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가상 세계로 간다 - 피라미드부터 마인크래프트까지 인류가 만든 사회
허먼 나룰라 지음, 정수영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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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의 원형은 역사상 어느 대륙이든, 어느 사회든 항상 존재해 왔고 대체로 비슷한 특징을 지닌다. 우선 현실의 인간 사회가 있고, 실재한다고 믿는 사건, 정체성, 규칙, 사물이 존재하는 가상 세계가 존재하며, 두 세계 간 지속적인 가치 전달로 개인과 사회의 부와 만족감, 의미를 증진하는 과정이 있다. 이런 가상 세계는 그저 재미난 이야기가 아니라 믿는 사람에게는 원인이 있으면 결과가 있고 실제 사건이 벌어지는 실제 공간이며, 시간이 갈수록 만든 사람들의 마음에 단단히 자리 잡아 현실 세계만큼 생생하고 중요해진다.          p.36

 

메타버스란 현실세계와 거의 같은 활동을 할 수 있는 3차원 가상 세계를 일컫는 말로, 닐 스티븐슨의 소설 <스노 크래시>에 처음으로 등장한 개념이다. 팬데믹으로 인한 비대면 추세로 인해 메타버스라는 개념은 점차 주목받고 있는데, 가상현실(VR)보다 한 단계 더 진화해 게임처럼 즐기는 것을 넘어 실제 현실에서처럼 사회, 문화적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에 한 메타버스 플랫폼 업체에서는 가상의 추모공간에서 성묘, 참배를 할 수 있게 하고 있고, 온라인 가상 공간을 이용해 상담과 교육 등의 활동을 하고, 이산가족들에게 고향을 방문할 수 있는 메타버스 공간도 있다. 메타버스 공간에서 음반 발매 쇼케이스를 진행하기도 하고, VR콘서트를 하거나 팬미팅을 하기도 한다.

 

가상 세계의 현실감이 이렇게 높아지고 있는 요즘이지만, 여전히 메타버스와 가상 세계를 일시적인 유행이나 더 화려한 비디오 게임쯤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 책은 그런 사람들에게 가상 세계와 디지털 메타버스가 왜 중요한지, 왜 우리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인지, 왜 앞으로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초석이 될지 총망라해 알려 준다. 인문학적 관점과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미래 메타버스의 설계도를 그려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안내서이자, 우리를 미래로 이끄는 가이드이기도 하다. 흥미로운 것은 메타버스가 IT 투자자들의 환심을 사려는 화려한 신기술이 아니라 인류가 처음 존재했을 때부터 지녔던 본성, 현실에 없는 세계를 창조하는 본성의 가장 최신판이라는 점이다.

 

 

 

당신이 신이 될 수 있는 세계를 하나 개발할 수 있다고 가정하자. 이곳 나름의 기준으로 실제 사람도 있어 당신이 지시하는 그대로 수행한다고 상상해보자. 만약 그 세계에 머물다가 현실의 일상으로 돌아왔더니 마음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다면 어떨까? 다른 세계에서 아무리 전지전능했어도 현실에 아무런 영향을 못 준다면 얼마나 맥빠질까? 이런 세계 간 부조화는 처음부터 예고된 불행이나 다름없다. 두 세계가 의미를 중심으로 연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p.233

 

지난 수천 년 동안 인간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현실에 없는 다른 세계를 만들어왔고, 그 세계를 현실의 삶에서 중요하게 취급했다. 동물의 왕국이나 다름없는 현실 세계부터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고고한 가상 세계까지, 인류는 태초부터 온갖 기발한 방법으로 여러 세계에 동시에 존재해왔다. 첨단 장비도 없이, 오직 언어와 상상력만으로 말이다. 거대한 피라미드를 건설하며 내세의 삶을 준비했고, 다양한 문화권의 제례 의식과 마녀, 유령, 도깨비 등은 모두 현실 세계가 아닌 가상 세계를 꿈꾸고 믿었기에 존재할 수 있었던 것들이다. 그러니 가상 세계는 과거에도 지금도 단순한 놀이터가 아니며, 가상 세계를 상상하고 만들어 그 안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활동도 놀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 책은 피라미드, 올림푸스로 대표되는 고대 가상 세계부터 로블록스, 마인크래프트와 게임의 형태로 만들어진 현대의 가상 세계까지, 인류 역사와 함께해 온 가상 세계들을 살펴본다. 우리가 자연스럽게 가상 세계와 디지털 메타버스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도록 말이다. 이집트의 사후 세계 신앙부터 경기 결과에 따라 거리 행진 또는 폭동으로 번질 수 있는 프로 스포츠 팬의 열정까지, 역사상 인간이 상상한 세계는 현실 세계와 늘 밀접한 관계를 맺고 소통해왔다. 메타버스는 단순히 가상 세계나 흥미진진한 이야기 모음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며 메타버스에 세워질 가상 사회가 현실의 삶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낫게 할 것이라는 점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고대부터 인류에게 현실 세계보다 중요한 가상 세계가 존재했다는 것도 매우 설득력있게 보여주고 있어 인상적이었다. 가상 현실, 증강 현실, 인공 지능, 암호 화폐 등의 기술 혁신으로 대충 설명하는 각종 메타버스가 난무하는 상황 속에서 그 개념을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이 책은 인류 역사와 심리학의 관점을 함께 엮어 내어 메타버스에 대해 통찰력 있는 관점을 제시하고 있어 인문학적으로도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메타버스의 미래가 어디로 향하는지 엿보고 싶다면, 좋은 메타버스를 알아보는 안목을 기르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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