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의 야식
하라다 히카 지음, 이소담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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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도쿄 교외에서 작은 도서관을 운영합니다. 도서관의 이름은 따로 없습니다. 굳이 이름을 붙인다면 '밤의 도서관'이라고 불러 주세요. 실제로 저녁 7시부터 자정까지 문을 엽니다. 근무 시간은 오후 4시부터 심야 1시까지. 휴식 시간이 한 시간 있습니다. 일반 도서관과 다르게 평범한 책은 놓아두지 않았습니다. 도서관에서 다루는 책은 전부 이미 세상을 떠난 작가의 장서뿐...... 작가가 작고한 뒤 책을 기부받아 우리 도서관에서 전시하고 정리하는 일이 주요 업무입니다.               p.25


도쿄 교외의 한적한 곳에 작은 도서관이 있다. 저녁 7시부터 자정까지 문을 여는 이곳에 살아 있는 작가의 책은 없다. 오직 죽은 작가들의 책만 모여 있는 책의 박물관 같은 곳이다. 10시가 되면 도서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식당에 모여 야식을 먹는다. 음식 또한 특별한데, 바로 책 속에 나오는 요리를 재현했다는 것이다. <시로밤바>에서 오누이 할머니가 만드는 카레라이스, <빨강머리 앤>에서 앤과 다이애나가 맛있게 먹었던 버터오이샌드위치, 그 외에도 정어리쯤과 당근밥, 통조림 요리 등 실제로 책에 등장하는 요리를 야식으로 먹을 수 있다.


책과 관련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오랜 꿈이었던 오토하는 교원 채용 시험에 떨어진 뒤로 출판사, 에이전시 회사, 대형 서점 등에서 전부 떨어지고, 결국 고향으로 돌아가 계약사원으로 서점에 들어갔다. 일 자체는 즐거웠지만 무급 야근은 당연했고, 월급도 너무 적었으며, 점장과 잘 맞지 않아 점점 몸도 마음도 피폐해졌다. 좋아하는 마음만으로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 점점 늘어가던 차에 오토하는 다이렉트 메시지를 받게 된다. 밤의 도서관을 운영하는 오너로부터 제안을 받게 된 오토하는 면접을 보고 이곳에서 일하게 되었다. 지방 도서관 사서로 근무하다 이곳 밤의 도서관에 오게된 미나미는 일할 때 필요한 책만 읽고 그 이상은 책을 더 찾아서 읽거나 공부하지 않았다. 업무 특성상 필요한 책이 많으니 독서가처럼 보일 뿐 자신은 책에 대한 열의가 전혀 없었다. 책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다른 동료들에게 언제 자신의 가면이 벗겨질까 늘 두려워한다. 공립 도서관에서 근무했던 마사코는 필사적으로 책을 읽었고, 업무를 위해 책을 외워가며 일해 왔는데.. 그러다 보니 정말 좋아했던 독서를 잃어 버리고 말았다. 예전만큼 즐겁게 책을 읽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각자 자신만의 비밀과 고민을 간직하고 있는 직원들이 모여 밤의 도서관을 운영해나간다.





"오늘은 <빨간 머리 앤>의 밤이야."

", 좋네요. 그런데 <빨간 머리 앤>에 음식 이야기가 있었나. 생각보다 없는 것 같네요?" 오토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앤이 바닐라 향신료로 착각하고 진통제를 넣은 건 젤리를 넣은 레이어 케이크고, 다이애나가 학교에 가지고 간 건 나무 딸리 파이였죠? 디저트라면 잔뜩 있는데요."               p.174~175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있는 도서관 직원들 외에도 아무도 실제로 만나 본 적은 없는 도서관 오너를 비롯해 매일 밤 도서관에 방문하는 할머니, 갑자기 나타나 특정 작가의 책을 다 찾아내라는 유명 작가, 인기 작가의 사후에 그의 책을 처분하려는 가족과의 만남, 도서관의 장서인이 찍히지 않은 등록되지 않은 책의 등장 등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기다리고 있다. 무엇보다책을 다루는 직장인의 현실을 디테일하게 그려내고 있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이다. 서점의 잇따른 폐업과 사서의 비정규직 고용 등 책에 대한 애정만으로 버텨내기엔 결코 쉽지 않은 현실을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낮술>, <호로요이의 시간>, <우선 이것부터 먹고>, <할머니와 나의 3천 엔> 등의 작품으로 만나온 하라다 히카의 신작이다. 3권으로 출간되었던 <낮술>이라는 작품을 특히나 좋아한다. 지킴이 일을 하는 삼십대 여성이 하루 중 유일하게 제대로 된 끼니를 챙길 수 있는 점심에 맛있는 음식과 거기에 어울리는 술 한 잔을 곁들이는 소소한 기쁨과 행복을 그렸던 작품인데, 음식에 대한 묘사가 이야기에 푹 빠져들게 만들었었다. 하라다 히카는 소설을 통해서 좋은 재료로 만든 맛있는 음식이 줄 수 있는 온전한 행복을 만끽하게 해준다. 그래서 이번 작품 역시 매우 기대가 되었다. 밤에만 문을 여는 도서관과 그곳에서 먹을 수 있는 야식이라니... 그 설정 만으로 읽기 전부터 반해버렸으니 말이다. 이 작품은 책 속에 등장하는 요리를 실제로 만들어 책을 좋아하는 이들이 먹는다는 판타지를 구현시켜준다. 책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 봤을 법한 상상이다. 내가 좋아하는 등장 인물이 맛있게 먹었던, 내가 좋아하는 작가가 멋들어지게 묘사했던 그 음식을 함께 먹어보고 싶다는 로망이 나에게도 있었다. 그래서 만약 '밤의 도서관'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연간 이용권을 끊어서 자주 가게 될 것 같다. 이야기의 힘은 고단한 하루의 피로를 잊어 버리게 해준다. 독서가 완벽하게 휴식이 되는 시간이 필요하다면, 하라다 히카의 작품을 만나 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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