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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그대로의 자연 - 우리에게는 왜 야생이 필요한가
엔리크 살라 지음, 양병찬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6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지구의 생물권은 크고 작은 생태계가 여러 겹으로 중첩된 일종의 마트료시카 인형으로, 수백만 종의 생물들이 모든 수준에서 상호 연결되고 상호 의존하는 글로벌 자가조직화 시스템이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의 상호 의존성은, 더 높이 올라갈수록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러므로 국제 우주정거장에서 내려다보면, 지구가 하나의 시스템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이러한 초월적 조망 효과를 경험하고, 생물권을 <무시하거나 남용할 대상>이 아닌 <하나의 유기체>로 대하는 것은 우리의 미래를 위해 필수적이다. p.99
1991년 9월, 애리조나주 오러클에서 바이오스피어 2라고 불리는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축구장 2개 크기의 밀폐된 시설에 8명의 사람들(남자 4명, 여자 4명)이 격리 수용되어 실행 가능한 자급자족적 인간 식민지를 건설할 수 있는지 테스트하기 위한 실험이었다. 만약 이 실험이 성공한다면 다른 행성을 식민지화하는 길이 열릴 터였다. 개발자들은 이 구조물 안에 참가자들이 식량을 재배할 수 있는 농업 지역과 함께 열대우림, 안개가 자욱한 사막, 가시덤불, 사바나, 습지, 맹그로브숲, 산호초를 재현했다. 이 서식지는 외부 세계와 완벽하게 격리되었으며 최고의 생태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설계되었다. 결과는 어땠을까.
산소 부족, 이산화탄소 증가 등으로 생물권 주민들은 농작물을 돌보는 데만 절반 이상의 시간을 소비해야 했고, 실험이 끝날 때까지 25종의 작은 척추 동물 중 6종만이 살아남았다. 결국 바이오스피어 2의 첫 번째 임무는 시작한 지 2년 만에 종료되었고, 1994년 시작된 두 번째 임무는 인간 간의 갈등으로 겨우 6개월 동안 지속되었다. 이 실험이 우리에게 남긴 교훈은 뭘까. 이는 비교적 단순한 생태계와 건강한 대기를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매우 직설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그만큼 우리의 행성이 위대한 기적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소수의 인간이 살아갈 수 있을 만큼 작은 생태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일인데, 900만 종의 동식물과 1조 종의 미생물은 어떻게 공존하며, 우리의 생존을 가능하게 하는 것일까. 이 책은 그에 대한 대답을 들려 준다.

<대자연>으로 일컬어지는 자연 세계도 우리 정체성의 일부이자 존경받는 목적지, 성지일진대, 위험에 처했을 때 그에 준하는 대우를 받아야 하지 않을까?
사실, 우리에게는 휘황찬란한 성당 건물보다 숲이 더 필요하다. 자연이 없다면 먹을 수 있는 좋은 음식도, 마실 수 있는 안전한 물도, 숨 쉴 산소도 없으며, 심지어 비가 내리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인류가 걱정하는 모든 것, 우리가 의지하는 모든 것은 건강한 자연계를 기반으로 한다. 황폐화된 환경은 인류에게 영향을 미치는 모든 문제의 온상이다. p.190~191
이 책의 저자인 엔리크 살라는 내셔널지오그래픽 상주 탐험가 겸 환경 보호 운동가이다. 해양 생태학자로서의 과학적 통찰과 탐험가로서의 현장 경험이 어우러진 이 책은, 생태계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 원리부터 차근차근 알려준다. 표지 이미지가 너무 아름다워서 정말 기대하며 읽었는데, 굉장히 이해하기 쉽게 잘 쓰여 있고, 설득력있는 내용이라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우리에게 왜 야생이 필요한가에 대해 납득하게 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생태계는 수십억 년에 걸친 실험과 시행착오를 통해, 우주에서 가장 효욜적인 방법을 찾아 스스로를 조직해왔다. 그런데 인간은 지구상에서 삶의 주인인 동시에 파괴자가 되어 버렸다. 자연재해, 기후변화, 환경오염과 관련해 지구의 위기를 말하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그 심각성에 대해 더 많은 사람들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주는 책이었다. 점점 심각해지는 지구환경에 대해 우리가 '행동'으로 뭔가 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하고 효과적인 일은 뭘까에 대해서 고민해봐야 한다.
저자는 생태계 보존과 생물 다양성 확보의 실질적인 해결책에 대해서 강조한다. 생물 다양성이 높은 생태계일수록 생산성, 안정성, 회복력이 높아지며, 그로부터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심지어 농업도 작물의 다양성으로부터 혜택을 받는다. 그러니 자연 생태계는 우리의 저축 계좌이자 생명보험 증권인 셈이다. 그렇다면 자연 자원을 어떻게 복원해야 할까. 이 책은 그에 대한 실질적 해결책들을 제안하고 있다. 훼손된 자연을 복원하는 재야생화 전략, 조업을 전면 금지한 지역에서 생물량이 회복될 수 있도록 해양 보호 구역을 지정하고, 생태계가 스스로 자율성을 되찾고 기능을 회복하도록 돕는 것이다. 여러 가지 방안 중에서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것도 있다. 식단을 조금만 바꾸는 것으로 탄소발자국과 온실가스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식물을 주로 섭취하고 간헐적으로 육류를 섭취하는 작은 변화만으로도 식량 생산의 환경적 영향을 줄일 수 있다면 한번 해볼만하지 않을까. 이 책을 통해 생태계 보존의 중요성에 대해 깨닫고,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환경 보호부터 실천해본다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