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어디에도 없었던 방법으로
테라오 겐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2월
평점 :
품절


 

 

 

이 일련의 과정을 우습게 여겨서는 안 된다. 무모한 짓을 저질렀다며, 어머니의 사고를 간단하게 정리해서도 안 된다. 이 세상에는 어머니와 같은 사람들이 존재한다.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어도, 두려움을 딛고 인생의 즐거움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어떤 문제나 도전의 기회와 마주했을 때, 그것의 가능 여부를 고민하지 않는다. 누군가그건 무리야.”라고 말한다면?” 하고 반문할 테니까. 그리고 이런 사람들의 일부가 세상에 혁신을 일으킨다.   p.65~66

 

요리와 사람의 품격을 높여준다는 주부들의 워너비 주방 아이템들이 있다. 미니멀한 디자인, 감각적인 컬러로 주방을 화사하게 만들어줄 스메그의 컬러풀한 냉장고, 아날로그 감성이 반영된 아이코나 빈티지 커피머신, 프랑스 최고급 주방 오븐 브랜드 라꼬르뉴의 클래식하고 우아한 오븐... 그리고 죽은 빵도 살려낸다는 발뮤다의 토스터 등이다. 발뮤다의 제품들은 꼭 주부가 아니더라도 많이들 알고 있을 것이다. 자연의 바람을 그대로 구현했다는 선풍기 그린팬이나, 세련된 디자인의 전기주전자 발뮤다더팟 등등.. 제품들이 하나같이 아름답고 새롭다는 평가를 받는 발뮤다는 이른바 '일본 가전업계의 애플'이라고 불리는 기업이다.

이 책은 파산 위기의 1인 회사였던 발뮤다가 사람들을 끊임없이 매료시키는 제품을 내놓는 혁신 기업이 되기까지, 창업자 테라오 겐의 인생 스토리와 기업 경영에 대한 모든 것이 담겨 있다. 그린팬을 출시하고 세 명이었던 직원은 팔 년이 지나 100명이 넘었고, 매출은 이백 배 가까이 불었다. 발뮤다의 제품은 독일 레드닷 어워드에서 3년 연속 수상했고, iF 디자인 어워드, 굿디자인 어워드에서 수상했다. 그린팬을 출시한 이후 발뮤다의 모든 제품이 디자인상을 받았다. 사람들을 끊임없이 매료시킨 독창적이고, 놀라운 발뮤다의 정신이 궁금해졌다.

 

 

 

 

철이 들고부터 나는 언제나 무언가를 만들고 있었다. 작문, 공작, 그림, , 오토바이 개조, 소설, 그리고 최근 몇 년 동안은 매일매일 곡을 만들었다.

창조에는 결과가 요구된다. 취미였다면 큰 문제가 아닐지 몰라도 나에게는 단 한 번도 취미인 적이 없었다. 언제나 진지했다. 내 손으로 만들어낸 무언가가 세상을 바꿀 수 있기를, 그것을 기점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p.163~164

 

테라오 겐의 어린 시절, 그리고 청년 시절은 원하는 대로 되지 않던 시간들이었다. 그가 발뮤다를 창업하기 시작하는 시점은 이 책의 중반을 훨씬 넘어서야 만날 수 있다. 전반부에는 그의 특이한 인생 역정이 담겨 있는데, 열일곱에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1년간 에스파냐, 이탈리아, 모로코 등 지중해를 따라 여행을 했고, 경비는 불의의 사고로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남겨진 보험금이었다. 여행을 마치고 일본에 돌아와서는 뮤지션의 길로 들어서 10년간 기타를 치며 록 밴드 생활을 했다. 영웅이 되고 싶었고 록스타가 되겠다고 말했던 그였지만, 스타로 살고 싶었던 그의 꿈은 연예 기획사의 재정이 악화되면서 한 순간에 무너졌다. 그러다 결국 머릿속에 떠오르는 아름다운 형태를 실현해내기 위해 틈나는 대로 가스가이 제작소라는 곳에서 제품 만드는 것을 배웠고, 2003년에 디자인 전자제품 기업 발뮤다를 창업하게 된다.

인생이란, 무슨 일이 일어날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테라오 겐 역시 어린 시절부터 막연하게나마 시인이나 소설가가 되리라 생각했는데, 현재 가전제품을 만드는 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물론 발뮤다 역시 처음부터 승승장구했던 것은 아니다. 알루미늄과 금속을 일일이 수작업으로 깎아 부품을 만들다 보니 대량생산이 불가능했고, 값비싼 원자재를 사용하다 보니 고가로 출시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렇게 온 힘을 다해 만든 제품이 팔리지 않게 되자 결국 파산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당시의 발뮤다를 일으켜 세우는 계기를 만들고, 지금의 발뮤다를 있게 한 '그린팬'에 대한 아이디어와 탄생하기까지의 과정 또한 매우 흥미진진했다. 이것은 절대 우연히, 운이 좋아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발뮤다라는 놀라운 기업에 관한 이야기가 시작되기까지의 전반부에 대한 이야기가 꽤 많은 비중을 차지했던 것도 바로 여기에 있다. 발뮤다의 핵심에는 예민한 감수성과 주변의 시선을 태워버릴 만큼 뜨거운 열정이 있었고, 그것은 불가능을 두려워하지 않는 테라오 겐의 삶을 관통하는 도전정신과 맞닿아 있으니 말이다.

 

 

살다 보면 실패도 많이 하게 되고, 힘겨운 일들도 자주 발목을 붙잡는다. 하지만 테라오 겐의 말대로 우리에게는 망각이라는 탁월한 능력이 있지 않은가. 모든 밤이 지나면 아침이 오기 마련이다. 그러니 두려워할 필요도, 불가능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는 말이다. 살아 있는 동안 어떻게든 이루고자 하는 일이 있다면, 지금 당장, 바로 오늘부터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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