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거의 모든 것의 역사 2.0
빌 브라이슨 지음, 이덕환 옮김 / 까치 / 2026년 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런 모든 결과에 따르면, 결국 우리는 우리가 볼 수도 없고 정체를 확인할 수도 없는 물질과 에너지로 채워져 있으며 우리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성질을 가진 물리 법칙에 따라 작동하는 우주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우리는 우주에 대해서 더 많이 배울수록, 우주를 더 이해하지 못하게 되는 역설적인 상황에 처해 있다. p.207
빌 브라이슨은 '과학이 엄청나게 재미없다고 생각하며 자랐지만, 반드시 재미없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과학적으로 궁금한 게 너무 많았고, 자신의 어설픈 질문에 대답해줄 전문가들을 찾아내 책을 쓰기 시작한다. 과학의 신비로움과 성과에 대해서 너무 기술적이거나 어렵지 않고, 그러면서도 피상적인 수준을 넘어서서 이해하고 동감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었고, 이 책은 바로 그 결과물이다. 이 책은 아무것도 없었던 곳에서 무엇인가가 존재하는 곳까지 어떻게 오게 되었고, 아주 조금에 불과했던 그 무엇이 어떻게 우리로 바뀌었으며, 그 사이와 그 이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해서 살펴본다.
우주가 처음 시작되었을 때에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원자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을 어떻게 알아낼까? 그렇게 우주와 지구, 그 속에서 살아가는 생물과 사람에 대한 궁금증들이 빌 브라이슨의 명쾌하고도 유쾌한 입담으로 펼쳐진다.

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가 20년 만에 최신의 과학적 성과를 빠짐없이 보강하여 새롭게 개정판으로 출간되었다. 이번에 나온 <거의 모든 것의 역사 2.0>은 빌 브라이슨이 초판을 준비하면서 만났던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20년 만에 재회하여 그들의 근황과 최신 연구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2.0을 위해서 새롭게 만난 전문가와도 “밀린 이야기를” 나누면서 최신의 과학 현장을 생생하게 담아냈기에 더 새롭고, 완벽해졌다. 2025년에 촬영된 엄청난 크기의 오징어에 대한 소식부터 행성의 지위를 잃은 명왕성의 묵직한 뉴스는 물론이고, 마지막 고대 인류가 머물렀을지도 모를 지브롤터의 동굴을 직접 찾아가 새롭게 밝혀진 그들의 이야기를 모두 담았다. 제목에 2.0이라고 붙일 필요가 있을 만큼 가장 최신 과학적 발견들로 업그레이드된 버전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우리의 우주에서 어떤 형태든지 간에 상관없이 생명을 얻는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성과이다. 물론 인간인 우리는 두 배의 행운을 얻은 셈이다. 우리는 존재할 수 있는 특권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그 가치를 인식할 수 있고 다양한 방법으로 삶을 개선할 수 있는 유일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우리가 이제 겨우 이해하기 시작한 능력이다. 우리는 놀라울 정도로 짧은 시간만에 이렇게 훌륭한 위치에 도달했다. p.547
600페이지가 훌쩍 넘는 방대한 분량의 이 책에는 제목처럼 '거의 모든 과학'이 담겨 있다. 우주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부터 시작해 지구의 역사와 지구를 구성하는 원소에 대해 살펴보고 아인슈타인을 시작으로 현대물리학의 주요 개념들인 열역학, 양자론, 상대성 이론 등을 거쳐 공룡의 멸종을 일으킨 소행성 충돌과 지진, 화산 등 지질학에 대해 알아본다. 지구에 살고 있는 생물과 사람에 대해서 생물학과 생명과학을 거쳐 기후의 역사와 인류 출현에 대한 고고학과 인류학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야말로 우리가 알고 싶은 ‘거의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를 책 한권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우주 만물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빅뱅 이론과 인플레이션 이론, 그리고 다중 우주론을 알아 보고, 지구의 크기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해 지질학의 역사, 지구 생성의 역사 그리고 지구를 구성하는 원소로 이어지는데, 거의 매 장마다 주제가 휙휙 달라져서 따라 가라면 제대로 집중해야 한다. 정말 과학의 모든 주제들을 개괄적으로 다 살펴보는 느낌이라 재미있었는데,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 초끈 이론 등 현대물리학의 복잡한 대목에 이르러서도 크게 어렵지 않게 풀어 나가는 것이 빌 브라이슨의 장점이다.

책을 읽는 내내 감탄했다. 어떻게 이 많은 과학의 여러 분야들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도록 책을 썼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빌 브라이슨은 과학자가 아니지 않은가. 하지만 바로 그러한 이유로 이 책이 재미있어 진다. 그리고 누구나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워낙 엄청난 양의 지식과 정보를 담고 있는 책이라 읽으면 읽을 수록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이란 얼마나 하찮은 것인지 새삼 깨닫는 시간이었다. 결국 모든 생명체는 하나라는 것, 그것이 이 세상에서 가장 심오한 진리라는 사실에서 오는 작은 위안도 있었고, 우주 전체에서 생물이 존재하는 곳은 지구뿐이라는 사실, 그리고 생명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똑똑하고, 환경에 잘 적응한다는 사실에서 오는 감동도 있었다.
까치 북클럽으로 함께 읽어 636페이지의 두툼한 분량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다. 총 30장으로 구성된 이 책을 매일 1장씩 읽으며 완독했다. 매일 읽는 것만큼 문장 스티커로 책꾸를 하며 기록을 했고, 오픈 채팅으로 일주일에 한번 '이 주의 문장'을 공유하며 30명의 독서 메이트와 함께 읽을 수 있어 완독하는 시간 내내 즐거웠다. 이 책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은 바로 이것이다. 잘 읽힌다고 한번에 후루룩 읽지 말고, 조금씩 천천히 읽을 것. 그리고 가능하다면 북클럽이나 독서 모임 등으로 여럿이서 함께 읽을 것. 그리고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깨닫게 된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광대한 우주에서 지금 우리가 이곳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엄청난 행운이라는 걸 말이다. 자,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났을까 궁금하다면 이 책을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