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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렇게 살아야 할까 - 모든 판단의 순간에 가장 나답게 기준을 세우는 철학
히라오 마사히로 지음, 최지현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0월
평점 :
그런 점에서 말하자면 도덕과 윤리는 공기와도 같습니다. 눈에도 안 보이고, 있는 것이 당연하며, 딱히 고맙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없으면 살아갈 수 없습니다.
공기가 없으면 우린 바로 죽을 것입니다. 도덕이 없으면 바로 죽지는 않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인간으로서 온전히 살아갈 수 없습니다. 반대로 지금 내가 인간으로서 온전히 살아가고 있다면 이미 우리 주변에는 도덕, 윤리가 작용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p.31~32
'이 버튼을 누르면 1억 엔을 드립니다. 버튼을 누르면 당신이 모르는 사람이 어딘가에서 죽습니다. 버튼을 누르시겠습니까?' 라는 질문을 받았다고 치자. 버튼을 누르고 싶은 마음도 들긴 하는데 뭔가가 마음에 걸린다. 그래도 1억 엔이나 준다니 고민이 될 수 있다. 여기서 윤리학이 문제로 삼는 것은 누르냐 안 누르냐가 아니라 '인간이 그런 짓을 해도 되느냐, 안 되느냐'이다. 이 두 가지 질문은 완전히 다르다. '누르고 싶은지'는 마음, 감정, 욕구와 같은 심리적인 원인의 문제지만, '눌러도 되는지'는 도덕, 윤리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윤리 철학의 핵심 원리에 대해 이렇게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며 독자들이 직접 생각하고 선택해볼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 윤리와 도덕이 나와 아주 먼 세계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 있는 한 모든 것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해주는 책이라 물 흐르듯이 페이지가 술술 넘어간다. 저자는 윤리의 영역을 사회의 정의, 개인의 자유, 타인과의 사랑이라는 세 가지로 나눠서 살펴본다. 개인의 권리를 지키는 사회의 작동 원리로서의 정의, 의무와 자율을 통해 완성되는 궁극적 해방인 개인의 자유, 나의 자유를 완성하는 타인과의 독특한 관계를 의미하는 사랑, 이렇게 세 가지 기둥이 세상 모든 사람을 철학자로 만들어 줄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성실하고 고지식한 사람일수록 정의는 없다고 말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는 건 말했습니다. <데스노트>의 주인공 야가미도 사실은 그렇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살인을 저질러도 처벌할 수 없을 때가 있습니다.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가 되었거나 범인이 도망쳐버린 경우 등이죠... 우리는 최대한 정확하게 균형을 찾으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인간의 힘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범죄를 일으키는 사람을 모두 처벌하는 건 불가능한 이상에 가깝고, 우리도 어쩌다 우연히 죄를 범하거나 연루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사실 크고 작은 것을 모두 포함해 단 한 번도 위법 행위를 하지 않은 사람은 아마도 거의 없을 것입니다. p.281
그렇다면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윤리학이란 무엇인가. 윤리학은 인간이 하는 행동에 대한 도덕적인 가치판단, 즉 '좋은 것'과 나쁜 것'에 대한 여러 문제와 규범을 연구하는 학문을 말한다. 윤리는 인간이 하는 일, 행위에서 생기는 선악의 규범을 뜻한다. 우리가 하는 행동은 선하기도 하고 나쁘기도 하기 때문에, 무엇을 하든 윤리 이야기가 안 나올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 따로 생각한 적이 없고 의식한 적이 없었을 뿐, 우리는 항상 무언가의 규범을 따르면서 살고 있다. 그런데 사람에 따라 무엇을 윤리, 도덕으로 생각하는지는 다르기 때문에, 그것을 정리하기 위해 윤리학이 필요한 것이다.
여기, 두 가지 질문이 있다. 만약 당신이 어느 시의 시장인데, 한 건설업자가 찾아와 이번에 하게 될 중요한 건축 공사의 시공사로 자신의 회사를 지명해달라며 답례로 1억 엔을 주겠다고 제안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또 만약 당신이 결혼을 약속한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이 위중한 병에 걸려 아이도 낳을 수 없고, 일상생활도 제대로 할 수 없게 되었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대부분의 사람이 비슷한 답변을 고를 수도 있고, 사람에 따라 다를 것이라고 대답할 수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고르든 제대로 된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윤리학에서 중요한 것은 답을 도출하는 것뿐 아니라 그 이유를 말하는 것이다. 이 밖에도 현실 속 일상부터 픽션 세계에 이르기까지 윤리 및 도덕에 관해서는 설명하기 힘든 일이 많이 있다. 이렇듯 이 책은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지식으로 풀어내고 있어 윤리학 전반을 쉽게 아우르면서도, 일상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살아있는 지식으로 보여주고 있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준다. 더 나은, 가치 있는 삶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살아야 할까, 그리고 왜 그렇게 살아야 할까,에 대한 답을 찾으며, 가장 나다운 삶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었다. 이 책을 통해 윤리 철학의 세계를 만나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