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렌식, 과학수사의 모든 것 - 지난 200년 법과학 발전의 놀라운 이야기
발 맥더미드 지음, 조진경 옮김 / 문예춘추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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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법의병리학은 마치 퍼즐 조각 맞추기와 같다. 병리학자는 시식 안팎에서 발견되는 모든 특이한 요소들을 목록화하고, 그 정보 조각들을 바탕으로 사망 전 일을 재구성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인류의 모든 역사에서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이 왜 죽었는지 이해하려고 했다. '부검(autopsy)'이라는 단어는 '직접 확인하다'라는 뜻의 고대 그리스어에서 유래한다. 부검은 이러한 깊은 호기심을 채우려는 의학적 시도이다.              p.102


발 맥더미드는 프로파일러 토니 힐 시리즈로 오래 전에 만나본 적이 있다. 지금은 절판됐지만 국내에 <인어의 노래>, <피철사> 두 권이 소개된 적이 있다. 범죄 프로파일링 자료들이 꽤나 많이 수록되어 있어 가독성이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관련 분야에 관심이 많아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이후로 다른 작품들이 소개되지 않아 아쉬웠는데, 이번에 소설이 아니라 논픽션으로 돌아왔다. 법과학도 좋아하지만, 오랜 만에 만나는 발 맥더미드의 신간이라 설레이는 마음으로 읽어 보았다. 


범죄 현장에서 법정으로 이어지는 법과학 이야기는 수없이 많은 범죄소설의 소재인데, 이 책은 그러한 200년 과학수사의 결정적 순간들을 집대성했다. 28편의 범죄소설을 출간한 베스트셀러 작가이전에 16년간 저널리스트로 활동한 이력도 있기에 탄탄한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소설보다 더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려 준다. 범죄 현장에는 온갖 유용한 정보가 있고, 과학 분야의 출현으로 그 정보를 해독하여 법정에 제출하게 된 것이다. 18세기에 시작되어 19세기 이후부터는 비약적으로 과학적 발견이 이루어졌다. 제대로 된 범죄 수사라는 개념이 막 자리를 잡기 시작했고, 수사 중인 범죄에 대한 가설을 뒷받침할 증거를 찾기 위해 법과학이 탄생하게 된다. 현대에는 과학을 응용하여 범죄를 해결하는 것이 당연해졌지만, 그렇지 않았던 시절부터 차근차근 짚어가는 이야기가 정말 흥미진진했다. 법과학의 역사는 웬만한 범죄소설 못지않는 드라마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발 톰린슨은 32년 동안 살인 현장에서 혈흔을 조사하고, 실험실에서 DNA를 분석했다. 첫 직장인 영국 과학수사연구원(FSS)에서는 1982년에 입사하여 2011년 문을 닫을 때까지 일했고, 그 후에는 LGC 포렌식스에서 일했다. 온순하고 다정한 그녀는 겉보기와 달리 혈액이 움직이는 방식, 화학적 구조, 혈액에 담겨 있는 메시지 등 혈액에 대해 잘 알고, 모든 인간 생명의 근간인 유전 암호에 대해 깊은 지식을 갖고 있다. "DNA에는 논리가 있습니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현장 작업은 과학이라기보다 예술에 가까워요."               p.207


범죄 소설과 드라마의 중심에는 동기가 있지만, 실제 살인 사건 수사에서는 동기가 그다지 시급한 관심사가 아니라고 한다. 살인 사건 수사를 할 때 중심 관심사는 확실한 포렌식 증거와 수단, 기회이기 때문이다. 때로 동기가 수사관들에게 확실한 증거를 찾도록 올바른 수사 방향을 제시해주기 때문에 유용할 때도 있다. 반면 피해자가 범인과 친밀한 관계가 아닌 다수의 사람일 경우, 그러니까 '낯선 사람' 공격일 경우에는 동기 추적이 훨씬 어렵다. 연쇄 살인범의 동기는 불확실할 수도, 여러 갈래일 수도, 평생 동안 형성 되었을 수도, 아니면 아주 충동적이었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경찰은 이해할 수 없는 기상천외의 범죄를 접하게 되면 정신질환자를 치료해본 경험이 있는 정신과 의사와 심리학자에게 도움을 청하게 된다. 법심리학이 필요한 이유다. 거기서 더 발전해 '범죄자 프로파일링'으로 알려지게 된 것은 1940년대에 시작된다. 프로파일링에 대해서는 일반인들도 영화, 드라마, 소설 등을 통해 많이 접해봤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전문가의 인터뷰를 비롯해 다양한 과학수사의 기록물들을 통해 범죄 현장, 부검실, 디지털 추적 현장에 이르기까지 실제 사건들을 생생하게 경험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법의병리학, 법의독물학, 지문 감식, 혈흔 분석, 얼굴 복원, 디지털 포렌식 등 과학수사의 넓은 세계를 조목조목 살펴볼 수 있어 해당 분야에 관심이 있거나 범죄 소설을 즐겨 읽는 독자라면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최고의 논픽션으로 앤서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베테랑 범죄 소설작가의 시선을 통해 읽어 내는 '과학수사의 모든 것' 지금 바로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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