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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 인 더 하우스 ㅣ 보이 프럼 더 우즈
할런 코벤 지음, 노진선 옮김 / 문학수첩 / 2023년 7월
평점 :
부메랑의 모토는 분명했다. 업보는 부메랑과 같다. 당신이 타인에게 한 행동은 반드시 당신에게 돌아간다. 그들은 까다로운 신청서 작성과 철저한 심사를 통해 신중하게 목표물을 가려냈다. 예전에 스트레인저로 활동했던 시절 크리스가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배운 교훈 때문이었다. 범인이 고통받아 마땅한 인간이라는 전제에 한 치의 의문이나 어떤 합리적인 의심도 들지 않을 때만 정의를 실현해야 한다는 교훈이었다... 하지만 보나마나 아무 문제 없을 것이다. 기린은 부메랑에서 가장 철두철미한 회원이었기 때문이다. p.43
할런 코벤의 새로운 시리즈 <보이 프럼 더 우즈>의 후속작이다. 할런 코벤은 시리즈보다는 스탠드 얼론 작품이 더 많은 작가인데, '마이런 볼리타'시리즈 외에 아주 오랜만에 '와일드'라는 캐릭터로 <The Boy from the Woods>와 <The Match>라는 두 작품을 썼다. 원제는 'The Match'이지만 국내 번역본은 시리즈의 통일성을 주기 위해서 <보이 인 더 하우스>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것 같다. 제목이 어찌되었던 시리즈의 후속작을 단 몇 개월 만에 만날 수 있게 되어 반가운 마음이다. 게다가 이 작품은 전편보다 더 빠른 속도감과 복잡한 구성으로 업그레이드 된 재미를 보여준다.
시리즈의 주인공 와일드는 전작에서 '숲에서 버려진 야생 소년'으로 발견 당시 여섯 살에서 여덟 살 사이로 추정되었던 소년으로 등장했다. 언제부터 숲에서 살았는지, 어쩌다 그곳에서 혼자 살게 되었는지, 부모나 다른 어른들을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물론 어른이 된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소년은 스타 변호사 헤스터와 훌륭한 위탁 가정의 돌봄 아래서 잘 자라 어른이 되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년은 와일드라는 별명으로 불리다 그게 이름이 되었고, 무엇이든 다 잘하는 천재였지만 어디서도 잘 어울리지 못했다. 육군 사관학교 졸업 후 특수 부대에 복무했고, 탐정 일도 잠깐 했지만 결국 '정상적인' 사회에 동화되려고 노력하는 시늉마저 그만둔다. 이후는 자신만의 요새를 지어 숲에서 혼자 지내고 있다. 헤스터의 죽은 아들 데이비드와 절친한 친구였기에 헤스터 가족과는 주기적으로 연락을 하며 왕래가 있다. 데이비드가 죽고 나서 그의 아내 라일라와는 연인이 되었고, 데이비드의 아들 매슈의 대부로 그들 모자와 가족과도 같은 사이이다. 이러한 배경은 전편을 읽지 않았더라도, 이야기를 따라가는 데 무리가 없도록 이번 작품에서도 중간중간 언급되고 있다.
"사기가 아니에요. 우리의 인생은 연극이에요. 무엇이 진짜고 가짜냐는 중요치 않아요. 그걸 나눌 수 있는 선이나 경계도 없고요.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전에 나는 작은 법률 사무소에서 서류나 정리하던 비서였어요. 그게 얼마나 지루한 일인지 알아요? 우린 모두 유명해지고 싶어 해요. 사람들이 자신의 욕망에 솔직해진다면 그게 모든 사람의 목표일 거예요. 아주 별 볼 일 없는 SNS 계정조차도 '좋아요'와 팔로워가 늘어나길 원하죠. 그렇다면 난 이 흐름에 따라 그냥 평화롭고 지루한 삶으로 돌아가야 할까요? 천만에...." p.416
이번 작품에서는 와일드가 궁금했던 출생의 비밀에 대해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다. 30년 훨씬 넘도록 밝혀지지 않았던 그의 출생에 대한 부분은 와일드가 유전자 검사 사이트에 DNA를 등록해 친아버지에 해당하는 사람을 찾으면서 시작된다. 하지만 어렵게 만난 친아버지는 와일드의 존재 자체를 알지 못했다고, 자신에게 아들이 있다는 걸 몰랐다고 말한다. 세 딸을 두고 아내와 함께 평범하게 살고 있는 그의 삶에 폭탄을 떨어뜨리고 싶지 않았던 와일드는 그렇게 다시 돌아온다. 친아버지를 찾았음에도 자신이 왜 어릴 적 숲에 혼자 버려졌는지에 대한 비밀은 풀지 못한 것이다. 한편, 전작에서 와일드와 유전자가 23% 일치했던 ‘PB’가 몇 개월 전 은밀히 도움을 요청해왔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된 와일드는 그에게 연락을 하지만 전혀 연결이 되지 않는다.
PB는 최근 리얼리티 쇼를 통해 스타가 되었지만, 성범죄 스캔들로 나락에 떨어진 피터 베넷으로 현재 SNS에 자살을 암시하는 글을 올리고 잠적한 상태였다. 와일드는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서, 그리고 절박한 상황에서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했던 그를 모른 척할 수 없었기에 본격적으로 사라진 PB를 찾기 시작한다. 와일드는 PB를 찾는 과정에서 전직 경찰의 시신을 발견하고, 인터넷 악성 댓글과 여론몰이로 피해를 보는 사람을 대신해 복수해주는 정체불명의 자경단 '부메랑'에 대한 부분이 드러나면서 이야기는 점점 더 복잡해진다. '부메랑’은 온라인상에서 다른 사람을 학대하고 괴롭힌 자들에게 업보를 되돌려 주는 일을 했는데, 발견된 전직 경찰의 시신이 그들의 표적이자 PB를 절벽 끝까지 내몰았던 악성 악플러이기도 했던 것이다.
출생의 비밀을 밝혀줄 수 있는 유전자 매칭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리얼리티 쇼의 추악한 이면과 복수를 대신해주는 자경단, 그리고 연쇄살인으로 이어지며 폭풍같은 서사를 만들어 낸다. 그리고 그 모든 일들의 중심에 와일드가 있었다. 과연 와일드는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밝혀내고, 이 모든 일들을 해결해 낼 수 있을까. 할런 코벤의 작품들이 최고의 페이지 터너 임에는 그 누구도 이견을 달 수 없을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다음 장이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해지게 만드는 끊임없이 호기심을 유발시키는 데 할런 코벤만큼 뛰어난 솜씨를 가진 작가도 없으니 말이다. 롤러 코스터처럼 달려가는 숨가쁜 미스터리를 즐기기에 지금 이 계절만큼 잘 어울리는 시기도 없다. 무더운 날씨 따위 금방 잊어 버리고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될테니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