에 내려갔다가 문이 잠겨 갇히기도 한다. 낯선 사람을 경계하고, 매사에 조심하지만 메건의 주변을 에워싼 의심스러운 징후들은 계속 된다. 과연 그날 육교 위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메건은 왜 그토록 이 사건에 신경을 쓰는 것일까.

그렇다면 시에나는 왜 내게 거짓말을 했을까? 왜 나를 거짓말쟁이라고 했을까?
온갖 시나리오가 머릿속을 헤집었다. 다른 생각이 이어지기도 전에 시에나 방 안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다. 나는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시에나의 방으로 향했다. 문 앞에 서서 문을 한 번 두드리고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문을 열었다. 안에서 무엇을 보게 될지 각오한 상태였다.
하지만 예상과는 전혀 다른 광경이 펼쳐졌다. p.399
<굿걸>, <디 아더 미세스>, <사라진 여자들>, <밤은 눈을 감지 않는다>로 만나왔던 메리 쿠비카의 신작이다. 실정과 유괴라는 흔한 소재를 독특한구성과 설정으로 흡입력 있는 이야기로 재탄생시켰던 <굿걸>, 전체 이야기의 구조 자체를 완전히 뒤집어 버리는 한 방이 인상적이었던 <디 아더 미세스>, 여성들의 심리 묘사를 섬세하게 잘 그려내며 놀랍도록 현실적인 심리 스릴러를 보여주었던 <사라진 여자들>, 남편의 실종에 얽힌 비밀을 파헤치며 점점 더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두 부부의 이야기를 그린 <밤은 눈을 감지 않는다>까지 모두 흥미롭게 읽었기에 이번 작품 역시 기대하며 만나보았다. 꼼꼼하게 설계된 복선들이 구석구석 포진하고 있는데다, 섬세한 심리묘사와 치밀한 구성, 임팩트 있는 반전까지 스릴러라는 장르가 보여줄 수 있는 탄탄한 재미를 선사하는 작품이다. 무더운 여름 밤을 견디게 해 줄 페이지터너를 찾고 있다면 이 작품을 만나보길 권해주고 싶다.
메리 쿠비카는 여성들의 심리 묘사를 섬세하게 잘 그려내는 '스릴러의 여왕' 답게 이번 작품에서도 아무도 믿을 수 없게 만드는 불안과 공포를 디테일하게 그려내고 있다. 여성들을 노리는 범죄 사건보도가 이어지고 있어 이혼 후 딸과 단둘이 사는 엄마 입장에서의 불안과 안타까운 환자를 대하는 간호사로서의 연민, 가정 폭력에 시달리고 있는 친구에 대한 걱정 등이 겹겹이 더해져 메건의 일상은 결코 안정적이지 않다. 메건의 일인칭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기에 거의 불안장애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끊임없이 안전에 대해 의심하는 심리를 따라가다 보면 독자 입장에서 다소 피로해지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서사가 중반부를 훌쩍 넘어서면 그제야 비로소 드러나는 충격적인 반전이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서도 강렬한 여운을 남겨 준다. "나는 나쁜 사람이 아니다. 그저 나쁜 짓을 저질렀을 뿐이다." 라는 문장이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가 아닐까 싶다. 평범한 사람도 한순간 범죄를 저지를 수 있고, 누군가를 지키기 위한 선의가 순식간에 타인을 향한 악의가 될 수 있으니 말이다. 일상 가장 가까운 곳에 도사린 공포를 그려내는 심리 스릴러를 좋아한다면 놓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