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능력자 - 제12회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우수상 수상작 책깃노블
함설기 지음 / 책깃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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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고개를 저었다. 생각도 하기 싫었다. 난 아직도 초능력자로서 살아갈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 어제는 무너지는 비계를 막아 사람들을 구했다지만, 애초에 내가 초능력자가 되지 않았으면 체육관에 비계가 달릴 일도 없었을 것이다. 내겐 초능력이 필요 없다. 그런데도 필요 없는 힘 때문에 평생을 초능력자로 살아가야 한다니.             p.59


고1의 1학기 기말고사를 앞둔 어느 평범한 날, 교실 천장이 무너지고, 책상과 의자가 사방으로 날아가는 폭발이 일어난다. 마침 체육 수업이라 교실에는 한 명만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 한 명이 폭발의 원인이었다.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고, 누군가 흔드는 감각에 눈을 뜬 수안은 뻥 뚫인 구멍 너머로 파란 하늘을 바라본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20년 전 홍대 거리에서 폭발했던 중학생처럼, 나도 초능력자가 된 걸까. 오래 전 초능력자의 폭발로 엄마를 잃은 뒤로 자신이 가장 증오하던 존재가 되어버렸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평범하게 학창시절을 보내던 아이들이 사춘기에 접어드는 시기에 갑작스럽게 초능력자가 되기도 하는 세계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대각성'이라 불리는 초능력자들은 잊을 만하면 한 명씩 나타났는데, 이들은 아무런 예고 없이 갑작스럽게 폭발을 일으키며 등장했다. 초능력이 발생할 때 생기는 반작용으로 몸이 폭발 성분을 내뿜는 거였다. 문제는 그로 인해 애꿎은 일반인 피해자들이 생길 수 있다는 것과 대각성이 될 아이들을 미리 구분할 수 없다는 거다. 그렇게 열일곱 수안은 하루 아침에 초능력자가 된다. 초능력자가 되기 전, 수안은 극단적인 '초능력자 강경 격리파'였다. 격리파 사람들은 폭발을 일으켜 죄없는 일반인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자들을 사회에서 추방하라고, 잠재적 자폭 테러범들을 죽을 때까지 가두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15년 전 국립초능력연구센터에 격리되었던 초능력자들이 연쇄 폭발해 전원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한 뒤로, 초능력자 격리제는 폐지된 상태였다. 수안은 초능력자의 인권 운운하는 소리가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런데 자신이 그 죽일 놈의 초능력자가 된 것이다. 




처음에 초능력자가 되었을 때, 그 '우리'에서 벗어난 것이 제일 무서웠다. 머릿속을 몇 년간 잠식해 온 혐오가 나 자신을 향하는 순간순간이 너무 괴로웠다. 내 인생은 얼마든지 극단적으로 흘러갈 수 있었다. 그런 결말이 바뀌게 된 게기는 놀라울 정도로 사소했다. 염우정한테 고맙다는 말을 하려고 뛰어간 것. 그날 염우정의 뒤를 쫓지 않았다면, 애들한테 욕먹고 기죽어 발을 멈췄다면 나는 체육관 비계가 무너지는 사고를 막지 못했을 것이다. 안 해도 그만이었던 작은 행동이 그날 염우정의 목숨을 살리면서 여기까지 이른 것이다.               p.286~287


원치 않게 '살아 있는 폭탄'이 된 수안은 우연히 체육관 붕괴 사고에서 초능력을 사용해 친구들을 구하게 된다. 제어패치 덕분에 사고 당시의 기억은 지워졌지만, 그로 인해 수안을 바라보는 친구들의 시선이 조금 달라지게 된다. 정부에서는 재난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초능력자들을 동원해 사람을 구조하곤 했다. 그래서 수안도 재난 현장에서 사람들을 도와 주면서 점차 새로운 세상에 대해 눈뜨게 된다. 그러다 우연히 엄마를 죽게 만들었던 스타타워 사건의 진범이 따로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수안은 친구들과 함께 친구들과 함께 엄마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찾아 나서게 되면서 자신이 미처 몰랐던 엄마에 대해 하나씩 더 알아 가게 된다. 그렇게 점차 사건에 가까이 다가가게 되는데, 과연 진짜 범인은 누구였으며 그 뒤에 숨겨진 더 큰 진실은 뭘까.


이 작품은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우수상 수상작이다. 초능력이라는 장치를 통해 차별과 낙인, 극단주의와 가짜뉴스가 확산되는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는데, 속도감 있는 전개와 매력적인 캐릭터로 군더더기 없는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초능력이란 매우 흔한 소재이기도 하면서, 잘 다루기만 하면 무주건 재미있는 소재이기도 하다. 게다가 이 작품처럼 현실에 단단히 발을 딛고 서 있는 이야기 속의 초능력이라면 더욱 공감하고, 이해하면서 즐길 수 있다. 그리고 이 작품은 독특하게도 책의 표지가 청소년 문학과 성인 문학 두 가지 버전으로 나왔는데, 성인판에서는 작가의 작업 노트와 캐릭터 및 공간 설정 자료를 수록한 스페셜 구성으로 만나볼 수 있다. 하루아침에 초능력자가 되어 두려움과 호감, 멸시와 기대를 한 몸에 받게 된 기분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가장 증오하던 존재가 되었다는 사실을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성장의 과정을 밀도 있게 보여주고 있어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비뚤어진 세상에 맞서는 불완전하지만 특별한 연대의 이야기, 지금 바로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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