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을 권리 - 이유 없이 상처받지 않는 삶
일레인 N. 아론 지음, 고빛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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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어떤 관계 맺기보다도 강렬하고 신비하다. 우리는 다양한 종류의 관계에 사랑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무모하고 강박적인 사랑, 열정적이고 관능적인 사랑, 결혼한 부부 사이의 동반자적인 사랑, 무조건적인 사랑, 부모와 자녀 사이의 사랑, 친구 사이의 사랑, 모든 존재에 대한 이타적인 사랑... 사랑이 어떻게 오는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는 종종 상대에 대해 완벽하게 알고 싶고, 상대의 일부가 되고 싶고, 상대를 내 일부로 만들고 싶은 바람을 품는다.     p.37

 

일레인 아론은 심리학계 최초로 HSP(Highly Sensitive Person)라고 불리는 이들에 대한 연구를 통해 센세이션을 일으킨 심리학자이다. 먼저 만났던 <타인보다 민감한 사람의 사랑>이라는 책에서 일레인 아론은 남의 생각에 일일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다수는 눈치 채지 못하는 부분까지 날카롭게 대응하는 예민한 사람들의 민감함에 대해 약점이나 마음의 병이 아니라고 말해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난다. 이번 책에서는 지난 30년간 수많은 내담자와의 상담을 통해 우울, 질투, 열등감, 수치심 등의 감정 속에 공통적으로 작용하는 심리 프레임을 포착해 스스로를 가치 없다고 여기는 ‘못난 나(Undervalued Self)’라는 심리 기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많은 사람들이 별 생각 없이 자기 자신을 타인과 비교하면서 산다. 타인과 비교해 자신의 순위를 매기는 것을 이 책에서는  ‘순위 매기기(ranking)’ 라고 표현한다. 또한 우리는 애정과 관심, 사랑을 표현하며 타인과 연결되어 있다는 안정감을 느끼고자 하는데, 이는 ‘관계 맺기(linking)’에 해당된다. 순위 매기기와 관계 맺기는 우리의 모든 사회적 행동을 지배하는 주된 요인이기도 하다. 관계 맺기와 순위 매기기는 서로 호흡 맞추며 함께 춤추는 한 쌍이라고 할 수 있는데, 문제가 되는 것은 순위 매기기가 관계 맺기에 슬며시 끼어들어 우리 자신의 '못난 나'를 유발하는 경우이다. 우리 내면의 '못난 나'는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면서 너무 쉽게 스스로의 가치를 깎아 내리고 열등감에 사로잡혀 괴로워하게 만든다. 이 책은 그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을 분석해 자기 방어와 비난을 멈추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지지하는 법을 알려준다. 게다가 순위 매기기, 관계 맺기, 못난 나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다양한 자가 테스트와 연습법도 함께 수록되어 있어 누구나 직접 실천해볼 수 있도록 하는 심리 수업이기도 하다.

 

 

어떻게 하면 친구와 더 돈독한 우정을 쌓고, 남자 친구나 여자 친구와 더 깊이 있는 사이가 될 수 있을까. 더 오랫동안 함께 있고 싶고, 상대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고, 하루하루 일거수일투족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상대가 힘들어할 때 도움을 주고 싶은 그런 사람이 있는가?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친밀한 관계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을 우연이나 운에만 맡겨둘 필요는 없다. 원할 때 원하는 만큼 친밀한 관계를 쌓아갈 확실한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p.302~303

 

우리는 무방비 상태로 있다가 세상의 냉혹한 현실에 직면했을 때, 세상은 늘 공정하고 따뜻한 것이 아니라거나, 상실과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거나, 당연한 줄로만 알았던 건강을 잃거나, 하룻밤 새 직장에서 해고되었을 때, 견디기 힘들 정도의 두려움이나 슬픔에 압도당하게 된다. 그것이 바로 트라우마이며, 그로 인해 우리는 고통 받고 괴로워하며 그곳에 똑같은 모습으로 남아 있게 된다. 성별이나 연령과 상관없이 우리 모두의 내면에 있는 순진무구한 자아가 혼자 울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트라우마는 '못난 나'를 강하게 만들고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만든다. 저자는 무의식 속에 갇혀 있는 자아를 위로하고 지지하도록 '적극적 상상'을 이용한 기법에 대해 알려 준다. 적극적 상상 기법 적용 원칙은 동조와 이해로 시작해, 현재와 과거의 원인과 연결 짓고, 감정적 연결 고리를 수정하고, 필요한 경우 반대 의견을 표하기도 하며, 고마움을 표현하고 부드러운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꼭 심리 치료사들을 찾아 가지 않더라도, 이 책의 가이드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는 효과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치료사를 찾아가는 편이 더 나을 때도 있겠지만 말이다.

 

‘너는 사랑 받을 자격이 없어’, ‘넌 뭘 해도 안 될 거야’, '내가 이렇게 별로인데, 누가 내 옆에 있겠어?',  ‘내가 걔네 보다 부족해서 그럴까.' 등등 스스로를 ‘늘 부족한 사람’, ‘쓸모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못난 나'라는 개념은 생각보다 멀리 있지 않다. 누군가 나에게 관심을 보이면 ‘왜?’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거나, 학교나 회사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라도 선뜻 나서서 이야기하지 못하거나, 누군가에게 문제가 생기면 이유도 없이 내 탓인 것처럼 느껴진다면, 당신 안에도 스스로를 가치 없다고 여기는 ‘못난 나(Undervalued Self)’라는 심리 기제가 존재하는 것이니 말이다. 누군가 당신의 ‘사랑 받을 권리’를 방해하고 있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바로 당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내 안의 나'인 것이다. 점점 낮아지는 자존감과 늘 반복되는 관계의 상처로 지쳐있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 당신도 주눅 들고 상처받는 관계에서 벗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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