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스의 모험 클래식 리이매진드
아서 코난 도일 지음, 소피아 마르티네크 그림, 민지현 옮김 / 소소의책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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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스는 침실로 들어가더니 잠시 후 온화하고 순진한 개신교 목사의 차림새로 나왔다. 챙이 넓은 검정 모자에 헐렁한 바지, 흰 넥타이, 그리고 인정이 넘치는 미소에 사람을 꿰뚫어보는 듯하면서도 자애로운 호기심이 어린 눈빛은 존 헤어가 아니고는 흉내 낼 수 없는 경지였다. 홈스는 옷만 갈아입은 게 아니라 표정, 몸짓, 나아가 영혼까지 자기가 변장하고자 하는 사람에 맞춰 바꾼 것 같았다. 홈스가 범죄 전문가가 되기로 했을 때 과학계가 예리한 사고력을 지닌 연구자를 잃은 것처럼, 연극 무대는 훌륭한 배우를 잃은 것이었다.               - '보헤미아 스캔들' 중에서, p.32


소소의 책 '클래식 리이매진드' 시리즈 그 네번째 작품이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오즈의 마법사>에 이어 <셜록 홈스의 모험>이 나왔다. 이 시리즈는 세계적인 예술가들의 독특한 시각적 해석을 담은 컬렉터용 하드커버 에디션이다. 원문 그대로의 고전소설을 다시 상상하기 위해 시작된 이 시리즈는 참여하는 일러스트레이터에 따라 완전히 다른 고전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클래식 리이매진드 시리 첫 번째 작품인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에서는 세계적인 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 알려진 티나 베르닝의 강렬한 일러스트들이 텍스트에 담기지 않은 부분까지 상상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수준 높은 콜라보를 선보였다. 두 번째 작품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는 일러스트레이터 안드레아 다퀴노의 현대적이고 세련된 이미지 연출로 어디서도 만날 수 없었던 버전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만났었다. 


이번 작품에는 다양한 작품 활동을 해온 일러스트레이터 소피아 마르티네크가 일러스트 작업을 했다. 개성 넘치는 모습으로 재탄생한 셜록 홈스와 왓슨 박사를 비롯해서 등장인물 모두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거리를 가득 채운 사람들, 셜록 홈스의 방을 구성하는 디테일한 소품들, 단서가 되는 물품들과 사건 현장 들이 잘 표현되어 있다. 의상과 건물의 분위기, 인물들의 행동과 표정 등이 구체적으로 그려져 있어 금방이라도 페이지 바깥으로 인물들이 걸어 나올 것만 같은 생동감으로 가득하다. 이야기의 서사를 이끌어 가는 삽화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 행간의 여백을 채워주며 극을 완성시켜주는 듯한 느낌이다. 




초봄의 쌀쌀한 아침이었다. 홈스와 나는 베이커 가의 하숙집에서 아침 식사를 마치고 벽난로 앞에 마주 앉아 있었다. 줄지어 있는 우중충한 집들 사이로 짙은 안개가 내려앉아 있고, 맞은편 창문에서 나오는 불빛은 안개를 뚫고 묵직한 노란색 화환처럼 뿌옇게 비쳤다. 하얀 천이 덮인 식탁 위에는 가스등 불빛이 아직 치우지 않은 식기와 식탁보에 반사되어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셜록 홈스는 아침 내내 말없이 신문 광고란을 뒤지다가 결국 이렇다 할 뉴스거리를 찾지 못한 채 조금 전에야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괜히 언짢아진 심사로 나의 문학적 과오를 공략하는 것이었다.             - '너도밤나무 집' 중에서, p.366


<셜록 홈스의 모험>은 아서 코난 도일의 첫 번째 소설 모음집이다. 1891년 7월부터 1892년 6월까지 월간지에 매달 한 편씩 연재되었으며, 그 순서대로 한 권에 모아 출간한 것이다. 열두 편의 단편들은 각각의 작품이 그 자체로 완결되는 이야기로, 관찰자이자 서술자인 왓슨의 시점에서 진행된다. 


셜록 홈즈 시리즈는 1887년 탄생한 이래 여전히 만화, 영화, 드라마등으로 변주되며 사랑받는 고전이다. 영원히 읽히고 재창조되는 독보적인 캐릭터, 100년도 넘은 시대에 탄생했지만 여전히 동시대에 숨쉬고 있는 캐릭터, 바로 셜록 홈스이다. 그동안 수많은 셜록 홈즈 이야기를 만나왔고, 그를 소재로 변주된 또 많은 이야기를 읽어 왔지만 여전히 재미있다는 사실이 놀랍기 그지 없다. 




수없이 변주되는 고전 중에서도 셜록 홈스 시리즈는 정말 여러 판본으로 만나본 책이다. 대부분의 셜록 홈스 이야기를 여러 번 읽어서 전부 다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만난 클래식 리이매진드 시리즈는 정말 완전히 새로운 작품을 읽는 듯한 기분마저 들었을 정도로 재미있게 읽었던 것 같다. 어디서도 만날 수 없었던 버전의 '셜록 홈스'를 보여주었으니 말이다. 까칠하고, 안하무인에, 인간미는 없고, 사회성도 없지만, 천재적인 두뇌를 지닌 인물이자, 100년 넘게 세계인의 사랑을 받으며 기네스북 선정 영화 역사상 가장 많이 다루어진 캐릭터, 셜록 홈스. 대부분 수많은 판본의 셜록 홈스를 읽어 왔고, 엄청나게 변주된 다양한 셜록 홈스를 보아 왔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지금 다시 셜록 홈스를 읽어야 하느냐에 대한 아주 신선한 대답을 들려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책이 아닐까 싶다. 


텍스트에 담기지 않은 부분까지 상상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일러스트들이 페이지들을 꽉 채우고 있는 '클래식 리이매진드' 시리즈로 꼭 다시 한번 셜록 홈스를 만나보길 추천한다. 클래식 리이매진드 시리즈를 네 작품 째 만나고 있는데, 다음 작품은 어떤 이야기일지, 또 어떤 아티스트가 재해석해는 작품일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앞으로 이어질 클래식 리이매진드 시리즈의 작품들도 챙겨봐야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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