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망치는 말 아이를 구하는 말 - 1만 명의 속마음을 들여다본 범죄심리학자가 전하는
데구치 야스유키 지음, 김지윤 옮김 / 북폴리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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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우리 애 잘 되라고 한 말이죠." 비행청소년 보호자들에게 이 말을 몇 번이나 들었는지 모릅니다. "자식 교육을 포기한 것도 아니고, 학대한 적도 없고, 부족하지 않게 먹여 살리려 최선을 다해 살아왔다. 아이를 위해서, 내 아이 잘되라고 잔소리 좀 했을 뿐이다"라고 말하는 부모가 참 많았습니다. 그들은 경찰로부터 자녀의 범죄 사실을 들었음에도 충격받은 표정으로 "우리 아이가 그럴 리 없어"라는 말만 되풀이합니다. 그렇다면 잘 되라고 한 부모의 행동과 말이 왜 아이의 비행과 범죄로 이어지는 걸까요?         p.18

 

지극히 평범한 중학교 2학년인 와타루는 지금까지 특별히 무시당하거나 따돌림 당하는 일 없이 친구들과 두루두루 잘 지냈다. 그의 고민은 자기주장을 하지 못한다는 것인데, 부모님이 말버릇처럼 '다 같이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라고 했기 때문에 자기도 모르게 친구들 기분을 살피게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자기 의견을 말하기 전에도 눈치를 보았고, 무엇이든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상습 절도범인 미쓰야와 비밀을 공유하게 되면서 그와 함께 장난처럼 대형 서점에서 책을 훔치기 시작한다. 이후 버릇처럼 절도 행위가 이어지게 되는데, 부모의 말을 잘 듣던 온순한 중학생을 이렇게 만든 원인은 무엇일까.

 

초등학교 고학년때부터 부모의 생선가게 일을 도우며 자랐던 유카는 도쿄에 있는 대학에 진항하고, 곧바로 식품회사에 취직한다. 그런데 회사 공금을 횡령하다 3년째 회계 감사에서 범행이 발각당하게 되는데, 남을 배려하는 착한 마음씨의 그녀를 이렇게 만든 것은 무엇일까. 그 외에도 이 책에는 의대를 준비하던 고등학생 코우지는 3D 프린터로 만든 총으로 부모를 공격하고, 어머니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삼남매의 장녀가 어느 날부터 원조교제를 시작해 결국 소년분류심사원에 들어가게 되고, 하나밖에 없는 손녀 교육에 온 정성을 다한 할머니의 사랑을 받던 손녀가 대학생이 되어 노인들을 대상으로 투자를 유도해 500만 엔이라는 거액의 사기를 치는 등 이 책에는 별다른 문제 행동이 없던 아이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이야기들이 수록되어 있다. 일부는 재구성되었지만, 모두 실제 비행 사례들이다. 

 

 

 

아무리 훌륭한 부모라도 자녀교육 문제로 고민하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게 육아죠. 사는 일이 바빠 여유가 없으면 "빨리 좀 해!" 재촉하게 되고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겠니?" 하며 아이에게 감정을 폭발하는 일도 있기 마련입니다. 처음부터 완벽한 부모는 없습니다. 실수하고 실패도 하면서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부모가 되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의 성장과 함께 부모도 성장하는 것입니다. 자기도 모르게 아이에게 심한 말을 하거나 기분 나쁜 말투로 쏘아붙였다면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그 자리에서 바로 아이에게 솔직히 사과하세요... 부모와 아이 모두 잘못을 바로잡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p.229

 

자식의 범죄 사실이 밝혀지고 나면 대부분의 부모들은 큰 충격을 받는다. 주위에서도 '그렇게 착한 아이가 도대체 왜?', '보기만 해도 부러울 만큼 이상적인 가족이었는데...'라며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아이의 비행 행동에 이르는 심리를 차근차근 따라가다 보면 반드시 '이유'가 있다. 이 책의 저자는 1만 명이 넘는 범죄자와 비행청소년의 심리를 분석해온 범죄심리학자이자 아동심리학 교수이다. 그는 폭력이나 방임, 빈곤 등 겉으로 드러난 문제만이 비행과 연관되는 건 아니라고 말한다. 더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문제 행동 기저에 ‘부모가 던진 말 한마디’가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정한 말이 아이의 개성을 파괴하거나, 걱정의 말이 아이의 공감능력을 방해하는 등 부모가 옳다고 믿는 것이 반드시 아이에게도 좋은 것은 아니라는 점이 이 책을 읽고 있는 부모들의 가슴을 철렁하게 했을 것 같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무심결에 던진 말 한마디가 아이의 미래를 잘못된 방향을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을 부모들이 알게 된다면, 더 늦지 않게 아이와의 신뢰관계를 바로 세울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가정마다 저마다의 사정이 있고 육아환경도 다르다. 하지만, 부모와 아이의 단단한 신뢰관계는 저절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은 어느 가정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 책은 평범한 아이가 비행을 저지르게 된 실제 사례를 분석해 부모와 아이의 관계가 어긋나게 된 결정적인 말, 즉 ‘아이를 망치는 말’에 대해서 알려준다. 아이의 마음과 행동이 궁금한 부모부터 사춘기가 시작되며 아이와 소통이 막막해진 부모 모두에게 꼭 필요한 내용이 담겨 있다. 잘되라고 한 부모의 행동과 말이 왜 아이의 비행과 범죄로 이어지는 것인지, 부모가 자녀에게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어떻게 구분해야 하는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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